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성애 옹호자 낙인" 장신대 신학생 목사고시 합격 취소에 결국 자퇴
[경향신문]
장로회신학대학교 신학대학원 학생 2명이 목사고시에 합격하고도 동성애를 지지했다는 이유로 합격이 취소됐다. 학생 1명은 결국 학교에 자퇴원을 제출하고 신학 공부를 그만뒀다.
대한예수교장로회(통합) 총회 고시위원회는 지난달 6일 전체회의를 열어 목사고시생 중 장신대 신학대학원 학생 안모씨(23)와 오모씨(25)에 대해 ‘면접 불합격’ 처리하기로 최종 결의했다. 예장통합은 국내 개신교의 대표적 교단으로 소속 교회 9050곳, 신자 278만여명에 달한다.
고시위원회는 지난 7월 안씨와 오씨를 포함해 목사고시 합격생 명단을 확정했지만 자문기구인 ‘동성애대책위원회’가 문제를 제기했다. 안씨와 오씨에게 ‘동성애 옹호자’ 혐의가 있다는 이유였다.
장신대 총학생회장이었던 안씨는 지난해 11월 김지학 한국다양성연구소장을 강사로 초청해 난민·성소수자 등을 주제로 ‘인권 아카데미’를 열었다. 오씨는 ‘국제 성소수자 혐오 반대의 날(아이다호 데이)’인 지난해 5월17일 다른 학생들과 함께 성소수자를 상징하는 무지개색 옷을 맞춰 입고 학교 예배수업(채플)에 참석했다. 장신대는 이들을 징계했지만 지난 7월 법원은 이들의 징계 처분을 무효라고 판결했다.
지난 8월 안씨와 오씨는 고시위원회에 “우리가 한 행동은 동성애를 조장하거나 옹호한 행위가 아니며 다만 사회적 차별과 소외를 당하는 동성애자들을 향해 사랑을 전하고자 했다”고 소명했지만 결국 합격은 취소됐다. 안씨는 지난 1일 장신대에 자퇴원을 제출했다.
정병주 고시위원장은 2일 경향신문과의 통화에서 “두 학생이 ‘동성애 옹호자’이기 때문이 아니라 동성애자 인권 보호 활동들이 교단의 시각에서 오해의 요소가 있어 근신 차원에서 불합격 결정했다”며 “총회대의원 1500명이 이미 보고를 받았기 때문에 합격 취소가 번복되는 일은 없다”고 말했다.
안씨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제 신앙과 양심은 계속 부정당하고 끊임없는 감시 속에 살아야 한다”며 “말 그대로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단지 몸이 버티기 어렵다는 생각이다. 예장통합에서는 청년의 꿈도 상상도 허용되지 않는다. 제가 무슨 힘으로 더 신학을 공부할 수 있겠냐”고 했다. 안씨는 자퇴서 사유란에 “총회에서 저에 대한 ‘동성애 옹호자’ 낙인이 확정됐다. 저는 이 교단에서 목회자가 될 수 없다. 신학도 계속 공부할 수 없다”고 적었다. 안씨는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아 지난달 10일 예배실에서 호흡곤란으로 의식을 잃고 쓰러지기도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장신대 교수 51명은 지난달 23일 성명을 내 “교단의 품에서 훈련받고 이제 교회를 섬기기로 결단한 목사후보생이 첫발을 내딛기도 전에 충격을 이기지 못하고 쓰러졌다”며 “간절한 마음으로 불합격 조치에 대한 재고를 호소한다”고 했다.
허진무 기자 imagi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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