[사설] 조국은 압수 수색 검사와 통화, 靑은 '조용히 수사하라' 압박

2019. 9. 27. 0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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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법무장관이 지난 23일 검찰의 자택 압수 수색 당시 담당 검사와 통화한 사실이 밝혀졌다.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조 장관 아내가 검사를 바꿔줘 통화했다고 한다. 상식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즉각 전화를 끊었어야 한다. 조 장관은 여러 차례 자신과 가족에 대한 수사에 개입하지 않겠다고 했다. 그런 사람이라면 수사 검사와 통화해서는 안 된다는 것은 어떤 일이 있어도 지켜야 할 최소한의 금지선이다. 그는 이날도 국회에서 "저와 가족 수사에 개입하거나 보고받지 않는다는 약속을 실천하고 있다"고 했다. 그로부터 몇십 분도 안 돼 거짓말이란 사실이 드러났다.

조 장관은 "아내가 몸이 안 좋아 안정을 찾게 해달라고 부탁한 것" "압수 수색을 방해하거나 진행에 대해 지시한 적 없다"고 했다. 그러나 우리 사회의 어떤 피의자가 압수 수색을 하는 검사에게 전화해 이래라저래라 할 수 있나. 일반 국민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그런데 조국만은 된다면 그 자체가 법 집행에 대한 심각한 침해다. 법무장관은 검사 인사권을 쥐고 있고 검찰 수사에 대한 지휘권과 감독권도 갖고 있다. 그런 사람이 하는 말에 검사가 압력으로 느끼지 않는다면 그게 이상한 일이다.

검찰청법에 따르면 법무장관은 구체적 사건 수사와 관련해 검찰총장만을 지휘할 수 있다. 피의자인 조 장관은 이것도 해서는 안 된다. 검사와 직접 통화하고 이런저런 주문을 했다면 직권남용이고 검찰청법 위반이다. 그런데도 조 장관은 "수사팀 누가 저로부터 지휘받은 사람이 있는지 밝혀주면 감사하겠다"고 오히려 큰소리를 쳤다. 이 정권 사람들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그런가 하면 강기정 청와대 정무수석이 이날 한 강연에서 "검찰에 수사를 조용히 하라고 다양한 방식으로 의견을 전달했다"고 말했다. 강 수석은 "대통령이 한반도 운명을 가르는 회담을 하는 시간 검찰이 그런 일(조 장관 집 압수 수색)을 했다" "검찰 의도가 의문"이라고도 했다. 수사에 압력을 넣었다고 스스로 털어놓은 것이다. 강연 내용이 문제가 되자 청와대는 "페이스북에 글을 쓰는 등 간접적으로 전달했다는 취지"라고 해명했다. 믿을 수 없다. 진상을 철저히 규명해야 한다.

조 장관과 아내는 압수 수색 직전 PC를 교체했다. 하루도 빠짐없이 '장관 지시'를 내려보내 수사가 맘에 들지 않으면 가만있지 않겠다는 암시를 줬다. 민주당은 수사팀을 고발하겠다고 을러대고 극렬 지지층은 검찰청 앞으로 몰려가 집단 시위를 했다. 급기야 '피의자' 법무장관이 압수 수색 검사와 통화를 하고, 청와대는 '조용히 수사하라'고 검찰을 압박했다고 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유엔 참석을 마치고 귀국했다. 그 사이 조국 사태는 더 꼬이고 심각해졌다. 조국 블랙홀에 국정이 다 빨려 들어갈 지경이다. 모든 난맥을 정상화할 책임은 대통령에게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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