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이미 목 내놨다, 압박하면 더 팔 것"..조국 수사의 역설

박태인 2019. 9. 29. 1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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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경심 교수 주중 소환, 檢영장 청구할 듯
조국 법무부 장관이 29일 외출 뒤 서울 서초구 방배동 자택으로 들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검사들은 압박하면 더 파고든다. 이미 목을 내놓고 하는 수사다. 결과도 내놓으려 할 것이다"

검찰의 조국(54) 법무부 장관 일가에 대한 수사를 놓고 검찰 특수부 출신 변호사가 전한 말이다.

이 변호사는 "검찰 입장에서 물러서기가 어려운 상황"이라며 "압박을 받을수록 혐의를 찾으려 파고드는 게 검찰 특수부의 속성"이라고 말했다.

검찰에 대한 최근 여권의 강도 높은 비판과 주최 측 추산 80~200만명이 참석한 검찰 개혁 촛불 집회(경찰 별도 추산하지 않음)가 오히려 검찰의 강도 높은 수사를 초래하는 역설적 상황이 벌어졌다는 것이다.

법조계에선 주중 소환될 것으로 보이는 정경심(57) 동양대 교수에 대한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 여부가 그 첫번째 분수령이 될 것이라 보고있다.

검찰이 조국 법무부 장관의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 소환 조사를 앞두고 사모펀드 의혹 관련자들을 27일 동시에 불러 조사했다. 이날 밤 불 켜진 서울 서초동 중앙지검. [연합뉴스]


검찰, 정경심 곧 소환조사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고형곤 부장검사)가 조 장관 일가에 대한 대대적인 압수수색 한 달여 만에 정 교수에 대한 소환 일정을 최종 조율하고 있다.

소환 시점은 이달 30일에서 내달 3일 전후가 될 것으로 보인다.

조 장관의 5촌 조카이자 조 장관 일가가 투자한 사모펀드 코링크프라이빗에쿼티(PE)의 실제 대표로 의심받는 조범동(36)씨의 기소 전 구속기한 만료가 내달 3일이기 때문이다.

검찰은 그 전에 사모펀드에 자본을 댔던 정 교수에 대한 조사로 공범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

구속된 조국 법무장관의 5촌 조카가 구속 전 조사를 마친 뒤 16일 오전 호송차에 오르는 모습. [뉴스1]


정 교수, 조국 의혹의 핵심 정점
정 교수는 검찰이 수사 중인 조 장관 일가의 의혹과 관련한 큰 세 가지 줄기(사모펀드·입시부정·웅동재단 의혹) 중 두 줄기(사모펀드·입시 부정)의 핵심 관계자로 꼽힌다.

조 장관의 조사와 기소 여부를 두고도 정 교수의 진술이 결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입시 부정 혐의의 경우 정 교수는 자녀 대학 진학을 위해 자신이 재직 중인 동양대의 표창장을 위조한 사문서위조 혐의로 기소까지 된 핵심 피의자다.

사모펀드와 관련해선 정 교수가 코링크PE에 자본을 투자하고 투자처까지 관여한 정황이 드러나 투자사가 업무 운용에 개입하는 것을 금지한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도 받고있다.

정 교수는 그 외에도 가족의 자산을 관리해 준 한국투자증권 PB 김모씨를 통해 자택 컴퓨터의 하드디스크를 교체한 증거인멸교사 혐의도 의심받는 상태다.

28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앞에서 열린 검찰개혁·사법적폐 청산 촛불문화제에서 사법적폐청산 범국민시민연대 등 참가자들이 검찰 개혁과 공수처 설치를 촉구하고 있다. [뉴스1]
검찰은 정 교수를 소환해 사모펀드 관계자들의 주가조작 및 횡령 관련 혐의에 대한 관여 여부도 조사할 방침이다. 검찰은 지난 27일 사모펀드 관계자들을 대거 불러 조사를 진행했다.


검찰, 정경심 구속영장 청구할 듯
법조계에선 검찰이 정 교수에 대한 소환 조사 뒤 구속영장을 청구할 가능성을 높게 보고있다.

부장검사 출신 변호사는 "입시 부정은 다른 탈락자의 인생을 바꾼 중범죄로 구속 수사가 원칙"이라고 말했다.

지난 5월 서울중앙지검은 제자들이 작성한 논문으로 딸을 서울대 치의학전문대학원에 입학시킨 의혹을 받는 성균관대 이모 교수를 업무방해죄로 구속기소했다.

국정농단 수사 당시엔 정유라 학사비리에 연루된 최경희 전 이화여대 총장과 남궁곤 전 입학처장, 정유라에게 학점 특혜를 준 이인성 전 이화여대 교수가 모두 구속기소됐다.

최순실 씨 딸 정유라 씨 이화여대 입시 학사비리' 사건 관계자들이 재판을 받으러 법정에 출석하던 모습들. 왼쪽부터 최순실 씨, 이화여대 최경희 전 총장, 김경숙 전 신산업융합대학장, 남궁곤 전 입학처장. [뉴스1]


검찰, 입시 비리 전문 검사 투입
현재 조국 수사팀엔 당시 정유라 입시비리를 수사했던 고형곤 부장검사와 성대 교수를 구속시킨 원신혜 검사가 정 교수의 입시 부정 혐의를 수사 중이다.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 등 여권에선 검찰의 영장 청구를 기정사실화하며 "정 교수에 대한 검찰의 영장이 기각됐을 시 검찰이 책임을 져야한다"며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고 있다.

검찰 입장에선 실제 영장을 청구한 뒤 기각됐을 시 상당한 부담이 될 수 있는 부분이다.


영장 청구 두고 검찰 압박하는 與
검사 출신 변호사는 "검찰 입장에선 정 교수에 대한 영장 청구 없이 현 상황을 돌파할 수가 없다. 영장 기각 가능성이 있더라도 원칙을 유지하고 강하게 갈 것"이라 전망했다. "영장을 청구하지 않으면 않는대로 또 여권에서 비판할 것"이란 말도 덧붙였다.

사람사는세상 노무현재단 유시민 이사장이 28일 오후 경남 창원시 경남도교통문화연수원에서 '언론의 역할'을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연합뉴스]
영장전담판사 근무 경험이 있는 부장판사 출신 변호사는 "정 교수가 현직 장관의 부인으로 다른 참고인에게 영향력을 행사할 위치에 있는 점과 증거 인멸을 시도한 정황은 정 교수에게 불리한 요소고 검찰이 이미 다수의 증거를 확보한 점은 검찰에 불리한 요소"라고 말했다.


"조국 수사, 전선과 피아만 남은 상태"
일각에선 정 교수에 대한 영장 발부와 상관없이 검찰이 조 장관에 대한 소환 조사 뒤 기소까지 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도 나온다.

조 장관 관련 수사의 참고인 변호를 맡았던 한 변호사는 "이젠 조국 수사에는 찬반을 둘러싼 전선(戰線)과 피아(彼我)만 남은 상태 같다"며 "조국과 윤석열(검찰) 중 한쪽은 수사 결과에 책임을 져야 정리가 되는 상황이 됐다"고 말했다.

박태인 기자 park.ta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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