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블랙홀'에 두 쪽 난 대한민국.. 여야 '세몰이'만 집중

최형창 2019. 9. 30. 06:02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전문가들 '국론 분열' 우려/ 지난 주말 각각 대규모 집회/ 양 극단 갈려 세대결 치달아/ "靑·與野가 갈등 해소 나서야/ 檢 신속한 수사·마무리 필요"
28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초역과 중앙지검 일대에서 도로를 경계로 검찰 개혁 촛불 문화제(왼쪽)와 조국 법무부 장관 사퇴 촉구 집회가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조국 법무부 장관 일가의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지난 28일 조 장관을 지지하고 검찰개혁을 촉구하는 대규모 촛불집회가 열렸다. 같은 날 전국에서 지역별로 일제히 조 장관 파면 촉구 집회가 야권 주도로 열렸다. 촛불집회 주최 측은 앞으로 주말마다 집회를 열겠다고 밝혔다. 야권도 다음달 3일 서울 광화문에서 대규모 집회를 갖는다고 예고했다.

대한민국이 ‘조국 블랙홀’에 빠져 좀처럼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조 장관 퇴진과 검찰개혁 등을 놓고 두 쪽으로 갈려 광장과 거리에서 대규모 세대결로 치닫는 양상이다.

갈등을 해결해야 할 정치권은 내년 총선을 의식해 지지층 결집에 몰두하면서 되레 찬반 대립을 부추기는 모습이다. 이러다간 국론과 국민을 분열시키는 전철을 밟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조국 법무부 장관이 29일 외출 뒤 서울 서초구 방배동 자택으로 들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박근혜 대통령 탄핵 정국 전후로 시민들의 찬반 집회가 여야 정당의 무분별한 개입으로 격렬해지면서 심각한 후유증을 낳은 바 있다. 전문가들은 29일 양 극단으로 갈린 현 상황을 우려하며 문재인 대통령과 정치권은 해법을 위해 머리를 맞대야 한다고 주문했다. 검찰도 신속한 수사로 국민 갈등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없지 않다.

사법적폐청산 범국민시민연대는 전날 ‘제7차 사법적폐 청산을 위한 검찰개혁 촛불문화제’를 개최했다. 주최 측은 연인원 200만명이 참가했다고 주장했다.

더불어민주당 의원 10여명도 개인 자격으로 참가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중 일부는 “민란이 정치검찰을 제압하다”, “국민 분노가 하늘을 찔러 (윤석열 검찰총장이) 버틴다면 불행을 초래할 것”이라는 자극적 표현으로 검찰을 압박했다. 이인영 원내대표도 이날 페이스북에 “시민이 검찰을 이기고, 검찰권력의 주인은 다시 국민임을 명확히 했다”고 강조했다.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가 28일 오후 경남 창원시 의창구 두대동 창원 만남의 광장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경남도당 조국 파면 촉구 경남대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당은 전날 영남, 강원 등 8개 권역별로 일제히 조 장관 파면 촉구 집회를 열었다. 황교안 대표는 동대구역에서 열린 집회에서 “‘조국 사건’은 조국만의 문제가 아닌 문 대통령의 권력형 비리 게이트”라고 목청을 높였다.

야권은 내달 3일 문 대통령과 조 장관을 규탄하는 100만 광화문 집회를 예고해 광장의 갈등은 증폭될 것으로 보인다.

최창렬 용인대 교수는 세계일보와의 통화에서 “여야 정치권이 내년 총선을 앞두고 너무 지지층 결집에만 매몰돼 있다”며 “대통령이 (갈등을) 바로잡아야 하는데 어느 한쪽을 세게 경고하면서 갈등을 증폭시키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대규모 시위로) 검찰개혁에 대한 열망은 확인했지만 그것을 조 장관 수호로 봐서는 안 된다”며 “검찰은 수사를 하고 조 장관은 자기 임무를 수행하고 정치권은 자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문 대통령이 특권과 반칙이 없는 사회를 만들겠다고 했는데 지금까지 나온 것만 봐도 특권을 누려온 분이 과연 개혁을 추진할 수 있을지에 대해 의문을 갖는 사람이 많다”고 지적했다.

