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괄임금제 폐지·주52시간 반갑지만은 않은 게임업계

이진규 2019. 10. 2.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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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제는 1~2번 흡연실을 찾을 뿐이다.

대형 게임업체들이 포괄임금제 폐지와 주52시간 근무제 도입을 잇따라 추진하는 과정에서 과도기적 진통을 겪고 있다.

게임개발 과정에서 직원들의 야근이 잦은 만큼 중소 게임업체에 포괄임금제 폐지와 주52시간 근무제는 치명적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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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퇴근·야근비 보장 만족하지만
기계적 근무시간 체크에 사생활 침해 등 불만도
중소 게임업체는 도입 앞두고 인력 부족 호소

[아시아경제 이진규 기자] # 엔씨소프트에서 근무하는 '헤비 스모커' 김모씨는 하루 근무 중 4~5번 흡연실에서 담배를 피우며 스트레스를 풀었다. 하지만 이제는 1~2번 흡연실을 찾을 뿐이다. 그마저도 5분 이내에 서둘러 제 자리로 돌아와야 한다. 카페나 흡연실에 5분 이상 있을 경우 근무 시간에서 제외된다는 규정 때문이다. 이참에 담배를 끊을까도 생각하지만 "달라진 규정이 불편하다"면서 또 한 대를 피울 뿐이다.

# 넷마블 직원 이모씨는 오전 10시 가족으로부터 걸려온 전화를 받느라 회사 복도에서 16분을 보냈다. 그 순간 이씨의 업무용 PC 비가동 시간은 15분을 넘어섰다. 이씨는 "급한 일이어서 불가피한 통화였다"고 회사에 소명하려다가 절차가 귀찮고 해서 16분을 근무시간에서 제외했다. 그 이후로 이씨는 개인적인 전화가 올 때마다 시간을 확인하는 버릇이 생겼다. 그는 "회사가 규정을 도입한 취지는 이해되지만 너무 비인간적이라는 생각을 할 때가 있다"고 토로했다.

대형 게임업체들이 포괄임금제 폐지와 주52시간 근무제 도입을 잇따라 추진하는 과정에서 과도기적 진통을 겪고 있다. 달라진 회사 규칙이 낯선데다 현실적이지 않다는 불만이 제기되는 가운데 새로운 제도의 안착을 위해서는 적극적으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의견이 맞서는 것이다. 과거와는 전혀 다른 근무체계여서 새로운 제도가 안착하기까지는 잡음이 이어질 전망이다.

◆"개인적 전화는 업무 아냐" vs "비인간적"=2일 게임 업계에 따르면 엔씨소프트와 넷마블은 이달부터 포괄임금제를 폐지하고 주52시간 근무제를 도입하면서 새로운 근로시간 제도를 적용했다. 근무시간은 줄어드는데 야근비까지 챙겨줘야 하는 만큼 효율적인 근무체계를 도입하려는 것이다. 이를테면 비업무 공간에 있거나 PC가 가동되지 않으면 근무시간에서 제외하는 방식이다. 직원들은 업무시간을 엄격하게 체크하는 대신 퇴근을 눈치 보지 않고 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만족감을 드러내고 있지만 불만 섞인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게임 개발은 공장 컨베이어에서 제품을 찍어내는 것과 달리 창의적인 업무"라며 "과연 개발자가 책상에 오래 앉아있는다고 해서 창의적인 게임이 나올지 의문"이라고 털어놨다.

포괄임금제를 폐지한 지 한 달이 넘은 넥슨도 어수선하기는 마찬가지다. 넥슨 노조 측은 근무시간 체크로 인한 문제점들에 대해 내부 설문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설문조사 결과를 토대로 사측과 협의할 방침이어서 벌써부터 노사간 갈등이 커지고 있다.

◆"중소업체는 주52시간 유예해야"=과도기적 진통을 겪고 있지만 대형 게임사들이 52시간 근무제를 도입한 것과 달리 중소 게임업체들은 내년 적용을 앞두고 고충을 토로하고 있다. 게임개발 과정에서 직원들의 야근이 잦은 만큼 중소 게임업체에 포괄임금제 폐지와 주52시간 근무제는 치명적이라는 것이다. 중소 게임업체들은 직원 수 300명 이하 업체엔 주52시간 근무제 적용 시기를 늦춰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중소게임 업체 관계자는 "주52시간 근무제를 지켜야 하는데 인력은 부족해 게임 출시일정을 맞추기 점점 어려워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다른 중소게임 업체 관계자는 "결국 사람을 추가로 뽑아야 하는데, 인건비를 감당할 수 있겠냐"며 고충을 토로했다.

한국게임학회장을 맡고 있는 위정현 중앙대 교수도 "포괄임금제 폐지와 주52시간 근무제 도입은 중소 게임업체의 몰락으로 이어져 게임 생태계를 파괴할 것"이라며 "적어도 500인 미만 게임업체엔 주52시간 근무제 적용을 유예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위 교수는 "게임업계는 창의적인 콘텐츠로 승부하는 시장이라 제조업과 달리 근로시간이 중요하지 않은 업종"이라며 "성과분배가 더 중요하기 때문에 제조업의 논리를 게임업계에 그대로 적용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진규 기자 jkm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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