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일본, 식민주의 맞서 인종평등 내걸었다"는 아베의 궤변
[경향신문]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4일 국회 연설에서 “일본이 100년 전 세계의 식민지 지배 흐름에 맞서 국제무대인 국제연맹에서 ‘인종평등’을 주창했다”고 말했다. 1919년 국제연맹에 파견된 일본 대사 마키노 노부아키가 국제연맹 규약에 ‘인종적 차별 폐지’를 반영하자고 주장한 것을 언급한 것인데, 한반도를 식민지배하고 있었던 일본이 마치 식민지배에 맞선 것처럼 분식했다. 과거사에 대해 사과하기는커녕 이율배반적 주장으로 식민지배를 정당화한 아베의 망언에 분노를 금치 못한다.
아베 총리의 주장은 일고의 가치도 없는 궤변이다. 마키노의 국제연맹 발언은 당시 일본 내에서도 정당성에 문제가 있다고 비판받았다. 아베 발언이 더욱 더 위험한 것은 일본이 위안부 동원과 강제징용 문제 등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는 것을 넘어 일제를 미화하는 데로까지 진전하고 있다는 점이다. 아베의 이날 발언이 개헌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과정에서 나왔다는 점도 우려된다. 아베는 이날 일본의 (인종평등) 제안은 강한 반대를 받았지만 마키노는 당당하게 맞섰다며 지금 일본도 개헌을 위해 과감하게 나아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베는 이날 연설에서 “한국은 중요한 이웃 나라”라고 하면서도 국제법에 따라 국가 간 약속을 준수하라고 요구하고 싶다는 말을 되풀이했다. 3권분립의 원칙을 존중하려는 한국 정부의 입장과 한일청구권협정의 맹점을 보완한 새로운 판결의 가치를 여전히 무시하고 있다. 모테기 도시미쓰 외무상 등 아베 내각 주요 당국자들의 태도도 별반 다를 게 없다. 모테기 외무상은 일본 기업이 추가 부담을 져야 할 의무는 법적으로 전혀 없다며 현금화가 현실화할 경우 보복에 나설 수 있다고 시사했다. 최근 니카이 도시히로 자민당 간사장 등이 한국과의 관계 개선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지만 아베 정권의 주류는 여전히 반성하지 않고 있다는 것을 고스란히 드러낸 셈이다.
아베 내각의 이런 인식이 유지되는 한 한·일관계는 절대 개선될 수 없다. 한국은 과거사에 대한 반성이라는 토대 위에 미래지향적 관계 발전을 추진한다는 기조를 견지하고 있다. 아베 내각이 진정 한·일관계를 개선하고자 한다면 제국주의를 옹호하는 자신들의 그릇된 인식부터 바꿔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오는 22일 열리는 나루히토 일왕의 즉위식에 한국 대표가 참석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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