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美 7개월만에 만나서도 '빈손'..비핵화 협상 위기

입력 2019. 10. 6. 04:42 수정 2019. 10. 6. 1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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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핵화-제재해제 둘러싸고 이견 그대로..北김명길 "美, 빈손으로 협상에 나와"
北 "美에 연말까지 숙고 권고" 협상지속 여지 남겨..연말께 긴장 본격고조 우려
北김명길-美비건 실무협상(CG) [연합뉴스TV 제공]

(서울·스톡홀름=연합뉴스) 이정진 기자 김정은 특파원 = 북한과 미국이 지난 2월 하노이 정상회담 이후 7개월 만에 다시 만났지만, 다시 빈손으로 돌아섰다.

완전한 비핵화와 이에 따라 제공될 대북 안전보장 및 제재해제를 둘러싼 협상에서 현격한 의견차만 확인하고 돌아선 것으로, 지난해부터 이어져 온 비핵화 협상이 최대 위기를 맞게 됐다.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와 김명길 북한 외무성 순회대사는 5일(현지시간)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마주 앉았다.

북미 간 협상은 하노이 정상회담 결렬 이후 7개월여만으로, 최근 양측이 긍정적인 발언을 주고받았기에 협상에 돌파구가 생길 수 있다는 기대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기대가 실망으로 바뀌는 데에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김명길 대사는 오전 2시간, 오후 4시간 정도의 협상 뒤 '결렬'을 선언했다.

협상 결렬의 구체적인 이유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하노이 노딜'의 배경인 비핵화와 안전보장·제재해제 이행을 둘러싼 간극이 여전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미국은 최종단계를 포함한 완전한 비핵화에 대해 '포괄적 합의'를 우선해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북한은 영변 핵시설 폐기를 출발점으로 '단계적 합의'를 통해 신뢰를 다져나가야 한다는 생각이다. 양측은 이런 기본입장에 있어 유연성을 발휘하지 못한 것으로 추정된다.

스웨덴 북한대사관 앞에서 성명 읽는 김명길 (스톡홀름=공동취재단) 김명길 북한 외무성 순회대사가 5일(현지시간) 저녁 6시30분께 스톡홀름 외곽 북한대사관 앞에서 이날 열린 북미 실무협상 관련 성명을 발표하고 "북미 실무협상은 결렬됐다"고 밝혔다. 2019.10.6 kje@yna.co.kr

특히 북한은 '안전보장'과 '제재해제'를 강하게 요구한 것으로 보인다.

김명길 대사는 이날 협상결렬 뒤 발표한 성명에서 "우리의 입장은 명백하다. 조선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는 우리의 안전을 위협하고 발전을 저해하는 모든 장애물들이 깨끗하고 의심할 여지없이 제거될 때에라야 가능하다는 것"이라고 말해 '안전보장'과 '제재해제'가 요구 조건임을 명확히 했다.

북한이 이를 위해 어떤 비핵화 조치를 하겠다고 주장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미국은 제재 문제는 돌이킬 수 없을 만큼 비핵화가 진전된 이후에나 손댈 수 있다는 입장이어서 북한의 요구를 들어주기는 힘들었을 것으로 보인다.

김명길 대사가 미국을 향해 "구태의연한 입장과 태도를 버리지 못했다", "빈손으로 협상에 나왔다", "우리가 요구한 계산법을 하나도 들고나오지 않았다"는 등의 발언으로 비난한 것도 '제재는 유지한다'는 미국의 확고한 태도에 실망한 데 따른 것일 가능성이 크다.

그가 "미국의 위협을 그대로 두고 우리가 먼저 핵억제력을 포기해야 생존권과 발전권이 보장된다는 주장은 말 앞에 수레를 놓아야 한다는 소리와 마찬가지"라고 주장한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자신들의 비핵화 조치에 걸맞은 안전보장·제재해제 조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불만이다.

특히 김 대사는 미국에 '현실적인 방도'를 제시했다며 핵실험 및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중지 등 자신들이 취한 조치를 나열한 뒤 "우리가 선제적으로 취한 비핵화 조치들과 신뢰구축 조치들에 미국이 성의있게 화답"해야 다음 단계 비핵화 조치 논의에 들어갈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미국의 추가 제재, 한미 연합군사훈련 지속 등을 거론한 점으로 볼 때 이런 조치들의 중단이 선행돼야 한다고 주장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대표단 차량 북미 실무협상장行 (스톡홀름=연합뉴스) 김정은 특파원 = 실무협상 수석대표인 김명길 북한 외무성 순회대사 등 북한대표단을 태운 차량이 5일(현지시간) 스웨덴 스톡홀름 외곽 북미 실무협상장으로 향하는 도로로 진입하고 있다. 2019.10.5 kje@yna.co.kr

문제는 앞으로다.

북한은 미국이 이번 실무협상에서 "낡은 각본을 또다시 만지작거린다면 조미사이의 거래는 그것으로 막을 내리게 될 수도 있다"(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 지난달 9일 담화)고 경고해왔다.

하지만 김명길 대사는 미국과 대화를 접겠다는 식으로 나오지는 않았다.

그는 "조선반도 문제를 대화와 협상을 통해서 해결하려는 우리의 입장은 불변하다"면서 "(미국 측에) 협상을 중단하고 연말까지 좀 더 숙고해볼 것으로 권고했다"고 말해 협상 지속에 대한 여지를 남겼다.

하지만 김 대사는 "이번 조미실무협상이 실패한 원인을 대담하게 인정하고 시정함으로써 대화 재개의 불씨를 살리든가 아니면 대화의 영원히 닫아버리든가 하는 것은 전적으로 미국의 태도에 달려있다"고 말하며 압박의 고삐를 늦추지도 않았다.

미국에 '새로운 계산법'을 들고 올 것을 거듭 촉구한 것이지만, 미국의 태도가 바뀌기는 쉽지 않아 연말이 가까워질수록 한반도를 둘러싼 긴장이 본격적으로 높아질 가능성이 커 보인다.

transil@yna.co.kr

kj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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