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쑥대밭' 된 집과 마을..강릉·삼척, 힘겨운 태풍피해 복구

서근영 기자,고재교 기자 2019. 10. 4. 1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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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관군 합심해 진흙 퍼내고 집안물품 건조 작업
차 다니던 마을길 복판엔 이틀째 흙탕물 물줄기
4일 오후 제18호 태풍 '미탁'의 영향으로 마을 전체가 물에 잠겼던 강원도 삼척시 신남마을 곳곳이 황폐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2019.10.4/뉴스1 © News1 서근영 기자

(강릉·삼척=뉴스1) 서근영 기자,고재교 기자 = 제18호 태풍 ‘미탁’의 영향으로 막심한 피해를 입은 강원 강릉시와 삼척시 주민들은 4일 물이 빠져나가고 쑥대밭으로 변해버린 주거지를 돌보며 힘겨운 하루를 보냈다.

가장 많은 강수량을 보였던 삼척지역 중 태풍이 휩쓸고 간 원덕읍 신남마을은 전체가 물에 잠기며 물바다가 됐다.

100여 가구, 180여 명이 사는 아담한 해안마을인 이곳은 주민 대부분이 70~80대 노인이라 스스로는 복구가 불가능해 이날 다른 지역에 있던 친지들이 총출동했다.

대민지원을 위해 투입된 육군 23사단 장병들도 집집마다 배치돼 진흙을 퍼내고 무거운 가전제품을 옮기는 등 분주했다.

주민들은 귀중한 복구 인력인 군인들에게 ‘장독대를 좀 옮겨 달라’, ‘내부에 흙을 좀 퍼 내달라’ 등 인력이 많이 필요한 일들을 부탁하면서도 미안한 마음에 커피를 대접하는 등 감사를 표했다.

태풍이 만들어낸 마을 한복판을 가로지르는 물줄기는 줄어들었지만 여전히 장화를 신지 않고는 건널 수 없을 정도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상수도관에도 문제가 생겨 물도 나오지 않는 상황이라 주민들은 태풍으로 새로 생긴 물줄기에 집기를 씻거나 물을 길어 집안을 청소하고 있다.

4일 오후 제18호 태풍 '미탁'으로 물난리를 겪은 강원도 삼척시 원덕읍 신남마을에서 이재민들이 수돗물이 나오지 않아 수해로 생긴 흙탕물에 집기류를 씻고 있다. 2019.10.4/뉴스1 © News1 서근영 기자

한 주민은 “지금 물이 흐르는 곳이 콘크리트 도로로 차 2대가 드나들 수 있는 곳이었는데 토사가 이렇게나 쌓여버렸다”고 전했다.

집집마다 쌓인 토사는 심한 경우 1m에 달할 정도로 쌓였고 지하창고 입구가 흙더미에 묻혀 사라진 집도 있었다.

물을 잔뜩 먹어 진흙으로 변해버린 토사는 각 가정의 현관문을 틀어막아 대다수 주민들이 깨진 창문을 통해 집안을 드나들었다.

부산에서 고령의 어머니가 걱정돼 달려왔다는 김진수씨(66)는 “물이 들어찼을 때는 들어갈 엄두도 못 냈고 오늘 아침에서야 집안을 봤는데 너무 참담했다”며 “흙탕물이 차오른 흔적이 목 아래까지 나있었다”며 한쪽 벽을 가리켰다.

그러면서 “뭐부터 손을 대야할지 모르겠어서 일단 짐부터 밖으로 내놓고 있다”고 말했다.

4일 오후 제18호 태풍 '미탁'으로 물난리를 겪은 강원도 삼척시 원덕읍 신남마을의 한 가옥이 토사에 파묻혀 지붕만 내놓고 있다. 2019.10.4/뉴스1 © News1 서근영 기자

마을 위쪽은 상황이 더욱 심각하다.

토사가 쏟아진 산지와 가까운 이곳의 집들은 지붕만 남긴 채 모두 잠겨버렸다.

물만 들어왔던 다른 집들은 가재도구라도 꺼내고 있지만 이곳은 집안 곳곳에 가득한 돌들과 모래로 진입조차 할 수 없다.

일부 이재민은 지인들의 부축을 받은 채 사라져버린 보금자리를 바라보며 하염없이 흐르는 눈물만 닦았다.

삼척시 관계자는 “지역 곳곳에서 피해가 심각한 상황이라 인력과 장비가 턱없이 부족하다”며 “이재민을 중심으로 상수도와 전기시설 등 주민이 당장 불편을 느끼고 있는 부분에 대해 최우선적으로 지원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다른 태풍 피해지인 강릉시도 복구 작업으로 곳곳에서 분주함을 보였다.

세찬 빗방울로 물이 불어 넘쳤던 남대천 일원 강릉농산물 새벽시장에서는 농업인과 상인이 한 데 모여 하루라도 빨리 장사를 시작하기 위해 청소에 열중이었다.

김정호 강릉새벽시장협의회장은 “피해는 심하지만 최대한 빨리 복구를 마치고 내일부터 다시 시장을 열려고 한다”며 “농업인과 상인 등 700여 명의 생활터전이 물에 잠겨버려 모두가 합심으로 복구에 임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포호와 인접한 경포 진안상가도 상인들과 군 장병, 공무원 등이 오전부터 복구에 구슬땀을 흘렸다.

4일 강원도 강릉시 경포동 진안상가 일대에서 제18호 태풍 ‘미탁’의 영향으로 침수피해를 입은 주민들이 가재도구를 밖으로 들어내고 복구 작업을 하고 있다. 2019.10.4/뉴스1 © News1 고재교 기자

이들은 가게 안에 있던 가구와 전자제품, 집기류 등을 순차적으로 밖으로 내놓은 후 흙탕물로 범벅이 된 내부를 청소하는데 바쁜 모습이었다.

식기를 세척 중이던 한 상인은 “젖어버린 집기류를 햇빛에 말리고 청소에만 사나흘이 걸릴 것 같다”며 “바닷물이 섞여 들어와 모든 물건에 소금기가 있어서 깨끗이 씻어야 하고 냉장고 등 기계를 손보는 등 장사를 시작하려면 일주일은 넘을 것 같다”고 한숨을 쉬었다.

이들은 어려운 상황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기 위해 점심시간이 되자 서로 식사하기를 권유하며 이웃 간 따스한 마음을 나누었다.

한편 강원도에 따르면 이번 태풍으로 도내에서는 강릉과 삼척에서 각각 1명씩 총 2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또 강릉과 동해, 삼척, 양양 등 4개 시·군에서 주택 762동이 전·반파되거나 침수됐고 농작물과 도로 등 공공시설이 비 피해를 입었다.

sky4018@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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