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해보니시리즈90] 시골 우체국이 살아남는 법..해외배송대행 이용해보니

최가영 입력 2019.09.28. 0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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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에서 먹는 라면은 한국에서 먹던 라면과 맛이 다르다고 한다. 한국인의 입맛에 맞춘 라면이 아닌 전 세계인의 입맛을 고려한 수출용이다 보니 그렇단다.

해외에서 오리지널 한국 라면이 먹고 싶을 때, 직접 한국 쇼핑몰에서 주문해서 미국까지 직배송하는 곳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이번 해보니 시리즈는 해외에서 한국 물건을 주문할 때 배송대행지(배송대행지) 역할을 해주는 '소규모 지방 우체국'을 이용해 친지에게 해외에서 한국 라면을 직접 맛보게 해줬다.

해외 구매 대행이랑 똑같은 '배송대행지'

해외 직구를 할 때, 한국까지 배송해주지 않는 미국이나 유럽 쇼핑몰들은 자국 내 주소를 넣어야 한다. 그래서 탄생한 것이 바로 배송대행지다.

배송 대행업체의 미국 내 주소로 물건을 주문하고, 배송 대행업체에 알려주면 꼼꼼하게 재포장을 해서 한국으로 보내주는 것이다.

물론 재포장과 배송비가 들긴 하지만 국내에선 구할 수 없는 물건을 살 수 있다는 점에서 크게 유행했다.

해외에서 한국 물건을 배송할 때도 마찬가지다. 해외에서 한국 물건 한국 배송 대행 서비스 업체를 통해 배송받을 수 있다.

다른 게 있다면, '우체국'을 배송대행지로 이용했다는 점이다. 기자는 의성 단북 우체국을 이용했는데, 여기 외에도 지방 소규모 우체국 몇 군데가 배송 대행 서비스를 하고 있다.

이용 방법

1. 한국 쇼핑몰에서 물건(식료품) 등을 산다.

2. 배송지 주소를 배송 대행을 해주는 우체국으로 넣는다.

3. 배송 대행 우체국에 연락해 해외 주소와 이름을 알려주고, 배송한 물건 품목을 적는다.

4. 배송 대행 우체국으로 도착한 택배의 해외배송 견적을 알려주면 결제한다.

5. 비행기를 타고 안전하게 도착한 택배를 보고 기뻐한다.

한국에서는 굳이 할 필요가 없지만, 해외에 사는 사람이 한국 물건을 주문할 때 가장 간단한 방법이다.

1990년대 중반, 가족이 독일로 유학갔을 때 엄마가 한 달에 한번 라면과 옷, 생필품을 가득 우체국에 가서 부치던 고생이 떠올랐다.

이젠 해외에서 한국에 있는 가족을 고생시킬 필요 없이 인터넷 주문이 되는 세상이 된 거다.

"우체국에 택배가 도착했습니다. 꼼꼼하게 재포장할게요"

무게를 달고 사진을 찍어 카카오톡으로 보내준다.
인터넷 쇼핑몰에서 물건을 사 우체국으로 보낸 택배가 도착하면, 우체국에선 꼼꼼하게 재포장하는 과정을 사진을 찍어 보내준다.

카카오톡 메신저를 통한 배송 문의 및 진행 상황 카톡도 사설 배송 대행 업체처럼 자동 답변이 아니라 우체국장이 직접 대화하며 자유롭게 이것저것 질문할 수 있다.

음식물이나 파손 위험이 있는 제품은 한 번 더 꼼꼼하게 포장한 후에 저울에 달아 무게를 재고, 금액을 알려준다. 파우치에 든 음식물도 무게에 눌려 터질 수 있기 때문에 재포장은 필수다.

택배는 일찍 도착했다. 9월 19일에 우체국에서 보낸 택배는 미국 일리노이주까지 보내서 받아보는 데 나흘이 걸렸다. 우체국에서는 보통 5일 정도 걸린다고 한다.

최근 미국은 세관 검사가 까다로워져 통관이 늦어질 수 있지만, 국제 특송답게 일주일이면 충분히 받아볼 수 있다. 11kg 정도를 보내는데 가격은 17만 원 가량이 나왔지만, 우체국은 대행 수수료를 받지 않고 항상 5% 추가할인을 해주기 때문에 값이 싼 편이다.

지방 우체국들이 해외 배송 대행에 나선 까닭은?

