짜장면·일기장 vs 전화통화·사전유출..'조국 자택 압수수색' 뜨거운 찬반

천금주 기자 2019. 9. 27. 0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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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시스.

조국 법무부 장관의 자택 압수수색과 관련해 여권 지지층과 반대층 사이에서 상반된 의견이 나오고 있다. 조국 지지자들은 “과하다”며 무리한 수사라고 비판했다. 그 근거로 검찰이 11시간이 넘는 이례적으로 긴 자택 압수수색을 통해 ‘먼지털이식 수사’를 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조 장관이 자택 압수수색 당시 수사팀과 전화통화한 사실이 전해지면서 외압 논란이 불거졌다. 일부에서는 ‘조 장관 자택이 깨끗이 비워져있었다’며 압수수색 사전유출 의혹까지 나왔다.

◆짜장면에 딸 다이어리까지

검찰은 지난 23일 오전 9시30분부터 무려 11시간에 걸쳐 서울 서초구 방배동에 위치한 조 장관의 자택을 전격적으로 압수수색했다. 이에 대해 여권에서 “먼지털이식 수사, 시간 떼우기”라고 비판했다. 반면 야당은 “피의자 조국 법무부 장관이 자리에서 버티다 11시간 동안 자택 압수수색을 당한 건 문재인 정권이 헌정사에 남긴 큰 오점”이라고 반박했다.

논란이 일자 검찰은 지난 24일 압수수색 과정에 대해 해명했다. 조 장관 가족 관련 사건을 수사하는 서울중앙지검 특수 2부는 “압수수색 집행 과정에 변호인이 참여할 수 있도록 기다려달라는 조 장관 가족의 요청이 있어 변호인들이 참여할 때까지 압수수색을 진행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조 장관 가족 측이 변호사 입회하에 꼼꼼하게 압수수색 대상 범위에 대한 이의를 제기하자 검찰은 두 차례에 걸쳐 순차적으로 추가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았고 그 과정에서 시간이 지연됐다고 해명이었다.

압수수색 당일 조 장관 자택으로 배달음식이 들어가는 모습이 포착되면서 수사팀이 배달음식으로 점심을 해결하며 압수수색을 이어간 사실이 전해졌다. 이에 대해 일각에선 압수수색 집행 시간을 의도적으로 늘리려고 검찰이 짜장면을 주문했다는 말이 나왔다.

검찰은 이같은 지적에 “오후 3시쯤 조 장관 가족이 점심 주문을 한다고 하기에 압수수색팀은 점심을 먹지 않고 계속 압수수색을 진행하겠다고 했다”며 “그러나 가족이 압수수색팀이 식사하지 않으면 가족들도 식사할 수 없다고 권유해 함께 한식을 주문해 식사했다”고 했다. 식사 대금은 조 장관 가족이 한꺼번에 낸 것이 아니라 별도로 지불했다고 검찰은 덧붙였다.

이와 함께 조 장관의 딸 조모(28)씨가 중학교 2학년 때 쓴 다이어리까지 검찰이 압수수색으로 가져가려했다는 사실이 알려져 과잉 수사 논란이 불거졌다. 헤럴드경제는 25일 조씨 측의 말을 인용해 검찰이 영장목록에도 없는 물건을 가져가려 했다고 보도했다. 이 관계자는 “(조 장관 딸이) 중학교 2학년 썼던 일기장과 중고등학교 때 쓰던 폴더폰까지 (검찰 수사관들이) 가져가려고 했다. 이는 영장목록에 없었던 것”이라며 “결국 고등학교 1학년 때 썼던 다이어리를 가져갔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검찰 수사관들은 조 장관의 딸이) 작년에 구매한 노트북을 가려가려고 해 난감해 했다”며 “중고등학교 때 쓰던 폴더폰까지 가져가려고 해 변호사가 저지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소설가 공지영 작가는 “딸의 일기장을 압수수색하려다 제지당하자 다시 영장을 발부받아와서 결국 고1때 다이어리를 가져갔다”며 “그 영장을 내준 법원. 무슨 말을 더할까. 숨고르고 실검 간다더라. #일기장압수수색”이라고 적었다.

공 작가는 또 “7, 80년대 독재자의 사냥꾼들은 영장없이 민주인사들과 가족을 끌고 가 고문했다. 어떤 언론도 이걸 말하지 않았다. 의혹이 일면 시치미를 뗐다. 최소한 부끄러움은 알았던 거다. 그런데 4~50년 후 그들은 온 국민 앞에서 보란 듯이 영장을 내밀고 한 가족을 고문하고 있다. 보란 듯이 군홧발로 촛불을 짓이기고 있는 거다”라고 비판했다.

◆ 수사팀과 전화 통화한 장관·깨끗한 자택

반면 자유한국당을 중심으로 한 야권에서는 자택 압수수색 당시 조 장관이 수사팀장과 통화 사실을 두고 탄핵까지 거론하며 ‘수사 외압’이라고 맹공하고 나섰다.

