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뷰]AI 몰려오는 시대, 기업은 노동자의 어떤 역량에 주목해야 하나

박근태 기자 입력 2019. 10. 3.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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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미국의 싱크탱크 브루킹스연구소는 올 초 인공지능(AI)의 도입과 자동화가 가속되면서 미국의 일자리 4분의 1이 심각한 위협을 받고 있다고 밝혔다. 약 3600만 명에 이르는 미국 근로자들이 자동화된 환경에 노출돼 있다는 것이다. 이들의 업무 중 70%는 기계에 의해 수행될 수 있다는 뜻이다.  영향을 받은 직업군에는 요리사나 웨이터, 단거리 트럭 운전사, 사무직 근로자 등 다양한 직업이 포함됐다. 보고서 저자인 마크 뮤로 수석펠로는 “이 분야 종사자는 서둘러 새 기술을 배우거나 재교육을 받거나 직업을 바꿔야 할 상황”이라며 “이런 변화 시기는 20년에서 불과 몇 년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런 자동화는 경기 침체 때 더 속도가 붙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직원을 해고하면서 비용을 절감할 새 기술의 도입을 추진하기 때문이다. 실제 몇몇 경제 연구들은 이런 자동화가 경기 침체 초기 단계에 나타난다는 점을 발견했다. 2008년 미국 리먼브러더스 사태로 촉발된 금융위기 이후 ‘일자리 없는 경제 회복’이 대표적이 사례다. 

최근에는 AI 발전이 더해지면서 미국에서의 노동 환경 변화는 다변화하고 있다. 단순히 산업 로봇과 창고용 로봇뿐 아니라 무인 체크아웃 키오스크와 자동화한 호텔 안내 시스템도 전면에 등장했다. 

워싱턴 싱크탱크의 보고서에 따르면 이런 변화는 미국의 러스트벨트(쇠락한 공업지대)와  인디애나, 켄터키 같은 소규모 도시와 주들에 가장 큰 타격을 입힐 것을 분석됐다. 이들 지역은 자동화 기기의 도입 가능성이 큰 산업 분야가 지배적인 지역들이다.  이미 미국 대기업들은 자동화 무인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구글은 올해 호텔 로비에서 디지털 음성 비서 기능을 활용해 수십 개 언어로 이뤄지는 대화를 즉각 해석하는 서비스를 내놨다. 아마존에 이어 월마트 역시 안면인식 기술을 갖춘 카메라와 센서로 운영되는 캐셔 없는 매장을 준비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근로자들의 재교육은 주목받고 있다.  캐나다 토론토 요크대 마티아스 코르테스 교수는 올 초 포천지와 인터뷰에서 “상당수 경제학자가 자동화가 새로운 성장을 창출하고 물가를 낮추고 수요를 늘리면서 사라진 일자리를 대체할 새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다”면서도 “여기에는 명백한 승자와 패자가 있으며 제조업을 포함한 블루칼라 직에 종사하며 교육 수준이 낮은 남성과 사무직과 관리직 업무를 하는 중간 수준의 교육을 받은 여성들이 가장 큰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인공지능(AI)의 도입으로 당장 3년내 1억 명에 이르는 노동자에 대한 재교육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IBM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전 세계적으로 1억2000만 명 이상의 노동자들이 AI 도입으로 3년 내 재교육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IBM에 따르면 지능화된 업무 및 생산 자동화로 중국에서만 5030만명의 노동자가 재교육을 받아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의 뒤를 이어 미국은 1150만 명, 브라질은 720만 명 순으로 나타났다. 일본과 독일은 490만 명, 독일은 290만 명으로 5위권 안에 들었다.

IBM은 이런 상황에서 최근 기업 조직에서 가장 큰 위협 중 하나는 인재 부족이며 최근 점점 근로자의 기술 습득 및 훈련 기간이 길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기술 격차를 줄이기 위한 훈련 기간이 2014년에는 3일이었다면 최근에는 36일이 걸린다는 것이다.  

오늘날 요구되는 몇몇 기술들은 습득하기까지 오랜 노력과 시간이 필요하다. 팀워크나 커뮤니케이션 같은 행동 능력은 선천적이고 본성적인 측면이 강하고 데이터에 대한 활용 능력은 고도의 기술이 필요하므로 발전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린다고 분석한다. 

에이미 라이트 IBM 인재담당 전무는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기술적인 능력을 다시 갖추게 하는 재교육은 시작과 끝이 분명한 목표를 가진 잘 짜인 교육에 의해 이뤄질 것”이라며 “반면 커뮤니케이션과 팀워크에 대한 감각과 능력을 얻는 데는 더 오랜 시간과 복잡한 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팀워크와 커뮤니케이션, 창의성, 공감 능력을 포괄하는 이른바 ‘행동 기술’은 단순히 웨비나(웹 기반의 화상 세미나)와 같은 구조화된 교육 방법보다는 경험을 통해 발달한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고용주나 기업 인재 담당자들은 역량 또는 기술 부족에 직면할 경우 흔히 고급 기술을 보유했는지를 먼저 떠올린다. 하지만 IBM보고서는 앞으로는 의사소통 능력과 윤리성, 창의력 같은 ‘소프트 스킬’에 더 중점을 둬야 한다고 지적한다. 행동 능력은 디지털과 기술적 역량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소프트 스킬은 최근 세계적 기업의 경영진들 사이에서 근로자에게 추구하는 최고의 역량으로 손꼽히고 있다. 

브루킹스연구소 보고서도 AI와 자동화 도입에도 대부분 피해를 보지 않을 직업으로 대인관계 기술과 정서적 지능이 필요한 직업들을 꼽고 있다. 마르테스 교수는 “앞으로 고급 일자리는 복잡한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을 중심으로 평가를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다수 전문가들은 AI와 로봇 기술의 발전으로 사라지는 일자리도 있지만 새 일자리를 창출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런 가운데 기업에는 새 일자리를 채우기 위해 노동자의 숙련도와 능력을 끌어올리는 일이 가장 큰 도전이 되고 있다. IBM 보고서는 “기술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다른 나라나 외부 조직에서 인재를 채용하는 방안과 함께 부서 간 이동을 통해 인재를 활용하는 방안도 고려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관련기사 링크 한국생산기술연구원 웹진 https://www.kitech.re.kr/webzine/view.php?m=21&idx=375

[박근태 기자 kunt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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