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소서' 절반을 베껴도..포항공대·카이스트 합격

한수연 입력 2019. 9. 27. 20:19 수정 2019. 9. 27. 2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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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데스크] ◀ 앵커 ▶

학생부 종합 전형에 제출하는 자기 소개서, 부모의 직업 또는 사교육에 따른 영향이 크고, 이른바 '자소설'을 써도 검증이 잘 되지 않는 실태 보도해 드렸는데요.

그래서 대학들은 자기소개서 유사도 검색 시스템을 이용해서 표절을 걸러내고 있다고 말합니다.

그런데 확인을 해보니까 표절 유사도가 높게 나와도 대학에 합격할 수 있었습니다.

한수연 기자가 단독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자기소개서에 무슨 내용을 써야 할지 몰라 사교육에 손을 내밀어야 했다는 학생들.

[윤세아/대학생] "이해가 안 되는 게, 자소서에서 특히 전공 적합성을 많이 요구를 하거든요. 근데 고등학생이 전공의 내용이 뭔지도 모르고…"

[김상현/대학생] "컨설팅 같은 게 한 번 받는데 한 3,40(만원) 하더라고요. 대필 같은 느낌으로 좀 첨삭을 해주는 거 같고."

그래도 입시 컨설턴트들은 자소서가 입시에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합니다.

[입시 컨설턴트/학부모 설명회] "아이의 컨셉을 하나 정해서 그 컨셉에 맞는 방향…입사관(입학사정관)들도 사람이다보니까 확 튀는 아이를 좋아해요."

자소서를 잘 쓰기보다 잘 쓴 자소서를 베끼는 일까지 벌어지자 대교협은, 기존 자소서와 얼마나 같은지 알려주는 유사도 검색 시스템을 각 대학에 제공했습니다.

기존 자소서와 비슷한 정도에 따라, 일단 색깔로 분류되고, 유사도가 몇 퍼센트인지도 산출됩니다.

유사도가 5~30%인 B수준이거나 30% 이상인 C수준이면 표절을 의심할 수 있어 지원 학생에게 왜 그런지 소명을 받아야 합니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 관계자] "B, C수준이 나왔을 경우에는 (각 대학) 평가자들이 그거에 대한 것들을 확인하고, 위원회나 이런 데에서 불합격할지 합격시킬지, 소명도 받고 하거든요."

그런데 최근 3년치 유사도 검색 시스템 운영 결과를 살펴보니 표절을 의심할 수 있는 B와 C 수준의 자소서가 해마다 1천명 넘게 적발됐습니다.

더 놀라운 건 이 가운데 1백명 가량이 학생들이 대학에 합격했습니다.

심지어 기존 다른 자기소개서와 2/3가 똑같은 표절성 자소서를 냈는데도 포항공대와 카이스트에 합격한 학생도 있습니다.

이런 일이 가능한건 표절성 자기소개서로 걸려도, 지원 학생이 아니라고 하면 그만이거나, 걸려도 감점 규정조차 없기 때문입니다.

[OO사립대 입학사정관] "(학생에게) 직접 전화해서 왜 이게 이렇게(유사도가 높게) 나왔는지를 확인하는 절차를 거치죠. 감점 주는 학교도 있고. 학교마다 다 다릅니다."

허위로 '자소설'을 써도 검증이 안되는데다 베껴도 불이익이 분명치 않다보니 입시 불신이 커질 수 밖에 없는 겁니다.

[김병욱/국회 정무위 국회의원] "소명 자체가 형식적이란 얘기도 있고. 이런 허점이 있는 제도 속에서 부당하게 입학한 학생이 있는지 전면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교육부가 실태조사를 통해 '대입제도 공정성 강화 방안'을 오는 11월 발표하기로 한 가운데, 교육계 안팎에선 폐지 1순위로 자기소개서가 지목되고 있습니다.

MBC뉴스 한수연입니다.

한수연 기자 (sooh@m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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