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테리어 공사 3개월만에 벽지가 너덜너덜.. 아, 사업자 확인 안했네

남정미 기자 2019. 9. 28.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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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주말]
리모델링 열풍.. 분쟁 피하려면
회사원 박세미씨는 새로 이사 갈 집의 인테리어를 ‘셀프 인테리어’로 진행 중이다. 직접 작업자를 구해 원하는 방식으로 시공한다. 사진은 이달 초 박씨의 집 주방 벽면에 타일 작업자가 접착제를 바르는 모습. / 박세미씨 제공

"서울 종로구의 10년 된 아파트를 샀다. 전세 세입자만 살았던 집이라 벽지나 바닥 등의 상태가 험했다. 유명 인테리어 업체에 견적을 부탁했더니 '평당 250만원'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35평형(115㎡)이니 9000만원은 잡아야 한다. 공사 경험이 적고, 덜 유명한 업체를 접촉할수록 평당 가격은 내려갔지만 100만원 이하는 찾기가 어려웠다. 업체를 통하면 최소 3500만원은 줘야 한다는 계산이 나왔다. 절충안으로 목공이나 전기 등 다소 어려운 공사는 업체에 맡기고, 도배와 바닥 등은 도매시장에서 직접 알아보기로 했다. 비용 절감의 꽃은 도배와 바닥이었다. 업체에서는 벽지와 바닥 가격으로 최저 1200만원을 불렀는데, 도매 시장에서는 800만원으로 내려갔다. 3주의 공사가 끝나고, 이사 첫날 침대에 누웠다. 불을 껐는데도 전등이 은은하게 빛나고 있었다. 배선 공사를 잘못해 생긴 잔광 현상이었다. 3개월이 지나니 천장 벽지 한쪽이 너덜거리기 시작했다. 체리색 몰딩을 가린 필름지가 아래에서부터 울었다. 필름지를 시공한 업체에 연락하니 'AS를 해주겠다'고 하고선 6개월째 연락이 없다."(최근 인테리어 공사를 한 A씨)

소득 3만 달러 시대, '삶의 질' 관련 인테리어 소비 급증

우리나라는 1990년대 '주택 200만호 건설' 정책을 통해 신축 아파트를 대량으로 공급하기 시작했다. 이 아파트들이 준공 30년을 맞이하는 시점이 2020년이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이 시점을 전후해 주택 리모델링 시장이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본다. 연구원에 따르면 2000년 9조1000억원에 불과했던 리모델링 시장 규모는 2010년 19조4000억원에서, 2016년 28조4000억원으로 성장했다. 국내 직간접적인 양돈 산업 규모가 30조원이다. 연구원은 리모델링 시장이 2020년에는 41조5000억원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요즘 소비자들은 오래된 집만 고치지 않는다. 분양 아파트에 입주하면서도 인테리어를 새로 한다. 소셜 미디어에서 '집스타그램'을 검색하면 약 330만개의 사진과 글이 쏟아진다. 자신의 집을 예쁘게 찍어 만족감을 표시하는 내용이 대부분이다. 얼굴을 자랑하던 시대에서 집을 자랑하는 시대로 바뀐 것이다. 인테리어 견적 서비스 제공 업체인 '집닥'에는 지난 5월부터 7월까지 두 달간 6800건의 아파트 인테리어 견적 문의가 들어왔다. 지난해 같은 기간 4900건에 비해 38%가량 증가한 것이다.

업계에서는 이를 국민소득 3만달러 돌파와 연관지어 본다. 전 세계적으로 1인당 국민총소득(GNI) 3만달러를 넘어가는 시점에 인테리어 등 '삶의 질'에 대한 소비가 증가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한국의 1인당 국민총소득은 2017년 3만달러를 넘어섰다.

연예인도 못 피해간 인테리어 관련 분쟁

문제는 인테리어 시장 규모가 커지면서 관련 피해도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한 리얼리티 프로그램에서 연예인 윤상현씨 가족이 부실시공 피해를 호소하는 모습이 전파를 탔다. 지은 지 7개월 된 윤씨 집은 한여름에도 에어컨이 작동하지 않고, 장마철이 되자 집안 곳곳에서 물이 새는 등의 모습을 보였다. 윤씨 소속사는 "리얼리티로 배우의 일상을 방송하는 프로그램에서 가족들이 기본적인 의식주 생활이 안 되는 심각한 피해 상황이 그대로 방송된 것"이라며 "부실시공에 따른 정신·물리적 피해에 대한 민사소송을 진행하겠다"고 했다. 시공사는 "윤씨가 잔금 지급을 미루고, 무리한 하자 보수비를 요구하고 있다"며 맞서고 있다.

