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개혁 내주고 조국 수사 보장" 윤석열 또다시 승부수

이현주 2019. 10. 4.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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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검찰총장이 특수부 전면 축소를 뼈대로 하는 검찰 개혁 방안을 내놓은 뒤 사흘 만에 또다시 승부수를 꺼냈다.

하지만 4일 윤 총장이 꺼낸 공개소환 폐지 카드는 국민의 알권리를 침해하는 민감한 사안이어서 그 배경을 둘러싼 해석이 분분하다.

어차피 문 대통령 임기가 절반도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검찰 개혁은 되돌릴 수 없는 과제인 만큼 조 장관 수사라도 성공시켜 조직이 받는 피해를 최소화하겠다는 윤 총장의 '영리한 전술'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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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와 여권 압력에 굴복한 것” “조직 피해 최소화 전술” 해석 갈려

30일 윤석열 검찰종장이 점심식사를 위해 대검 구내식당으로 향하고 있다. 고영권 기자

윤석열 검찰총장이 특수부 전면 축소를 뼈대로 하는 검찰 개혁 방안을 내놓은 뒤 사흘 만에 또다시 승부수를 꺼냈다. 하지만 4일 윤 총장이 꺼낸 공개소환 폐지 카드는 국민의 알권리를 침해하는 민감한 사안이어서 그 배경을 둘러싼 해석이 분분하다.

문재인 대통령의 지시와 윤 총장의 대응 과정을 짚어보면 검찰의 이번 조치는 ‘검찰개혁에 저항하지 않는다’는 뜻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의 검찰개혁 지시에 검찰은 1일 특별수사부 축소와 파견검사 복귀를 방안으로 제시했다. 하지만 조국 법무부 장관은 이튿날 “특수부 폐지는 대통령령 개정이 필요하고, 파견검사 복귀는 장관이 결정할 사안”이라며 사실상 퇴짜를 놨다. 여권마저 “시늉만 하지 말고 좀 더 진지해져 달라”고 주문하자 현실적 방안으로 공개소환 폐지 카드를 제시한 것이다. 더구나 피의사실 공표 금지나 특수부 축소, 공개소환 개혁 등은 청와대나 법무부가 이미 추진 중이었던 과제들이어서 검찰 입장에서는 굳이 반대할 이유도 없는 개혁방향이다.

개혁방안 발표 시점 등을 고려할 때 ‘윤 총장이 꼬리를 내린 것’이라는 식의 해석도 일각에서 나온다. 공개소환 폐지 1호 수혜자는 다름 아닌 조국 장관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라는 점에서 여권의 압력이 먹힌 것 아니냐는 관측이다. 검찰이 밝힌 대로라면 조 장관의 소환도 비공개로 이뤄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어서 "청와대와 여권의 압력에 검찰이 굴복한 것"이라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다.

더구나 국민의 알권리와 충돌하는 문제를 윤 총장이 공론화 과정 없이 일방적으로 밀어붙인 것을 두고 여권의 압력이 작용한 게 아니냐는 의심의 시선이 적지 않다. 검사장 출신의 한 변호사는 “인권 보장 측면에서 내린 결정이라는 데 공감하지만 여론 수렴도 없이 불쑥 저런 방안이 나온 이유를 모르겠다”면서 “검찰을 지휘감독하는 법무부 장관을 수사하는 데 대한 부담감이 크게 작용한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이런 사정을 감안할 때 검찰개혁을 내주고 조 장관 수사를 보장받기 위한 노림수라는 분석도 없지 않다. 한 검찰 간부는 “검찰이 개혁에 적극 응하겠다고 밝히면 조 장관 관련 수사를 계속 할 수 있는 명분이 생기게 된다”고 분석했다. 어차피 문 대통령 임기가 절반도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검찰 개혁은 되돌릴 수 없는 과제인 만큼 조 장관 수사라도 성공시켜 조직이 받는 피해를 최소화하겠다는 윤 총장의 ‘영리한 전술’이라는 것이다.

다양한 분석에도 불구하고 여론 수렴 없이 공개소환 폐지를 밀어붙이기는 쉽지 않다는 의견이 상당하다. 살인ㆍ성폭력 등 강력 범죄 피의자는 실명이나 사진을 공개하는 쪽으로 중심을 이동하는 상황에서 고위공직자가 연루된 화이트 칼라 범죄는 피의자 인권만을 보장하는 쪽으로 가는 불일치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피의자의 소환 모습을 국민에게 공개하는 것은 유사 범죄를 예방하려는 측면도 있는 것인데 그런 부분에 대한 고민이 있었는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이현주 기자 memor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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