◆與 “檢 개혁 때까지 촛불 들 것” 野 “극렬한 소수가 여론 호도”

‘조국 공방’이 장외집회를 통한 세대결로 급속히 확전하고 있다. 여야는 주말 동안 벌어진 대규모 검찰개혁 촛불집회와 자유한국당의 권역별 조국 법무부장관 규탄집회에서 분출된 목소리를 아전인수식으로 해석하며 각각 ‘검찰개혁’과 ‘조국 사퇴’ 여론을 확산하는 데 주력했다. 일부 정치인은 거친 말로 쏟아내며 공방을 더욱 확산시켰다.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는 29일 페이스북에 전날 촛불집회와 관련해 “아마 그 자리에 함께하지 못한 국민들의 마음속에 켜진 촛불까지 합치면 1000만일 수도 있고 2000만일 수도 있을 것”이라며 “국민은 검찰에게 마지막 기회를 남겼고, 스스로 개혁하지 않고 검찰이 계속 거역한다면 검찰개혁의 그 순간까지 지속적으로 더 많은 촛불을 들겠다고 경고했다”고 주장했다. 조국 법무부 장관에 대한 검찰 수사가 장기화하는 가운데 촛불집회를 통해 드러난 민심의 분노를 반영해 검찰개혁을 완수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이다. 민주당은 이날 촛불문화제 열망을 등에 업고 당내 ‘검찰개혁 특별위원회’를 설치하기로 했다.

철저수사 촉구 삭발 28일 서울 광화문 교보빌딩 앞에서 나라지킴이고교연합 회원 등 관계자들이 조국 법무부 장관에 대한 철저한 검찰수사를 촉구하며 삭발을 하고 있다. 뉴시스
정의당도 이날 논평을 통해 “이제 검찰은 자기 보전을 위한 검찰로 남아 국민들의 심판을 받을 것인지, 분골쇄신과 환골탈태로 국민들을 위한 권력기관으로 거듭날 것인지 선택해야 한다”고 검찰을 겨냥했다.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경남 창원에서 가진 강연에서 조 장관에 관한 언론보도에 대해 “2009년 ‘논두렁 시계’ 보도와 똑같고 정도는 더 심하다”며 윤석열 검찰에 대해선 “총·칼은 안 들었으나 위헌적 쿠데타나 마찬가지”라고 윤석열 검찰을 맹비난했다.

반면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은 전날 촛불집회에 대해 문재인 대통령의 검찰 경고 메시지에 동조하는 이들이 대다수 참석했다며 집회의 정치적 파장과 여권 지지층의 결집 흐름을 차단하는 데 주력했다.

28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열린 검찰 개혁 촛불 문화제에서 참석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당 전희경 대변인은 페이스북에 “멀쩡한 상식과 이성을 가진 국민들께서 어제 (서울) 서초동 ‘조국 수호’의 몰이성의 아수라장을 우리 사회의 묵과할 수 없는 위기신호로 감지하셨으리라 믿는다”며 “극렬한 소수의 준동이 여론을 호도하며 더 대한민국을 흔들게 두시지 않으리라 믿는다”고 강조했다.

바른미래당 하태경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문 대통령의 모습은 대약진운동이 실패하자 권력을 지키기 위해 홍위병을 동원해 문화대혁명을 일으킨 모택동의 모습 그대로”라며 “국민은 ‘문(文)위병’을 동원해 법치주의를 파괴하고 나라를 두 쪽 내는 문 대통령을 그냥 보고만 있지 않을 것”이라고 ‘홍위병’ ‘문위병’ 등의 험구로 비판했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지난 27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점심식사를 하기 위해 구내식당으로 향하고 있다. 뉴시스
야당은 검찰개혁 촛불집회 참석 인원 규모를 놓고도 공세를 펼쳤다. 한국당 박성중 의원은 “시위대 점령 지대인 ‘누에다리∼서초역’까지 과거 경찰의 시위대 인원 추산 방법을 적용하면 집회 참석 인원은 3만3000∼5만명 수준”이라고 주장했다. 바른미래당 이준석 최고위원도 페이스북에 “200만명은 말이 안 되는 수치로 10만∼20만명 정도로 추산하면 될 거 같다”고 말했다. 주최 측인 사법적폐청산 범국민 시민연대는 150만∼200만명이 집회에 참가했다고 추정했다. 경찰은 공식적인 추산 인원을 밝히지 않았다.

최형창·이귀전·김청윤 기자 calling@segye.com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