이런 분쟁을 겪는 것은 윤씨뿐이 아니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2016년 180건이었던 인테리어 피해 합의 권고 건수는 2018년 232건으로 2년 새 28% 늘었다. 올해의 경우 7월 말 기준 이미 156건을 돌파해, 지난해 합의 권고 건수를 넘어설 전망이다. 단순한 피해 접수 건수로만 따지면 연간 5000건 이상이 소비자원으로 들어온다. 인테리어 공사 피해 유형 중에는 하자 보수 미이행 및 지연이 30.8%로 가장 많았다. 그다음이 자재 품질 및 시공, 마감불량(11.9%) 등이었다.

전문가들 "업체 선택 시 사업자 등록증, 포트폴리오 점검 필수"

전문가들은 기본적인 몇 가지만 따져도 인테리어 피해를 크게 줄일 수 있다고 조언한다. 한국소비자원은 건설산업지식정보시스템을 통해 사업자의 건설업 등록 여부를 먼저 확인하라고 권한다. 국내에서 1500만원 이상의 인테리어 공사를 하려면, 사업자가 건설업 등록을 해야 한다. 건설업 등록을 하려면 해당 분야 기술자격 취득자 2인 이상을 고용하고, 손해배상을 위한 공제 가입 등 등록 조건을 지켜야 한다. 이 여부만 따져도 시공 능력이 검증되지 않은 업체는 상당 부분 거를 수 있다.

사업자가 필요없는 1500만원 미만의 공사는 실제 해당 업체가 어떤 공사를 했는지 포트폴리오를 점검하는 게 중요하다. 네이버에서 인테리어 사기 피해자 카페를 운영 중인 이원규(35)씨는 "과거 이 업체가 어떻게 공사를 했는지 확인해보는 게 제일 간단하고 확실한 방법"이라며 "아파트의 경우 직접 방문까지는 힘들겠지만, 상가의 경우 직접 가서 확인해보면 결과물을 알 수 있다"고 했다. 계약서를 쓸 때는 공사 시작일과 끝나는 날짜를 명시하고, 지연됐을 때의 보상 방법을 함께 적어야 한다. 견적서의 경우 목공사 ○원, 타일공사 ○원 식으로 전체 공사를 뭉뚱그려서 적기보다, 싱크대 상부장 ○원, 거실 아트월 ○원 식으로 구체적으로 적어야 추가 비용 요구를 피할 수 있다. 하자 보수의 경우 계약서에 보증 기간을 적고, 서울보증보험 등을 통해 '하자보수 이행증권(하자가 발생했을 경우 하자보수 공사를 실시할 것을 보증하는 증권)'을 발행해 놓는 것도 좋다. 합의된 요구 사항을 녹음해 놓는 것도 추후 분쟁 예방에 도움이 된다.

셀프 인테리어 성공자의 팁 "현장 작업자와 소통 중요"

최근에는 비용 절감 등을 위해 셀프로 인테리어에 도전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셀프 인테리어는 목공부터 도배까지 모든 공사를 자신이 직접 하는 것을 뜻하기도 하지만, 인테리어 업체 없이 현장 작업자를 자신이 직접 구해 공사를 지시하는 경우를 말하기도 한다. 아파트 2채의 셀프 인테리어 경험담을 온라인에 연재해 인기를 끈 회사원 박세미(31)씨는 "셀프 인테리어는 현장 작업자와의 명확한 소통이 중요하다"며 "그냥 '세면기를 달아주세요'라고 하는 것과, '90㎝ 위에 수전을 맞춰서 달아주세요'라고 정확한 위치를 설정해 전달하는 것은 결과물에 큰 차이가 있다"고 했다.

또 "상담할 때 약속 시간을 잘 지키지 않거나 사전 현장 방문을 하려고 하지 않는 작업자 중에서 만족스러운 결과를 보이는 분은 없었다"며 "(작업자)의 사전 방문은 굉장히 귀찮을 수 있지만 현장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추후 분쟁을 줄이기 위해 꼭 필요한 과정"이라고 했다.

초보자의 경우 금액이 좀 더 들더라도 도매시장보다는 동네 업체나 인근 부동산 등의 추천을 받아 진행하는 게 나을 수 있다. 한샘 키친 인테리어 서민경 실장은 "동네에서 사업을 하는 업체인 만큼 추후 하자 보수 등의 문제가 생겼을 때 도움을 받기가 더 쉽다"고 했다. 또 서 실장은 "욕실이나 부엌은 타일과 도기 등을 한 번에 시공할 수 있는 업체가 좋다"며 "가격을 아낀다고 업체를 따로 부르면 나중에 전체적으로 봤을 때 원하는 형태가 아니거나 문제가 생겼을 때 책임 소재를 따지기 어렵게 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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