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멱칼럼]비논리가 지배하는 사회

최은영 2019. 9. 30.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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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대한민국은 지금 둘로 쪼개져 있다. 같은 사안을 놓고도 전혀 다른 문제의식이 난무하고 있는 것이다. 조국 법무부 장관이 자신의 집에 대한 압수수색 당시, 압수수색 팀장인 검사와 전화통화를 한 것을 두고도 여야 간의 문제의식은 확연히 다르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
는 “피의사실을 알려주는 정도가 아니고 아예 내통하고 있다는 것을 입증하는 자료라고 생각한다”며 야당과 검찰이 ‘내통’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한 반면, 야당인 자유한국당은 “검사 인사권과 (수사)지휘감독권을 가진 법무장관이 자기 집을 압수수색하는 팀장과 전화한 사실 자체가 불법”이라며 맞섰다. 법무부 장관은 개별 사건에선 검찰총장을 통해 지휘하게 돼있는데, 압수수색 당시 팀장과 통화했다는 사실은 직무집행 과정에서 법을 위반한 것이므로 탄핵사유에 해당한다고도 주장했다.

한마디로 여당은 ‘검찰과 야당의 내통 의혹’이 가장 중요한 문제이고, 야당은 조 장관의 통화가 ‘탄핵 사유’에 해당한다는 입장인 것이다. 조 장관이 압수수색 팀장인 검사와 통화했다는 한 가지 사안에 대해 전혀 다른 문제의식을 갖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여기에는 몇 가지 문제점이 존재한다. 먼저 지적할 수 있는 것은, 이번 사단의 원인이 과연 무엇인지부터 파악해야 하는데, 그런 부분이 결여돼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이 사안은 검찰과 야당의 내통의혹이 논란의 출발점이 아니라는 것이다. 만일 조 장관이 압수수색 팀장 검사와 통화를 하지 않았다면 야당과 검찰의 내통 주장이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조 장관과 팀장 검사의 통화 문제부터 따져야, 순서에 맞는다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여당 뿐 아니라 청와대까지 나서서 내통 의혹만을 강조하고 있다.

강기정 청와대 정무수석은 “검찰의 피의사실 공표는 큰 문제이며, 청와대도 나름의 준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언급은 조 장관과 압수수색 팀장 검사와의 통화가 논란이 되자 검찰 수사 관행의 폐단을 강조하면서 나온 말이다. 그런데 정작 강 수석은 지난 26일 전남 순천시 순천만생태문화교육원에서 열린 2019 대한민국 균형발전 정책박람회 기조강연에서 “한미정상회담이 진행 중이니 검찰에 수사를 해도 조용히 하라고 다양한 방식으로 전달했다”며 “검찰은 그 말을 듣지 않았고, 대통령이 한반도의 운명을 가르는 회담을 하는 시간에 우리가 보았던 그런 일(조 장관 자택 압수수색)을 했다”고 말해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뿐만 아니라 “검찰의 의도가 무엇인지 생각해봐야 한다”는 언급도 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강 수석의 이런 언급이 논란이 되는 것은, 청와대가 검찰의 수사에 대해 이래라 저래라 간섭했다는 의혹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강 수석은 “검찰에 의견을 전달했다는 것은 (조 장관 수사와 관련해) 페이스북에 올렸던 글과 당에서 쏟아진 다양한 발언들을 말한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자신이 한 말에 포함된 의혹을 해소하기에 충분한 해명이라고 보기에는 무리가 따른다. 다시 말해서 조 장관의 통화 사실과 강 수석의 발언 내용은 둘 다 논란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인데, 이런 사안들의 핵심에 대한 구체적인 접근 없이 검찰과 야당의 내통의혹 혹은 피의사실 공표에 관한 문제만 제기한다는 것은 논리적이지 못하다는 소리를 들을 만하다.

이런 비논리성은 현재 여권이 무척 당황하고 있다는 방증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와 관련돼서 지적하고 싶은 두 번째 부분은, 조 장관과 팀장 검사와의 통화를 여권은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지를 분명히 밝혀야 한다는 점이다. 이런 부분에 대한 언급 없이 ‘내통 의혹’이나 ‘피의사실 공표’ 문제만을 언급한다는 것은 국민적 공감대를 얻기에는 역부족이다.

세 번째로 들 수 있는 것은, 조 장관과 팀장검사와의 통화 사실을 공개한 것이 피의사실 공표에 해당하는가 하는 문제다. 해당 통화가 적절하지 못했다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인 점을 감안하면, 이런 적절치 못한 행위를 공개한 것을 두고 피의사실 공표 혹은 검찰과 야당의 내통이라고 표현하는 것이 과연 적절한 것인가 하는 부분도 정확히 설명돼야한다. 우리 국민들 대다수는 지금 상황의 근본을 꿰뚫어 보고 있다. 이런 점을 정치권이 간과하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 국민이 곧 유권자인데도 말이다.

최은영 (euno@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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