의성 단북 우체국
그럼 왜 지방 우체국들은 대행 수수료도 받지 않고 번거로운 '해외 배송 대행' 서비스를 직접 하게 된 걸까? '해외 배송 대행'은 인구감소로 수익이 하락하고 있는 지방 우체국이 생존을 위해 내놓은 고민의 결과다. 해외 배송 대행을 하는 우체국들은 인구가 적은 농어촌 지역의 개인이 운영하는 별정 우체국들이다.

별정우체국이란 정부가 우체국을 설치하지 않은 지역에서 개인이 운영하는 소규모 우체국으로, 소유자(피지정인)가 자기 부담으로 청사 등 필요 시설을 갖추고 정부 위임을 받아 체신 업무를 하는 우체국을 말한다. 국가 재원이 부족했던 1960년대 도입된 개인 우체국이다.

문제는 별정우체국이 만성 적자에 시달리고 있는 데다가 지방의 인구가 줄면서 우체국 이용이 점점 적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올해 8월에는 더불어민주당 노웅래 위원이 "별정우체국의 적자 문제가 심각하다"고 지적하며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한 바 있다.

지방 우체국도 적자를 보고만 있는 것은 아니다. 나름대로 적자를 극복하기 위해 우체국마다 자신들만의 혜택과 서비스를 내세워 해외 배송 대행이라는 사업에 뛰어들고 있다.

배송 요금을 할인하는 것만으로는 경쟁이 불가능해 꼼꼼하게 포장하고 사은품을 넣어주는 '서비스 지향'으로 방향을 잡았다.

별정 우체국에서 만든 해외 배송 대행 서비스 업무 흐름도. 연륜이 느껴진다.
토지우체국은 전라남도 구례군에 있는 우체국으로 온라인 카페에서는 "포장이 특기·취미 아니냐"고 할 정도로 꼼꼼히 싸준다는 평가다. 문척우체국은 한국 카드나 계좌가 없는 고객을 위해 페이팔을 받는다.

영암 덕진 우체국장도 꼼꼼하게 확인하고 사진을 찍어 확인시켜준다. 진북우체국과 다도우체국도 친절하고 카톡 답변이 좋다며 "황송할 지경"이라는 평가다.

우체국들은 아예 온라인 카페 등이나 카카오톡 아이디를 이용해 언제든 답변이 가능하게끔 하는 소통 창구를 만들어놓고 배송 후기를 적을 수 있는 게시판을 만든다. 어떤 상품들이 배송 가능한지 자세히 답변해준다. 무게와 크기 등을 알려주면 대략의 배송 비용도 알 수 있다.

게시판에는 "해외에서 한국 유모차를 주문하는 게 가능하냐?"고 묻는 게시물도 올라와 있고 안전하게 식품을 받았다는 후기도 올라와 있다.

기자가 이용한 의성 단북 우체국은 최근 트위터에서 적극적인 홍보를 통해 유명해졌지만, 이미 몇 년 전부터 별정우체국들은 이 사업에 뛰어들었고 해외에 사는 교포나 유학생들은 알음알음 이 서비스를 이용해왔다.

의성 단북 우체국장은 "시골우체국이다 보니 물량이 많이 없어서 이렇게 기존에 있는 (해외) 배송비 받고 보내드리면, 실적이 오르고, 해외 사는 분들도 싸게 이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무사히 도착한 택배 후기

택배는 사촌 동생에게 무사히 전달됐다. 19일에 부친 물건은 미국 일리노이에 23일에 도착했지만, 문제는 우체국이나 배송 대행이 아니라 미국 우정공사(USPS) 였다. 우리나라는 택배를 받을 수 없으면 문 앞에 두고 가는 문화가 정착되어 있지만 여기는 직접 받지 못하면 우체국으로 택배를 다시 찾으러 가야 한다.

우리나라 우체국과 달리 USPS는 고혈압 유발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일 처리가 매끄럽지 못하다. USPS를 쓰지 않으려고 사설 택배 업체를 쓰는 경우도 많다.

결국 사촌 동생은 근처 우체국에서 직접 11kg짜리 택배를 짊어지고 왔고, 한국 별정 우체국의 꼼꼼한 편지와 포장을 집에 와서 풀어볼 수 있게 됐다. 레토르트 식품이나 파우치 모두 터진 곳 없이 무사히 도착했다.

사촌 동생은 라면은 몇 개 없어서 아껴 먹을 작정이라 뜯지 못한 점을 양해 바란다는 말을 남겼다.

YTN PLUS 최가영 기자 (weeping07@ytnpl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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