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 비상구 열려는 승객 탓 '황당 회항'

홍재원 기자 2019. 9. 29. 2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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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ㆍ프놈펜행 이륙 30분 만에 ‘에러’…수천만원 연료 버리고 착륙
ㆍ공항경찰대에 넘겨진 60대 한국 남성 “고의 아니었다” 진술

캄보디아 프놈펜행 아시아나항공 여객기가 비상구를 열려는 승객 탓에 회항하는 황당한 사고가 발생했다. 이 때문에 해당 여객기는 서해상에서 3시간 이상 선회하며 수천만원어치 항공유를 공중에 버려야 했고, 승객들은 불편을 겪었다.

아시아나항공은 “지난 27일 오후 7시30분 인천공항을 떠나 프놈펜으로 향하던 OZ739편(A321네오 기종) 여객기가 이륙 30여분 만에 ‘비상구 에러(오류) 메시지’로 긴급 회항해 11시30분쯤 인천공항에 다시 착륙했다”고 29일 설명했다.

항공기는 착륙할 때 연료 무게가 지나치면 랜딩기어(바퀴) 등이 부러져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해당 항공기도 연료를 버릴 시간이 필요해 3시간30분 동안 불안에 떠는 승객을 태운 채 서해 상공을 선회해야 했다.

프놈펜행 A321네오급 기종에는 연료를 40t 이상 싣는다. 싱가포르 항공유가 배럴(약 159ℓ)당 78.2달러인 점을 감안하면 약 2360만원어치 기름을 상공에서 날린 셈이다.

비상구 문을 열려고 한 승객은 누구이며, 왜 그랬을까. 아시아나는 “60대 초반 한국인 남성 ㄱ씨”라고만 밝혔다. 또 “기내에서 ㄱ씨에게 주류를 제공한 적이 없다”고 했다. ㄱ씨는 회항 직후 공항경찰대에 넘겨졌다. 그는 “문을 일부러 열려 한 게 아니라 어쩌다보니 레버에 몸이 닿았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비상구는 누구나 쉽게 열 수 있도록 설계돼 있다. 또 비상구 개폐 레버는 별도의 커버를 먼저 열어야 움직인다. 다만 레버를 젖히더라도 높은 고도에서는 큰 압력 차이 때문에 문을 열기는 어려운 게 사실이다.

원래 항공사 규정상 비상구 좌석에 만 65세 이상 승객 배정은 금지돼 있었다. 비상상황 때 승무원을 도와 승객 탈출 등을 돕는 역할을 맡는 자리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시아나는 올해부터 공간이 넓어 더 편한 비상구 쪽 좌석을 추가 금액을 받고 판매하기 시작했다. 동남아행은 5만원을 더 내면 된다. 이런 정책은 세계적인 추세고 대한항공을 제외한 국내 모든 항공사가 이를 도입했다. 아시아나 입장에선 공교롭게도 요금정책을 바꾸자마자, 그것도 65세 기준에 근접한 고령자가 비상구 쪽에 앉아 사고를 낸 것이다.

아시아나는 첫 이륙 후 8시간이 지난 28일 오전 3시30분 ㄱ씨와 내리겠다고 한 4인 가족을 제외한 176명을 태운 채 해당 여객기를 다시 프놈펜으로 띄웠다.

홍재원 기자 jwho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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