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한국당 이명수 의원, '신동빈 국감 소환' 압박하며 '지인에 3억 지급' 롯데에 요구

홍재원 기자 2019. 10. 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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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이명수 한국당 의원 | 신동빈 롯데 회장

지난 4월 롯데 실무자 면담 때 “거절하면 증인으로 부르겠다” 사실 확인 땐 ‘직권남용’ 논란 이 의원 “금액 특정·협박 안 해” 신 회장 7일 ‘복지위 증인’ 채택

이명수 자유한국당 의원이 ‘국정감사 증인 소환’을 내세워 특정 기업 총수를 상대로 “지인에게 3억원을 주라”고 사실상 협박한 정황이 드러났다. 이는 국회의원의 국감 관련 권한을 벗어난 직권남용이란 지적이 나온다. 이 의원은 그러나 “금액을 특정하거나 협박한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롯데그룹 고위관계자는 2일 “이 의원이 지난 4월 그룹 실무자 면담을 통해 ‘후로즌델리를 운영하던 전모씨(43)에게 3억원을 주라’고 요구해왔다”며 “ ‘들어주지 않으면 신동빈 회장을 국감 증인으로 부르겠다’고 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이런 요구는 롯데가 배임죄 위험을 감수하고서라도 금전을 마련해 이 의원의 지인에게 제공하라는 뜻”이라며 “국회의원의 권한을 벗어난 노골적인 협박”이라고 말했다.

이 의원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으로, 최근 그의 신청으로 보건복지위는 신 회장을 오는 7일 열리는 전체회의에 국감 증인으로 채택했다. 보건복지위에 따르면 롯데 식품계열사인 롯데푸드는 식품안전기준 강화 문제로 5년 이상 협력관계를 유지하던 후로즌델리와 2010년 거래를 청산했다. 후로즌델리는 이 의원 지역구인 충남 아산에 있었으며, 전씨는 이 의원과 공정거래위원회 등에 민원을 제기했다. 결국 롯데푸드는 전씨에게 7억원을 지급해 합의하고 공정위에서도 사건을 종결했다. 그러나 롯데에 따르면 이 의원은 수년간 계속 이 문제를 거론하면서, 올해 3월 이후에만 5~6차례 전씨에 대한 추가 지원과 신 회장 국감 소환 등을 연계 언급하며 롯데를 압박했다.

법조계에 따르면 이 의원의 이 같은 행위는 직권남용이나 경우에 따라 뇌물죄에 해당할 수 있다.

이 의원은 통화에서 “롯데 측에 ‘어느 정도 합의금을 주고 적절히 사태를 해결하라’는 취지로 말한 적은 있다”면서도 “3억원 등 금액을 특정해서 말한 적은 없다”고 해명했다. 그는 “대기업 ‘갑질’에 큰 피해를 입은 지역 중소기업인을 챙기는 것은 국회의원의 당연한 권리이자 의무”라며 “롯데가 의원의 중재를 협박이라고 받아들이는 건 이해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이명수 의원 지인, 롯데푸드에 50억 요구 합의 불발 다음날 신동빈 국감 증인 채택

‘국감 소환’ 뒷거래 의혹

롯데 측 “합의금 마련 땐 횡령·배임 우려” 난색 표명에도 “회장님에게 보고하라” 전화로 국감 전 합의 압박한 이 의원“갑질 민원으로 알게 된 사이…후원금 등 돈거래는 없었다”

이명수 자유한국당 의원이 “(신동빈) 회장님 국감 나오게 할 거냐”며 ‘돌직구 협박’을 한 것으로 파악됐다. 주요 그룹 총수들이 청문회나 국정감사 등에 소환되는 걸 극도로 경계한다는 점을 집요하게 파고든 것이다.

정치권과 법조계는 이 의원의 이런 요구는 통상의 의정활동 범위를 넘어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 “회장님 국감 나오게 할 거야?”

2일 롯데그룹에 따르면 이 의원은 지난 4월16일 오후 롯데그룹 지주사 실무관계자를 국회로 불러 직접 압박에 나섰다. 이 의원은 “롯데푸드는 해결할 의지나 능력이 없는 것 같다”며 “지주(그룹) 차원에서 분쟁을 해결해달라”고 요구했다. 그러면서 후로즌델리 대표 전모씨(43)의 요구가 과도하다면 “3억원 정도에 합의하라”고 했다.

롯데지주 관계자가 “롯데푸드가 합의금을 마련하면 횡령 또는 배임에 걸릴 수 있다”고 난색을 표하자, 이 의원은 “국정감사가 9월인데 회장님을 증인 출석시킬 수는 없지 않으냐”며 “회장님에게 보고를 하라”고 했다. 이 의원은 지난 3월27일과 7월9일 등 여러 차례 롯데푸드에 직접 전화해 “시간을 끌어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국감 전에 합의하라”고 했다.

압권은 지난달 23~24일 벌어진 일이다. 이 의원은 23일 오전 롯데푸드 사장에게 “전씨와 합의가 안되면 회장님을 국감 증인으로 신청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같은 날 오후엔 전씨가 롯데푸드 사장을 만나 50억원을 요구했다. 합의가 불발되자 이튿날 이 의원이 신 회장을 국감 증인으로 신청했다.

■국감 소환권이 ‘뒷거래 온상’으로

보건복지위원회 더불어민주당 간사인 기동민 의원은 “이 의원의 신 회장 증인 신청은 누가 봐도 과도하다”면서도 “어쩔 수 없이 동의해준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기 의원은 “후로즌델리 건이 최근 이슈도 아닌데 롯데 회장까지 부를 필요가 있느냐는 차원에서, 원래는 간사들이 채택하지 않았다”며 “그러나 이 의원이 ‘모든 비판은 내가 책임지고 감수하겠다’고 했고 국감 증인 전체를 여야가 ‘패키지 딜’ 하는 상황에서 신 회장 채택을 끝까지 반대할 수 없었다”고 전했다.

국감 증인 채택 여부가 자칫 불법의 온상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김성태 한국당 의원이 2012년 이석채 당시 KT 회장의 국감 증인 채택을 막아준 대가로 딸을 해당 회사에 특혜 입사시켰다는 의혹이 불거지자 서울남부지검은 최근 김 의원에게 뇌물죄를 적용해 기소했다. 대형로펌의 한 변호사는 “이 의원에겐 직권남용죄가 적용될 가능성이 있다”며 “전씨와의 금전거래 여부 등에 따라 이 의원의 3억원 지급 요구는 뇌물 요구로 간주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 이명수 “금전거래 없어”

이 의원은 “전씨는 후로즌델리 관련 피해 민원으로 처음 만나 알게 된 사이”라며 “3억원 등 특정 액수를 얘기한 적은 한 번도 없고 롯데 ‘갑질’의 피해 기업을 챙겨주라는 차원의 얘기만 했다”고 말했다. 그는 “차용이나 후원금 등 전씨와는 어떤 형태의 금전거래도 없었다”고 강조했다. 이 의원은 “롯데푸드와 전씨가 7억원으로 합의했는데 그 외에 추가 조항으로 전씨가 납품을 하도록 해준다는 합의가 있는데 롯데가 이를 지키지 않고 있다”며 “이런 문제를 국회에서 전반적으로 따져 묻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홍재원 기자 jwho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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