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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소리 키우는 유엔군사령부, 전작권 전환 그 후를 노린다?

입력 2019. 10. 05. 0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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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끊임없는 역할 확대설.. 알 수 없는 미국 속내


유엔군사령부가 정전협정을 관리·집행하는 기능을 넘어서는 역할 확대를 모색한다는 관측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이는 미국이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전환 이후에도 유엔사의 권한 강화를 통해 한반도에서의 군사적 영향력을 유지하려 한다는 의구심으로 번졌다. 이에 실질적인 전작권 전환이 사실상 불가능해진 것 아니냐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미군의 전작권 개입 논란

유엔사 확대 움직임과 맞물린 우려는 지난 8월 11~20일 실시된 후반기 한·미 연합 지휘소훈련 이후 확산됐다. ‘미래연합사 부사령관인 주한미군사령관이 자신이 겸직하고 있는 유엔군사령관 역할을 내세워 한국군의 작전권 행사에 개입하려 했다’는 설이 나돌았다. 전작권 전환 이후 한미연합사를 대체하는 미래연합사(가칭) 사령관을 맡아 작전권을 행사하는 한국군 대장 대신 미군 주도로 이 훈련이 실시됐다는 것이었다. 미군 측은 훈련 진행 중 유엔군사령관을 겸하는 주한미군사령관 지위를 근거로 한국군의 작전권에 영향을 미치려 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이 훈련은 전작권 전환에 필요한 한국군 주도 작전수행 능력을 검증하기 위해 한국군 대장이 연합사령관 역할을 맡는 방식으로 실시키로 했었다.

로버트 에이브럼스 유엔군사령관이 지난 7월 27일 판문점 남측 자유의 집에서 열린 정전협정 66주년 기념식에 참석해 연설하고 있다. 그는 “지난 66년간 내 전임자들이 그랬던 것처럼 유엔사는 고대하던 평화를 향한 길이 열리도록 정전협정을 수호하는 데 전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말했다. 에이브럼스 유엔군사령관은 주한미군사령관과 한미연합사령관을 겸하고 있다. 뉴시스


주한미군이 유엔군사령관의 역할을 근거로 전작권에 개입할 수 있다는 입장을 공식적으로 한국 국방부에 전달하지는 않았다. 위기관리참모훈련이 오해를 불러일으켰을 가능성도 있다. 한·미 연합 지휘소훈련에 앞서 전면전 발발 전 단계를 가정한 위기관리참모훈련이 지난 8월 5~8일 실시됐다. 평시에는 한국 합동참모본부 의장이 작전권을 행사하는데 북한의 국지도발 등으로 군사적 위기가 고조되면 한·미 양국 군의 연합 위기관리가 시작된다. 이 시나리오를 숙달하는 훈련 중 주한미군사령관이 유엔군사령관으로서의 목소리를 키웠을 수는 있다.

군 관계자는 4일 “위기관리참모훈련은 전쟁을 시작하기 바로 전 단계 상황을 가정한 연습이기 때문에 이 단계에선 유엔군사령관이 확전을 막는 차원의 의견을 제시할 수 있다”며 “한국군 대장이 주도하는 훈련은 정상적으로 이뤄졌다”고 강조했다.

위기관리참모훈련 중에 나온 유엔사 차원의 의견 제시가 ‘전작권 전환 이후를 가정한 훈련인데 미군 주도로 이뤄졌다’는 식으로 과장됐다는 의미다. 다만 미군 측은 전시 유엔사 기능에 전력 제공국의 창구 역할뿐 아니라 ‘전쟁을 종결하기 위한 활동’까지 포함된다고 보고 있어 비슷한 논란이 다시 불거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미국 의도는 안갯속, 일본 참여설도

유엔사의 규모와 역할 확대가 추진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이른바 유엔사의 ‘재활성화(revitalization)’ 정책이 2014년부터 진행됐다. 미국은 지난해 7월 유엔사 부사령관에 미군이 아닌 캐나다 장성을 처음 임명한 데 이어 그 후임으로 호주 국적 장성을 임명했다. 주한미군사령부 참모장이 겸직하던 유엔사 참모장에는 별도의 미군 장성이 임명됐다. 주요 직책을 주한미군이 겸직했던 유엔사를 다국적 군 조직으로 탈바꿈시켜 국제사회의 지원을 더 끌어내려 한다는 포석이 깔려 있었다. 지난 5월 싱가포르에서 열린 아시아안보회의(일명 샹그릴라 대화) 당시 독일군 관계자는 한국 국방부 당국자에게 독일 연락장교의 유엔사 파견 계획을 언급하기도 했다.

