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방생용 중국줄무늬목거북, 수입도 사육도 안 된다

멸종위기 남생이와 교잡종 확인, 유전자 순수성 해쳐 생태계 교란 생물로 지정

중국줄무늬목거북. 위키피디아

애완용ㆍ종교계 방생용으로 수입되던 중국줄무늬목거북이 야생으로 무단 방생되면서 국내 멸종위기종인 남생이와 교잡하는 방식으로 고유종의 순수성을 훼손시킬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정부는 멸종위기동물로 지정된 남생이의 유전자를 보호하기 위해 중국줄무늬목거북을 생태계 교란 생물로 지정해 관리하기로 했다.

환경부는 국내 생태계 균형을 교란할 우려가 큰 중국줄무늬목거북, 리버쿠터, 왕우렁이, 미국선녀벌레, 갈색날개매미충, 마늘냉이 등 6종을 생태계 교란 생물로 지정ㆍ관리하기 위해 ‘생태계교란 생물 지정고시’ 일부 개정안을 행정예고한다고 1일 밝혔다.

생태계 교란 생물은 생태계에 미치는 위해가 큰 것으로 판단돼 환경부 장관이 지정·고시하는 생물이다. 생태계 교란 생물로 지정되면 학술연구나 교육, 전시 등 예외적인 조건으로 지방환경청의 허가를 받은 경우 외에는 수입, 반입, 사육, 재배 등이 금지된다.

국립생태원에 따르면 중국 대만 베트남이 원산지인 중국줄무늬목거북은 서울, 부산, 대구, 광주, 울산, 대전, 제주 등 13곳에서 서식하고 있다. 이 가운데 대전과 경남 진주에서는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인 남생이와 공서(共棲)하고 있는데, 지난해 경기 화성시의 남생이 농장에서 중국줄무늬목거북과 교잡종이 확인된 터라 국내 남생이 고유 유전자 보호에 비상등이 커졌다. 과거 큰입배스, 황소개구리 같은 외래종들은 고유종의 상위 포식자로 왕성한 번식력으로 고유종을 싹쓸이해 ‘생태계 교란 생물’로 지정됐다. 중국줄무늬목거북처럼 고유종, 특히 멸종위기종과 같은 희귀종과 교잡해, 종 순수성을 오염시킬 우려가 있어 생태계 교란 생물로 지정되는 것은 이례적이다. 게다가 거북류의 80% 이상에서 살모넬라균이 발견된다는 연구 결과가 있는 만큼 인간과 접촉할 경우 살모넬라균 전염으로 설사, 두통, 발열, 복통 등을 일으킬 수도 있어 보다 철저한 관리가 요구된다.

국립생태원 생태보전연구실 관계자는 “국내 수입되고 있는 외래 거북류는 아시아에서 약 79%가 수입되고 이 중 중국에서 수입되는 비중이 76.7%로 압도적으로 높다”며 “외래 거북류에 대한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관리, 검역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향후 국내 서식하고 있는 민물 거북류에 대해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미국에서 주로 서식하는 반수생 거북인 리버쿠터도 생태계 교란 생물로 지정될 전망이다. 리버쿠터는 연못, 저수지, 강 등에서 물고기와 개구리, 곤충까지 닥치는 대로 잡아먹으며 생태계의 무법자로 불리는 붉은귀거북과 생태 습성이 비슷할 뿐 아니라 번식활동이 더 활발해 위협적인 존재로 알려져 있다. 농가에서 친환경 벼 재배를 위해 남미에서 수입됐으나 오히려 농가에 피해를 주고 생태계를 교란하는 왕우렁이, 과수작물에 심각한 피해를 주고 있는 갈색날개매미충과 미국선녀벌레 등도 생태계 교란 생물로 지정될 예정이다. 대규모 군락을 형성해 다른 식물의 생육을 억제하는 마늘냉이는 이번에 식물로선 유일하게 생태계 교란 생물에 포함됐다. 환경부는 1일 개정안을 행정예고한 뒤 여러 의견을 수렴해 다음달 중으로 최종 확정할 방침이다.

고경석 기자 kave@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