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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음하는 바다] ② '폐냉장고부터 어구까지' 잿빛 바닷속 없는 게 없다

입력 2019.10.06. 09:02 수정 2019.10.08. 0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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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수사 수중 촬영 영상 "쓰레기 매립장이나 마찬가지"
폐가전제품·폐소화기에 폐어구·썩은 조개껍데기·술병
부산 남항 바닷속 모습. 조개껍질과 나무 목재 등 온갖 쓰레기가 널브러져 있다. [한국해양구조협회 제공. DB 및 재판매 금지]

(부산=연합뉴스) 손형주 기자 = "어처구니없는 얘기지만 부산 바닷속에는 없는 것이 없습니다."

아름다운 산호, 다양한 어자원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부산에서 40번 넘게 수중 정화 활동을 펼쳐온 정경식 한국해양구조협회 부산지부 해운대구조대 사무국장.

그는 바닷속에 얼마나 다양한 쓰레기가 있는지를 묻는 취재진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정 국장은 "타이어, 어구, 냉장고, 책상 등 신기할 정도로 바닷속도 없는 게 없다"고 말했다.

겉으로는 푸르고 아름다운 부산 앞바다.

다이버들은 국민들이 바닷속을 보지 못하는 것이 다행일지 모른다는 말까지 한다.

실제 바닷속은 어떨까.

지난 5월부터 9월까지 해경과 한국해양구조협회가 수중 쓰레기 정화 활동 때 찍은 영상에 담긴 부산 앞바다 상황은 이렇다.

먼저 전국 최대 산지 어시장이 있는 부산 남항.

이곳은 해양수산부가 2009년 11월부터 2014년 12월까지 연안 침적 쓰레기 수거 사업을 벌인 지역이다.

5년여에 걸쳐 남항 바닥에서 걷어낸 오염된 펄만 25만8천598㎥에 달한다.

8t 트럭 3만2천320대분에 해당하는 엄청난 양이다.

펄과 함께 세탁기, 냉장고, 자전거 등 각종 생활 쓰레기도 쏟아져 나왔다.

사업이 완료된 뒤 4년 6개월이 지난 2019년 5월.

다이버가 바닷속으로 들어가자 눈앞에 믿기 힘든 풍경이 펼쳐진다.

해초는 찾아보기 힘든 사막 같은 잿빛 바닷속. 거기엔 여기저기 죽은 물고기와 썩은 조개껍데기가 산처럼 쌓여 있다.

폐타이어와 어구, 그물, 선박 배터리 등 어민들이 버린 쓰레기는 물론 소주병, 신발 등 생활 쓰레기도 여기저기 널브러져 있다. 심지어 가정용으로 보이는 폐소화기까지.

이날 1시간여만에 수거된 쓰레기는 무려 5t에 이른다.

영도 청학부두 바닷속 모습. 자전거(위), 어구(아래). [한국해양구조협회 제공. DB 및 재판매 금지]

부산 영도 청학부두.

이곳 바닷속 상황은 어떨까.

남항과 크게 다를 바 없는 바닷속 모습에 숨이 턱 막힌다.

누군가는 몰래 버렸을 자전거, 녹슬어 형체를 알아보기도 힘든 사다리, 철제 의자부터 10개씩 묶인 폐타이어는 숫자를 세기도 힘들었다.

북동풍만 불면 떠내려오는 쓰레기로 어민들이 피해를 호소하는 부산 영도 하리항.

이곳은 수시로 민간 봉사자, 어민들이 정화 활동을 펼친 곳이지만, 바닷속 상황은 개선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정화 활동에 참여한 한 다이버는 "시야가 나빠 바닷속 상황을 국민들에게 다 보여주지 못하는 것이 안타깝다"며 "펄에 묻혀 있는 대형 쓰레기가 많아 다이버 몇 명이 수거할 엄두도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영도 하리항 바닷속에서 폐어망 건져 올리는 해경 [촬영 손형주 기자]

민간 잠수사나 해경 등이 정기적으로 수중 정화 활동을 펼치지만, 바닷속에서 건져오는 쓰레기는 극히 일부다.

대부분 쓰레기가 바닥에 침적돼 있어 중장비가 동원돼야지만 수거할 수 있다.

이런 이유로 해양수산부와 해양환경공단은 부산 남항처럼 전국 항만과 주요 해역 내 침적 쓰레기 등 해양폐기물 수거 사업을 매년 펼친다.

올해에는 영종도, 보령항, 통영항 등이 진행 중이며 52억6천300만원 예산이 편성돼 있다.

9월 현재까지 1천61t의 침적 쓰레기 등 해양 폐기물이 수거됐었다.

수거된 쓰레기를 살펴보면 그물, 통발 등 폐합성수지가 90%를 차지하고 폐타이어 등도 많은 양을 차지한다.

대부분 어민이 버린 쓰레기였다.

지난 5월 10일 부산 서구 남항에서 나온 해양 쓰레기 [촬영 손형주]

바다 위를 떠다니는 쓰레기는 대부분 육상에서 유입된 쓰레기지만 바닷속에 침적한 쓰레기는 대부분 해양에서 선박 등에서 배출된 쓰레기거나 조류를 타고 먼바다에서 유입된 쓰레기다.

20년 넘게 어선을 탄 A(67) 씨는 "지금은 인식이 많이 바뀌었지만, 예전에는 15해리만 넘어가도 바다를 쓰레기장으로 생각했었다"며 "요즘은 단속도 심해 조심스럽게 버릴 뿐이지 버리는 것은 똑같은 것이라며 어민들이 버린 쓰레기가 어자원 감소로 이어진다는 인식 개선과 어민들 스스로 자정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부산해경 관계자도 "오랜 기간 바다에서 조업하는 어선이 출항할 때 먹거리 등 수백㎏에 달하는 선용품을 갖고 나간다. 그런데 들어올 땐 달랑 비닐봉지 1장 들고 오는 경우가 많다"며 "정말 바다에 대한 인식 전환이 절실한 실정"이라고 말했다.

2018년도 목포항 침적 쓰레기 수거 사업 [해양환경공단 제공. DB 및 재판매 금지]

handbrother@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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