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여담>함박도

기자 입력 2019. 9. 30. 12:12 수정 2019. 9. 30. 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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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지박처럼 생겼다고 해서 함박도(咸朴島)다." 서해 최전방 함박도의 관할을 둘러싸고 논란이 불거지자 국방부가 지난 24일 출입기자단을 인근 말도(唜島)로 초청했을 때 관계자가 한 말이다.

9·19 남북 군사합의 위반을 따져야 할 국방장관은 27일 함박도 관련 국회 대정부 질문 답변에서 "정전협정 때부터 관할권 자체는 북한에 있다"며 "세부적인 현장 조사 없이 왜 이렇게 행정조치가 잘못됐는지 면밀하게 조사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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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성규 논설위원

“함지박처럼 생겼다고 해서 함박도(咸朴島)다.” 서해 최전방 함박도의 관할을 둘러싸고 논란이 불거지자 국방부가 지난 24일 출입기자단을 인근 말도(唜島)로 초청했을 때 관계자가 한 말이다. 함지박이라고도 하는 함박은 순우리말로, 통나무의 속을 파서 큰 바가지처럼 만든 그릇이다. 밀짚모자나 화로의 테두리 같은 ‘전’이 없어 밋밋하긴 하지만 안팎은 매끈하게 다듬어져 있다. “(함박처럼) 지형이 울퉁불퉁하다”고 한 군 관계자의 설명은 사실과 다르다. 함박의 외형이 울퉁불퉁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대개는 잊고 있지만, 54년 전인 1965년 10월 29일, 이 함박도에서 어민 피랍 사건이 있었다. 함박도 개펄에 조개잡이를 나섰던 볼음도·주문도·아차도 등의 남녀 어민 109명이 인민군에 납치된 ‘함박도 어부 납북’ 사건이다. 사건 22일 만인 11월 20일, 104명만이 판문점을 통해 귀환했을 뿐 폭침된 배의 선장과 기관사 등 5명은 돌아오지 못했다. 월간조선 10월호에 따르면 함박도는 “1965년까지는 공군 (관할) 섬”으로, 공군 첩보부대원들의 귀환 경유지로 사용되고 있었다. 그런데 이 사건 이후 함박도 경유 대북 첩보활동은 끝이 났고, 섬 경비는 해병대에 맡겨졌다고 한다.

현재 함박도는 등기부상 인천광역시 강화군 서도면 말도리 산 97번지의 임야로, 면적 1만9971㎡인 무인도다. 박정희 정부 때인 1978년 미등록 도서 신고 때 강화군청 소속 섬으로 등록됐는데, 국가 소유로 산림청 관할이다. 그런데 북한은 2017년 함박도에다 레이더 장비와 인민군 숙영 막사(30명 규모) 등 군사시설을 지었다. 9·19 남북 군사합의 위반을 따져야 할 국방장관은 27일 함박도 관련 국회 대정부 질문 답변에서 “정전협정 때부터 관할권 자체는 북한에 있다”며 “세부적인 현장 조사 없이 왜 이렇게 행정조치가 잘못됐는지 면밀하게 조사하고 있다”고 했다. 국무총리도 우리 영토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설령 함박도가 서해 북방한계선(NLL) 북쪽 700m 해상에 있다 하더라도, 등기부상 소유권자가 국가인 섬을 법률 검토나 국민적 동의도 없이 굳이 관할이 아니라고 하는 것은 국토 수호 책무를 소홀히 하는 것이다. 해상 군사분계선에 근접해 관할에 문제가 있다면, 최소한 ‘중립 도서’로 분류해 비무장지대(DMZ)처럼 관리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할 일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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