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쑥대밭' 된 집과 마을..강릉·삼척, 힘겨운 태풍피해 복구
차 다니던 마을길 복판엔 이틀째 흙탕물 물줄기
(강릉·삼척=뉴스1) 서근영 기자,고재교 기자 = 제18호 태풍 ‘미탁’의 영향으로 막심한 피해를 입은 강원 강릉시와 삼척시 주민들은 4일 물이 빠져나가고 쑥대밭으로 변해버린 주거지를 돌보며 힘겨운 하루를 보냈다.
가장 많은 강수량을 보였던 삼척지역 중 태풍이 휩쓸고 간 원덕읍 신남마을은 전체가 물에 잠기며 물바다가 됐다.
100여 가구, 180여 명이 사는 아담한 해안마을인 이곳은 주민 대부분이 70~80대 노인이라 스스로는 복구가 불가능해 이날 다른 지역에 있던 친지들이 총출동했다.
대민지원을 위해 투입된 육군 23사단 장병들도 집집마다 배치돼 진흙을 퍼내고 무거운 가전제품을 옮기는 등 분주했다.
주민들은 귀중한 복구 인력인 군인들에게 ‘장독대를 좀 옮겨 달라’, ‘내부에 흙을 좀 퍼 내달라’ 등 인력이 많이 필요한 일들을 부탁하면서도 미안한 마음에 커피를 대접하는 등 감사를 표했다.
태풍이 만들어낸 마을 한복판을 가로지르는 물줄기는 줄어들었지만 여전히 장화를 신지 않고는 건널 수 없을 정도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상수도관에도 문제가 생겨 물도 나오지 않는 상황이라 주민들은 태풍으로 새로 생긴 물줄기에 집기를 씻거나 물을 길어 집안을 청소하고 있다.
한 주민은 “지금 물이 흐르는 곳이 콘크리트 도로로 차 2대가 드나들 수 있는 곳이었는데 토사가 이렇게나 쌓여버렸다”고 전했다.
집집마다 쌓인 토사는 심한 경우 1m에 달할 정도로 쌓였고 지하창고 입구가 흙더미에 묻혀 사라진 집도 있었다.
물을 잔뜩 먹어 진흙으로 변해버린 토사는 각 가정의 현관문을 틀어막아 대다수 주민들이 깨진 창문을 통해 집안을 드나들었다.
부산에서 고령의 어머니가 걱정돼 달려왔다는 김진수씨(66)는 “물이 들어찼을 때는 들어갈 엄두도 못 냈고 오늘 아침에서야 집안을 봤는데 너무 참담했다”며 “흙탕물이 차오른 흔적이 목 아래까지 나있었다”며 한쪽 벽을 가리켰다.
그러면서 “뭐부터 손을 대야할지 모르겠어서 일단 짐부터 밖으로 내놓고 있다”고 말했다.
마을 위쪽은 상황이 더욱 심각하다.
토사가 쏟아진 산지와 가까운 이곳의 집들은 지붕만 남긴 채 모두 잠겨버렸다.
물만 들어왔던 다른 집들은 가재도구라도 꺼내고 있지만 이곳은 집안 곳곳에 가득한 돌들과 모래로 진입조차 할 수 없다.
일부 이재민은 지인들의 부축을 받은 채 사라져버린 보금자리를 바라보며 하염없이 흐르는 눈물만 닦았다.
삼척시 관계자는 “지역 곳곳에서 피해가 심각한 상황이라 인력과 장비가 턱없이 부족하다”며 “이재민을 중심으로 상수도와 전기시설 등 주민이 당장 불편을 느끼고 있는 부분에 대해 최우선적으로 지원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다른 태풍 피해지인 강릉시도 복구 작업으로 곳곳에서 분주함을 보였다.
세찬 빗방울로 물이 불어 넘쳤던 남대천 일원 강릉농산물 새벽시장에서는 농업인과 상인이 한 데 모여 하루라도 빨리 장사를 시작하기 위해 청소에 열중이었다.
김정호 강릉새벽시장협의회장은 “피해는 심하지만 최대한 빨리 복구를 마치고 내일부터 다시 시장을 열려고 한다”며 “농업인과 상인 등 700여 명의 생활터전이 물에 잠겨버려 모두가 합심으로 복구에 임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포호와 인접한 경포 진안상가도 상인들과 군 장병, 공무원 등이 오전부터 복구에 구슬땀을 흘렸다.
이들은 가게 안에 있던 가구와 전자제품, 집기류 등을 순차적으로 밖으로 내놓은 후 흙탕물로 범벅이 된 내부를 청소하는데 바쁜 모습이었다.
식기를 세척 중이던 한 상인은 “젖어버린 집기류를 햇빛에 말리고 청소에만 사나흘이 걸릴 것 같다”며 “바닷물이 섞여 들어와 모든 물건에 소금기가 있어서 깨끗이 씻어야 하고 냉장고 등 기계를 손보는 등 장사를 시작하려면 일주일은 넘을 것 같다”고 한숨을 쉬었다.
이들은 어려운 상황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기 위해 점심시간이 되자 서로 식사하기를 권유하며 이웃 간 따스한 마음을 나누었다.
한편 강원도에 따르면 이번 태풍으로 도내에서는 강릉과 삼척에서 각각 1명씩 총 2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또 강릉과 동해, 삼척, 양양 등 4개 시·군에서 주택 762동이 전·반파되거나 침수됐고 농작물과 도로 등 공공시설이 비 피해를 입었다.
sky4018@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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