26일 국회 대정부질문에 나온 조 장관은 자택 압수수색 당시 검찰의 현장 팀장과 전화 통화한 사실을 시인했다. 조 장관은 아내의 건강상태 등이 염려돼 배려를 부탁한 것일 뿐 그 어떤 수사 개입도 없었다고 주장했지만 야당과 검찰은 인사권과 지휘·감독권을 가진 장관이 전화한 사실만으로도 직권남용죄에 해당된다고 반박했다.

전화통화 당시 ‘장관’이라는 직함을 먼저 언급한 점도 논란이 되고 있다. 검찰과 법무부 등에 따르면 조 장관이 법무부 과천정부청사로 출발한 뒤인 9시30분쯤 서울중앙지검의 압수수색팀이 조 장관 자택에 도착했다.

현장 지휘를 맡은 서울중앙지검 A 부부장 검사는 검사와 수사관 5~6명을 대동하고 조 장관 부인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에게 영장을 제시했다. 변호인이 도착할 때까지 기다려 달라는 정 교수의 부탁에 수사팀이 대기했고 그사이 정 교수가 전화를 걸어 통화한 뒤 압수수색 팀장인 A 부부장 검사에게 전화기를 넘겼다.

전화를 받은 A부부장 검사는 “장관입니다”라는 말을 들어야 했고 당황한 A부부장검사는 “특수부 OOO입니다”라고 소속을 밝혔다. 이후 이어진 대화에 대해서는 검찰 측과 조 장관의 해명에 차이가 있다.

조 장관은 “처가 정신적 육체적으로 안 좋은 상태여서 안정을 찾게 해달라고 부탁했다”고 수차례 강조했다. 반면 검찰 측은 “처가 몸이 좋지 않고 아들과 딸이 집에 있으니 신속하게 압수수색을 진행해 달라”고 말했다고 했다. 이에 수사팀장은 “절차에 따라 신속하게 집행하겠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거듭 밝혔다.

이어진 대화의 뉘앙스에서 다소 차이를 보이는 만큼 여러 해석이 나온다. 가장이 아닌 장관으로서 수사팀에게 신속하게 진행하라고 지시한 ‘수사 외압’이라는 지적이다. 반면 남편과 가장으로서 아내와 아이들이 걱정돼 배려를 부탁한 것일 뿐 압수수색을 방해하거나 수사에 영향력을 행사한 건 아니라는 옹호 의견도 있다.

여기에 강기정 청와대 정무수석이 “검찰에 수사를 해도 조용히 해달라고 전달했다”는 취지로 발언했다는 소식까지 전해지면서 수사외압 논란은 청와대로까지 확대됐다. 강 수석은 전남 순천에서 열린 ‘대한민국 균형발전 정책박람회’ 강연에서 “한‧미 정상회담이 진행 중이니 검찰에 수사를 해도 조용히 하라고 다양한 방식으로 전달했다”며 “검찰은 말을 듣지 않았고 대통령이 한반도 운명을 가르는 회담을 하는 시간에 우리가 봤던 (조 장관 자택 압수수색) 그런 일을 했다”고 말했다.

더욱이 조 장관의 자택 압수수색 당시 방안엔 주요 물건들과 자료들이 깨끗하게 지워져 있었던 것으로 알려지면서 사전에 압수수색 정보를 입수한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한국경제는 26일 법조계를 인용해 검찰이 지난 23일 조 장관 자택을 압수수색 할 당시 방 안에 주요 자료들과 물건들이 모두 치워져 있었고 이를 본 검찰이 상당히 당황했던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검찰이 압수수색을 했지만 정작 가져갈 자료들이 너무 적었다”고 매체는 전했다.

검찰 관계자는 “압수수색 사실을 누군가 사전에 흘려줬을 가능성도 있고, 정 교수가 사전에 대비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만약 압수수색 사실을 누군가 흘려줬다면 검찰이 압수수색 영장을 법원에 청구하고 이를 발부받는 시간 사이 누군가 정보를 듣고 알렸을 것이라고 매체는 추측했다.

하지만 법조계에선 압수수색이 이미 법원에서 두 차례 기각된 끝에 발부된 것이어서 정 교수가 이에 대비했을 가능성도 있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당시 이례적으로 긴 시간 동안 자택 압수수색이 진행됐지만 검찰이 들고나온 압수 물품은 상자 2개 분량에 불과했다.

아울러 매체는 정 교수가 압수수색 당시 수사팀 검사와 수사관을 쫓아다니며 많은 요구를 해 갈등을 빚었다고도 주장했다. 검찰 관계자는 “아파서 119에 신고했다고 하는데, 검사와 수사관에 너무 많은 요구를 하는 것으로 봤을 때 아픈 사람이라는 것이 믿어지지 않을 정도였다”고 말했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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