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권력도 파헤치라더니"..靑, 검찰수장 겨냥 공개 경고

윤홍우 기자 2019. 9. 27.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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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총리까지 비판 가세..윤석열 거취문제로 번질수도
"曺장관 기소 이후에도 장관직 수행 가능성 시사" 해석도
文, 연가 내고 정국 구상 돌입..돌파구 찾을지는 미지수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이 27일 오후 춘추관 대브리핑룸에서 조국 법무부 장관에 대한 검찰의 수사와 관련한 문재인 대통령의 발언을 전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이날 “검찰이 아무런 간섭을 받지 않고 전 검찰력을 기울이다시피 엄정하게 수사하는데도 검찰 개혁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현실을 검찰은 성찰해주시기 바란다”고 말했다./연합뉴스
[서울경제] 문재인 대통령이 27일 조국 법무부 장관을 수사하고 있는 검찰을 향해 “검찰권 행사의 방식과 수사 관행 등의 개혁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는 강도 높은 경고 메시지를 내놓았다. 전날 조 장관이 자신의 자택을 압수수색하고 있는 검사와 통화한 사실이 밝혀지며 ‘수사 외압’ 논란이 불거졌으나 문 대통령은 되레 검찰의 수사 관행에 날 선 비판을 내놓은 것이다. 검찰의 개별 수사, 그것도 대통령의 최측근 수사에 대한 경고성 메시지가 나온 것 자체가 매우 이례적이다.

문 대통령은 “검찰은 국민을 상대로 공권력을 직접적으로 행사하는 기관이므로 엄정하면서도 인권을 존중하는 절제된 검찰권의 행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인권 존중’ ‘절제된 검찰권 행사’라는 표현은 조 장관 가족에 대한 전방위 수사와 11시간의 자택 압수수색 등에 대한 문 대통령의 문제의식이 상당함을 드러낸 것으로 해석된다. 전날 조 장관의 통화에 대해 ‘적절하지 않다’고 평가했던 이낙연 국무총리조차 이날 “여성만 두 분 계시는 집에서 많은 남성이 11시간 동안 뒤지고 식사를 배달해서 먹고 하는 것들은 아무리 봐도 과도했다는 인상을 줄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대통령과 총리가 검찰의 수사 방식에 공식적으로 불만을 표출하면서 이 사안이 윤석열 검찰총장의 거취 논란까지 확산될 개연성이 커졌다.

문 대통령의 메시지는 이날 오후1시30분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을 통해 발표됐다. 조 장관의 직권 남용과 관련한 정치권의 논란이 절정으로 치닫던 시점이었다. 문 대통령은 “사실관계 규명이나 조 장관이 책임져야 할 일이 있는지 여부도 검찰의 수사 등 사법절차에 의해 가려질 것”이라면서도 “한편으로 검찰이 아무런 간섭을 받지 않고 전 검찰력을 기울이다시피 엄정하게 수사하고 있는데도 검찰 개혁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현실에 검찰은 성찰해주시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검찰이 조 장관에 대한 대대적인 수사를 벌이고 있음에도 국민들의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는 발언으로 분석된다.

문 대통령의 이 같은 강도 높은 메시지는 청와대 내부에서 조 장관에 대한 검찰의 수사를 바라보는 기류와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강기정 청와대 정무수석은 전날 “대통령이 한반도의 운명을 다루는 한미정상회담을 하는 동안 검찰에 요란하게 움직이지 말라고 다양한 방식으로 의견을 전달했다. 하지만 검찰은 (말을) 듣지 않고 우리가 봤던 그런 일을 했다”고 밝혀 ‘수사 외압’ 논란을 빚었다. 청와대 내부에서는 한미정상회담 직전 검찰이 조 장관 자택을 압수수색한 것이나 압수수색 과정에서 있었던 조 장관과 검사의 통화가 야당으로 유출된 것에 대해 격앙된 반응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가 지난 26일 오후 서울공항에 도착한 공군 1호기에서 손을 흔들고 있다./연합뉴스
이날 메시지는 또한 조 장관과 관련한 직접적인 위법 사실이 발견되지 않을 경우 해임은 없을 것이라는 문 대통령의 결연한 의지도 보여주는 것으로 해석된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이날 ‘조 장관 책임과 관련한 사법절차가 검찰 수사만을 이야기하는 것이냐, 아니면 법원의 판단 이후의 과정을 이야기하는 것이냐’는 질문에 “그것을 구분해 저희가 정의해드릴 수는 없을 것 같다”고 밝혔다. 이는 상황에 따라 검찰의 조 장관 기소 이후에도 조 장관이 장관직을 계속 수행할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청와대 관계자는 또 ‘문 대통령이 인권을 존중하는 검찰권 행사가 중요하다고 했는데, 이것이 조 장관 자택 압수수색과 관련된 것이냐’는 질문에 대해 “알아서 해석하시기 바란다”고 답했다.

문 대통령이 검찰의 수사 관행을 직접적으로 문제 삼으면서 이번 사안은 청와대와 검찰의 전면전, 특히 윤 총장의 거취 논란으로 커질 가능성이 생겼다. 여권 내부에서는 이미 윤 총장을 해임해야 한다는 여론이 비등한 것으로 전해졌다. 여권의 한 핵심관계자는 “조국의 검찰 개혁에 대해 윤 총장이 계속해서 저항한다면 검찰총장 해임도 고려해볼 수 있다”며 “검찰총장의 임기가 끝나지 않아도 국무회의에서 과반수 찬성으로 해임할 수 있다”고 밝혔다. 다만 윤 총장 거취 논란은 일단 조 장관에 대한 검찰의 수사가 마무리되는 시점에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로서는 여권도 검찰도 물러설 수 없는 싸움을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유엔총회 참석을 위해 3박5일간의 미국 방문일정을 마치고 돌아온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에는 연가를 내고 혼란스런 정국을 수습할 방안 구상에 돌입했다. 문 대통령은 다음달부터 각종 경제 행보를 통해 내치에 집중한다는 방침이지만 ‘조국 블랙홀’에 갇힌 국회는 마비 상태이며 각종 입법과제들은 줄줄이 차질을 빚고 있다. /윤홍우기자 seoulbird@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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