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초동·광화문으로.. 여야, 광장 세 대결에 '정치 실종'

김혜영 입력 2019. 10. 1. 0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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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 국면 전환 기회로 “정경심 기소 땐 2배 넘는 촛불 모일 것”

한국당 “3일 도심 150만 집회” … 전문가 “정권 존폐 내전 양상”

28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앞에서 열린 검찰개혁 촉구 집회(왼쪽)와 같은날 오후 대구시 동구 동대구역 광장에서 열린 자유한국당의 조국 파면 촉구 집회(오른쪽)의 모습. 뉴스1. 연합뉴스.

다시 광장의 시간이다. ‘촛불 시민’과 야당이 각각 ‘검찰개혁’과 ‘조국 파면’을 들고 거리로 향하면서다. 특히 지난 28일 서울 서초동 일대에서 열린 ‘검찰개혁 촛불집회’는 예상 밖 규모와 강한 검찰개혁 목소리로 ‘3년 만의 촛불 광장의 귀환’을 선포하며 여당을 고무시켰다. 이에 장외투쟁을 이어 온 자유한국당이 개천절인 3일 광화문 집회에서 ‘세 대결’을 예고하면서 정치권과 시민사회는 다시 나란히 광장의 시간을 직면하게 됐다. 정작 입법의 열쇠를 쥔 국회는 당파성 짙은 정쟁 속에 ‘사법개혁 및 검찰개혁’의 구체안을 두고 마주앉지조차 못한 상태다. 20대 국회가 내내 보류해 온 국회의 시간, 정치의 시간이 언제쯤 열릴지는 기약이 없다.

30일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촛불의 함성이 만든 ‘국면 전환’의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국민의 목소리는 과잉수사를 일삼는 검찰, 이를 정쟁의 수단으로만 삼는 일부 야당에 경종을 울린다”며 “검찰개혁이 더 미룰 수 없는 시대의 사명임을 선언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중진 의원들도 사안의 프레임이 ‘조국 법무부 장관의 특혜 논란’에서 ‘검찰개혁’으로 넘어갔다며 연신 기대감을 비쳤다. 5선의 이종걸 의원은 이날 CBS라디오에 나와 “촛불 민심은 조 장관의 개인적 흠보다는 검찰개혁을 어떻게 해야 하느냐는 논의로 이동한 것 같다”며 “시민들은 문재인 대통령을 지키기 위해 조 장관을 통해 검찰개혁을 하는 게 좋겠다는 입장을 강하게 밝힌 것”이라고 말했다. 4선의 안민석 의원도 YTN라디오에 출연해 “10월은 촛불 들기 딱 좋은 계절”이라며 “정경심 교수 기소가 현실화되면 지난주보다 2배가 넘는 촛불이 모일 것”이라고 기대했다. 검찰 수사 견제의 동력을 분출된 촛불민심에서 얻겠다는 계산이다.

장기전이 된 자유한국당의 장외 투쟁에는 기름이 끼얹어졌다. 황교안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친문 세력이 조국과 이 정권이 저지른 불의와 불공정에는 눈을 감고 도리어 검찰을 겁박했다”고 반발했고, 나경원 원내대표는 “정권이 문 대통령의 홍위병을 앞세워 사법쿠데타를 벌이고 있다”고 극한 투쟁을 예고했다. 한국당은 개천절 도심에서 대규모 장외집회를 열기로 했으며, 목표 인원 150만명을 공언하며 대대적인 군중 동원에 나섰다.

정치권의 시선이 온통 광장으로 향하자 전문가들은 “의회민주주의 상실”을 우려한다. 박상훈 정치발전소 학교장은 “민주주의는 시민들 간 여러 의견이나 서로 다른 이익을 정제, 매개, 조정, 타협하는 다원적 정치과정이어야 하는데 이게 누락되면 남는 것은 세 대결뿐”이라며 “지금 대통령도 야당도 지지자들의 최대 동원을 요청하는 듯한 상황이 돼 점점 정치적 해결의 여지는 줄고 있다”고 우려했다.

특히 지지층 결집을 위해 양당이 오히려 극단적 대립구도를 부추긴다는 지적도 나온다. 최창렬 용인대 통일대학원장은 “지나친 ‘조국 몰이’로 보수층을 결집하려는 한국당이나, 현 국면을 정권수호 프레임으로 활용하려는 민주당이나, 상황을 정치공학적으로만 보고 정치의 작동을 가로막고 있다”며 “이성을 찾고 검찰개혁을 위한 실제적 논의에 집중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무엇보다 정치 부재를 우려하기보단 계급, 세대, 공정을 향한 외침이 소거되고 ‘검찰개혁’으로만 프레임이 집중되는 듯한 상황을 반기는 여당 태도가 우려된다는 분석도 나온다. 김만흠 한국정치아카데미 원장은 “검찰개혁이 중요한 쟁점인 것은 사실이나 광장에서 검찰개혁만이 주 쟁점이 된 사실만 반가워하는 것은 결국 정치를 죽이는 행태”라며 “정치는 본래 주어진 쟁점에 대한 해결 그 자체여야 하지 않냐”고 말했다. 박 학교장 역시 “광장에서의 세 대결이 다원적 정치과정, 국정운영을 대신할 수는 없다”며 “세 대결의 결론은 ‘최고 권력의 존립과 폐위를 둘러싼 대결’뿐이다”라고 지적했다. 또 “정치가 실종된 민주주의는 결국 시민 간 전쟁, 내전이 될 수밖에 없다”며 “바로 지금이 그 단계로 들어서기 직전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김혜영 기자 shine@hankookilbo.com

류호 기자 h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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