이런 움직임은 미국이 전작권 전환 이후에도 실질적인 작전권을 상당 부분 유지하기 위해 유엔사 조직을 강화하려 한다는 의구심으로 이어졌다. 최근엔 “미국이 유엔사를 다국적군으로 확대하기 위해 일본을 유엔사에 끌어들이려 한다”는 시나리오까지 군 안팎에서 거론됐다. 특히 지난 7월 주한미군사령부 홈페이지에 올라온 ‘주한미군 2019 전략 다이제스트’에는 ‘유엔사는 위기 시 필요한 일본과의 지원 및 전력 협력을 지속할 것’이라는 문구가 등장했다. 유엔사는 “일본을 전력제공국으로 고려하고 있다는 보도는 명백히 잘못된 것”이라고 밝혔지만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게티이미지


미국의 의도는 안갯속이다. 미국이 장기적으로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과 그 이후 국면에서도 한반도에서의 영향력을 유지하기 위한 전략을 쓰는 것 아니냐는 해석을 낳고 있다. 군 관계자는 “유엔사를 확대하려는 미국의 의도에 대해선 추측만 난무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유엔사 해체를 바라는 북한은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노동신문은 지난 29일 유엔사 확대 움직임과 관련해 “남조선을 동맹의 쇠사슬로 계속 얽어매 놓고 남조선군에 대한 통수권을 영원히 거머쥐려는 미국의 본심이 다시 한 번 확인됐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유엔사 특성에서 비롯된 문제

전작권 전환 이후의 한·미 연합 지휘구조 문제는 국제법상 유사한 사례를 찾기 어려운 방식으로 운영되는 유엔사 특성과 관련이 있다. 유엔사는 1950년 7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제83호와 84호에 의해 창설됐으나 실질적으로는 미국이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유엔 안보리 결의에는 유사시 한반도에 전력을 보내는 국가들이 유엔 깃발을 사용할 수 있으며, 미국이 유엔군사령관을 임명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 등이 포함돼 있다.

전작권을 행사하는 연합사령관과 유엔군사령관을 미군 4성 장군인 주한미군사령관이 모두 겸직하는 현재 지휘 구조에선 지휘권 충돌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다. 그런데 전작권 전환 이후 지휘 구조에선 전작권을 행사하는 한국군 연합사령관 아래에 연합사 부사령관이자 유엔군사령관인 주한미군사령관이 들어가게 된다. 이 경우 미래연합사 부사령관이자 전시에 17개국으로부터 전력을 제공받는 유엔군사령관을 겸하는 주한미군사령관의 역할이 어디까지인지를 놓고 논란이 일고 있는 것이다.

군 일각에서는 전작권 전환 이후에도 유엔군사령관 역할을 겸하는 주한미군사령관이 북한의 도발 상황에 더 적극적으로 관여할 수 있게 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한 군사 전문가는 “연합사령관의 구호는 ‘파이트 투나잇’(오늘밤 싸울 준비가 돼 있다)인데 유엔군사령관의 역할은 이를 멈추게 하는 ‘스톱 파이트 투나잇’이라는 데에서 비롯된 구조적인 문제”라고 말했다.

이 문제는 한국 합참과 유엔사, 연합사의 관계를 규정한 한·미 군 당국 간 약정(TOR)을 개정하는 작업 등을 거쳐 조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방부 당국자는 “전작권 전환에 따라 개정돼야 하는 문서에 대한 한·미 군 당국 간 논의가 진행 중”이라며 “단기간에 정리될 수 있는 문제는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김경택 기자 ptyx@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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