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美에 공 넘기며 '선제조치' 요구..2주 뒤 다시 만날까

2019. 10. 6.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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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훈련 등 비난하며 "우리 先조치 화답해야 다음 단계 비핵화 논의"
북미 비핵화 실무협상 후 성명 발표하는 김명길 (스톡홀름 AP/교도=연합뉴스) 김명길 북한 외무성 순회대사(가운데)가 5일(현지시간)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특별대표와 비핵화 실무협상을 마친 후 북한대사관 앞에서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ymarshal@yna.co.kr

(스톡홀름·서울=연합뉴스) 김정은 특파원 이준삼 김효정 기자 = 북한이 7개월만에 열린 미국과 스톡홀름 실무협상에서 또다시 '결렬'을 선언하고 미국에 공을 넘겼다.

이번 협상에서 북한은 진전된 비핵화 조치에 대해 올해 2월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당시보다 사실상 더욱 '엄격한' 조건을 제시하며 호락호락하지 않은 협상 태도를 보였다.

북미실무협상 북측 수석대표인 김명길 외무성 순회대사는 스톡홀름 협상 결렬 후 성명에서 "핵 시험과 대륙간탄도로켓(ICBM) 시험 발사 중지, 북부 핵 시험장의 폐기, 미군 유골 송환과 같이 우리가 선제적으로 취한 비핵화 조치들과 신뢰 구축 조치들에 미국이 성의 있게 화답하면 다음 단계의 비핵화 조치들을 위한 본격적인 논의에 들어갈 수 있다"고 말했다.

핵실험과 ICBM 시험발사 중단,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는 지난해 4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노동당 전원회의 결정에 따라 북한이 선제적으로 취한 비핵화 조치다.

6·12 북미정상회담 개최 이전에 한 행동으로, 북미간 합의에 따른 것이 아닌 북한의 일방적 조치인 셈이다. 미군 유해 송환은 싱가포르 회담 합의 사항이지만 비핵화와 직접적 관련이 없다.

이런 자신들의 선(先)행동에 미국이 상응하는 조처를 해야 '다음 단계의 비핵화 조치'로 나아갈 수 있다는 것은, 영변 핵시설 폐기 카드를 제시했던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때보다 일면 후퇴한 입장으로 해석할 수 있다.

영변 핵시설 폐기를 제안했다가 미국에게 거부당한 하노이 회담의 실책을 반복하지 않고 '말 대 말', '행동 대 행동'의 원칙을 견지하면서 '포스트 하노이' 협상판을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가져가기 위해 북한이 초기부터 강공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최용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은 "미국은 아마도 하노이 회담이 끝난 곳에서 시작하고 싶어했던 것 같다. 반면 북한은 싱가포르 회담이 끝난 지점에서 시작하고 싶었던 것"이라고 말했다.

최 연구위원은 "미국이 새로운 계산법을 갖고 나오지 않으면 힘들다는 김정은 위원장의 4월 시정연설 입장에서 앞으로도 움직이지 않겠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이라고 풀이했다.

김명길 대사는 위와 같은 입장을 밝힌 뒤 15차례에 걸친 미국의 대북제재 발동, 한미 연합군사훈련, 한반도 주변 '전쟁장비' 반입 등을 거론하며 미국이 '생존권과 발전권'을 위협했다는 주장을 폈다.

자신들의 선행동에 상응해 미국이 취해야 할 조치를 에둘러 제시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북한의 요구는 "미국은 공동성명 이행을 위하여 전혀 해놓은 것이 없으며 오히려 대통령이 직접 중지를 공약한 합동군사연습을 재개하고 대조선 제재 압박을 한층 더 강화하면서 조미(북미)관계를 퇴보시켰다"는 김계관 외무성 고문의 9월 27일 담화에서 이미 예고된 것이기도 하다.

이번 실무협상을 앞두고 북한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6·30 판문점 회동에서 한미연합훈련 중단을 '직접 공약'했다고 주장해 왔다. 지난 8월 진행된 한미연합지휘소훈련에 예민하게 반응하며 실무협상 일정을 미루기도 했다.

개별 훈련의 일시적 축소 또는 연기를 넘어, 훈련 전반을 지속해서 중단할 것을 요구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미국이 지난 7월 베트남에서 외화벌이를 해온 북한 군수공업부 소속 인사를 제재하는 등 협상 국면에서 대북 추가제재를 가하고, 미국산 스텔스 전투기 F-35A 등 첨단무기의 남한 내 반입을 지속하는 것에도 거부 입장을 명확히 한 것이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미국만 영변 폐기 플러스 알파(+α)를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북한도 +α를 요구하고 있다"며 "(북한의) +α는 결국 제재와 한미연합훈련"이라고 말했다.

북한이 미국에 '협상을 중단하고 연말까지 좀 더 숙고'할 것을 요청한 것은 자신들은 이런 입장에서 당분간 물러날 의사가 없다는 뜻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다만 북한이 이번 협상에서 갖고 나온 입장이 향후에도 지속할 기본 스탠스인지, 아니면 첫 담판에서 '최대치'를 요구해 미국을 압박하기 위한 전술인지는 불분명하다.

압박전술이라면 2주 이내에 다시 모이자는 주최국 스웨덴의 요청에 북한이 응할 가능성도 있다. 실제로 북한이 미국에 '연말' 시한을 제시한 것은 여전히 대화 의지가 있다는 메시지이기도 하다.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자문연구위원은 북한의 행동을 "미국을 강하게 압박해 자기들 요구를 관철하려는 협상 전술", "판 흔들기"라고 분석하며 "비핵화 협상 동력이 떨어졌다고 보지 않는다"는 견해를 밝혔다.

kimhyoj@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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