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공기업 GKL 간부들, 버닝썬·불법업소에서 법인카드 사용

유호윤 2019. 9. 27. 1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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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KL(그랜드코리아레저)라는 공기업은 아마 많은 이들에겐 낯선 이름일 겁니다. 이 공기업의 고객은 내국인이 아니라 외국인이기 때문입니다. GKL은 서울과 부산에서 국내 최대 규모 외국인 전용 카지노 '세븐럭(Seven Luck)'을 운영하는 준시장형 공기업이자 한국관광공사의 자회사입니다.

공기업 GKL 간부 법인카드 내역에 등장한 '버닝썬'

KBS는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신동근 의원실을 통해 이 회사 1급부터 3급에 해당하는 간부들의 법인카드 집행 내역을 확보해 분석해봤습니다. 그런데 법인카드가 사용된 장소 중에 익숙한 이름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지난해 각종 논란의 중심에 있었던 클럽 '버닝썬'입니다.


국민권익위원회는 중앙행정기관이나 자치단체, 공기업 등 모든 공공기관의 경우 접객요원을 두고 영업하는 룸싸롱·단란주점은 물론 나이트클럽에서도 법인카드 사용을 금지하도록 권고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적절하지 않은 장소에서 그것도 월요일 새벽에 법인 카드가 결제된 겁니다.

'일반음식점'에서 240만 원…알고 보니 대성 소유 건물 '불법 유흥업소'

법인카드가 사용된 업체 중엔 이름만 봐선 어떤 곳인지 알 수 없는 곳도 있었습니다. 또 다른 3급 간부 2명은 서울 강남에 있는 A 업체에서 올해 3번에 걸쳐 240만 원을 결제했습니다. A 업체가 등록된 업종은 '일반음식점'이었습니다.

그런데 확인해보니 이곳은 단순한 음식점이 아니었습니다. 최근 언론 보도를 통해 알려져 논란이 인, 그룹 '빅뱅'의 멤버 대성이 소유한 건물에 있는 업체로 회원제로 운영되는 불법 유흥주점이었습니다. 해당 업체는 일반 음식점으로 등록한 뒤 여성 접대부를 고용해 불법 영업을 한 혐의로 현재 경찰 조사를 받고 있습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부산 지역에서 근무하는 또 다른 3급 간부는 여성 접대부를 고용하는 바(BAR) 형태의 술집에서 올해 4차례에 걸쳐 360만 원을 사용했습니다. 이 역시 권익위가 사용을 금지하는 유흥업소로 분류되는 곳입니다.

GKL "고객 요구로 현장에 나가 결제한 것"

GKL 관계자들을 만나 왜 이런 업소에서 법인카드가 사용됐는지 물었습니다. 해당 관계자는 "카지노 외국인 고객이 콤프(comp, 일종의 마일리지)를 자신이 원하는 곳에 사용할 수 있는데, 고객 요구로 마케팅 관계자가 고객 마일리지에 해당하는 금액을 법인카드로 대신 결제한 것"이라고 해명했습니다. 또 "마케팅팀 직원들은 3교대로 근무해 새벽 시간이라도 고객이 원하면 현장에 나가 결제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실제로 GKL은 연간 300억 원이 넘는 돈을 고객유치비로 사용합니다. 주로 호텔이나 항공료, 식사비 등에 집행되는데 결제 내역 가운데 유흥주점이 확인된 겁니다.

GKL 관계자는 다만 "버닝썬의 경우 결제 후 법인카드를 나이트클럽에서 사용하는 건 부적절하다고 판단해 거래를 다시 취소했다"고 말했습니다.


버닝썬 취소 증빙서류엔 '취소 시간' 빠져

GKL 관계자의 이 같은 해명이 맞는지 알아보기 위해 문제가 된 사용내역이 고객에게 사용한 게 맞는지 증빙자료을 제출해달라고 GKL에 요청했습니다.

우선 버닝썬 사용 내역에 대해 제출한 자료를 보니 거래 취소 일자만 있을 뿐 취소 시간이 빠져있습니다. 결제 서류엔 일자와 함께 거래 시간이 명확히 나와 있는 것과 대비됩니다. 왜 취소 시간이 빠져 있느냐고 묻자 GKL 관계자는 "시간이 빠진 이유는 자신도 모르겠다"고만 답했습니다.


국회 증빙자료 요청도 거부한 GKL

GKL 측은 부산 지역 술집에서 어떤 고객에게 법인카드를 썼는지 증빙 자료를 제출했지만, 대성의 건물에 있는 불법 유흥업소에서 사용한 내역 대해선 회계 전표만 제출한 채 다른 자료 제출은 거부했습니다. 그러면서 "고객에게 사용한 증빙 자료는 따로 보관 중"이라고만 덧붙였습니다.

앞서 지난해 GKL 직원 2명은 술집에서 법인카드를 사적으로 썼다가 적발되기도 했습니다. 이미 법인카드가 부적절하게 사용됐다 처벌된 전례가 있음에도 국회의 정당한 자료제출 요구도 응하지 않은 겁니다.

"유흥주점 법인카드 결제 관행 용인해선 안 돼"

근본적으로는 고객 요구를 이유로 유흥주점에서 법인카드를 사용하는 GKL 관행도 문제로 거론됩니다. 물론 해외 고객들을 유치해야만 하는 외국인 전용 카지노의 특성상 고객 요청을 거절하긴 쉽지 않습니다.

이에 대해 신동근 의원은 "(GKL이 공기업인 만큼) 관행이란 이유로 유흥주점에서 법인카드를 사용하는 것은 더는 용인해서는 안 되며 제도적으로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특히 GKL이 해외 고객들을 상대로 사용하는 고객 유치비가 한 해 300억 원이 넘는 상황에서 보다 투명한 관리·감독이 요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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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호윤 기자 (live@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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