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미사일 2발" 잘못 짚고도..日 "그래도 한국 정보는 필요없다"

서승욱 2019. 10. 3. 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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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소미아 의식해 서두르다 2개로 잘못 발표"
총리관저에서도 "초기 정보 부족했다"인정
방위성 간부,요미우리에 "미국 위성정보로 충분"
"북한 SLBM실전배치시 지소미아 필요성 커져"

"조기경계위성을 가진 미군으로부터 정보가 들어오기 때문에 한국측의 정보는 별로 필요하지 않다."

스가 요시히데 일본 관방장관.[중앙포토]
‘2일 북한이 발사한 탄도미사일과 관련해 한국은 지소미아(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에 따른 정보 제공을 일본에 요청했는데 일본은 왜 안했느냐'는 질문에 일본 방위성의 간부가 이같이 답했다고 요미우리 신문이 3일 보도했다.

전날 정경두 국방장관이 “일본측에 정보제공을 요청했다”고 밝힌 것과 관련해서다.

일본 외무성 간부도 "지소미아의 필요성을 한국측이 알고 있지 않겠느냐”며 한국에 지소미아 종료 결정의 철회를 촉구해 나갈 생각을 요미우리에 밝혔다.

이런 발언들을 종합할 때 일본 정부는 지소미아를 통한 양국 간 정보 교환이 한국에만 특히 도움이 되는 듯한 태도를 견지하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2일 “북한이 미사일 2발을 발사한 것으로 보인다”고 발표했다가 뒤늦게 "1발인데 분리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정정하는 등 혼선을 빚은 쪽은 오히려 일본이었다.

북한이 지난 2일 신형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북극성-3형'을 성공적으로 시험발사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3일 보도했다. 사진은 중앙통신 홈페이지에 공개된 북극성-3형 발사 모습. [연합뉴스]
이와 관련, 마이니치 신문은 3일자에서 “지소미아 파기(종료 결정)가 미사일 대응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진단했다.

신문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가 잦았던 2016~2017년의 경우 일본 정부는 발사 직후엔 ‘발사체’정도로만 설명하고, 상세한 분석과 북한의 발표를 거친 뒤에야 '미사일' 또는 '로켓탄' 등으로 특정하는 경우가 많았다”며 “하지만 최근엔 발사 직후에 ‘탄도미사일로 보인다’는 식으로 발표하는 사례가 늘었다”고 했다.

그 이유에 대해 마이니치는 “한국이 8월 지소미아 종료를 통고하자 ‘일본에 미칠 영향은 작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빨리 정보를 내려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는 일본 정부 관계자의 말을 전했다.

‘지소미아가 종료되도 일본은 괜찮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무리하게 발표를 서두르다 실수를 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다.

도쿄신문도 “한국과의 관계악화가 정보수집에 영향을 줬을 가능성이 있다”며 “총리 주변에서도 ‘초기 단계에서의 정보가 부족했다’고 인정하는 목소리가 나온다”고 했다.

이와 관련,요미우리 신문은 “북한이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실전 배치하면 잠수함을 통한 경계감시 활동이 더 중요해진다”며 “북한의 잠수함은 한국군 작전해역을 통과하는 경우가 많아 출항 직후엔 한국군의 정보가, 그 뒤엔 대잠초계능력이 뛰어난 일본 자위대의 정보가 유익하다”고 지적했다.

SLBM 개발이 진전될수록 지소미아를 유지할 필요성이 한·일 양국에 더 커진다는 주장이다.

일본 정치권에서도 한·미·일 공조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니카이 도시히로(二階俊博) 자민당 간사장 [연합뉴스]

니카이 도시히로 (二階俊博)자민당 간사장은 2일 관련 대책회의에서 "일이 벌어질 때마다 정부는 ‘미국, 한국과 긴밀히 연계한다'고 말하지만, 도대체 어떻게 연계하고 있다는 건가. 발사 징후를 사전에 파악조차 못하는 레벨인지 국민들은 의문을 갖고 있다”고 목청을 높였다.

그는 얼마전엔 한·일 관계 악화에 대해 “일본이 한국에 양보할 건 양보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대북 압력노선으로 회귀해야"=아베 정권과 거리가 가까운 산케이 신문이 사설에서 “미국을 다시 ‘최대한의 압력’노선으로 복귀시키지 않으면 안된다”고 주장하는 등 일본내에선 이번 미사일 발사를 계기로 “지금은 김정은에게 조건없는 대화를 제안할 때가 아니며, 강경노선으로 되돌아가야 한다”는 주장이 커지고 있다.

하지만 스가 요시히데(菅義偉)관방장관은 3일 오전 정례브리핑에서 "안보리 결의의 완전이행을 위해 미국 등 국제사회와 긴밀히 연계하겠다"라고만 말했다.

"납치문제 해결을 위해 조건없이 (북한과) 마주하겠다는 입장에 변화가 없다"는 말도 되풀이 했다.

도쿄=서승욱 특파원 ssw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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