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본사 갑질로 점포 잃은 가맹점 29곳..공정위 제재는 '0'

김도년 2019. 10. 7. 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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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맹본부 명성 침해' 등 이유
계약 부당 해지해도 구제 막막
"사유 구체적 지침 마련해야"
치킨 프랜차이즈 bhc 가맹점주들은 지난해 5월23일 서울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식자재 납품 단가 인하와 원가 공개 등을 요구했다. [연합뉴스]


BHC 가맹점주 6곳 계약해지 통보받고 3곳 폐점
치킨 프랜차이즈 2위 업체 비에이치씨(BHC)는 지난 8월 가맹점주 6명에게 계약해지를 통보했다. 이들 점주가 해바라기유 등 원재료 품질에 문제를 제기하자 '허위사실 유포'를 이유로 가맹 계약을 해지한 것이다. 법원은 계약해지가 부당하다고 봤다. 본사가 주장하는 '허위사실 유포' 사실이 입증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이들 가맹점 6곳 중 3곳은 최근 '부당한 계약해지' 혐의로 본사를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했지만, 나머지 3곳은 폐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프랜차이즈 가맹점주는 "이제껏 본사의 부당한 계약해지 행위를 공정위에 신고해 구제받았다는 사례를 보지 못했다"며 "계약해지를 통보받으면 사업을 접고 신고조차 포기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설명했다.


'부당한 계약해지' 29건 신고 중 27건이 무혐의·심사종결
가맹사업을 하다 본사 '갑질'로 부당하게 계약이 해지되면, 구제받기 힘들까.

6일 중앙일보가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전해철(더불어민주당) 의원으로부터 입수한 '공정위 서울사무소의 부당한 가맹계약 해지 관련 신고 및 제재 현황'에 따르면 2015년부터 올해 8월까지 총 29건의 부당 계약 해지 신고가 접수됐지만, 본사가 과징금 이상 제재를 받은 사건은 단 한 건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2곳만 '다음부터는 조심하라'는 의미인 '경고' 조치를 받았고 나머지는 모두 무혐의(17건)로 끝나거나, 사건 심사가 조사 도중에 종결(10건)됐다. 대다수 프랜차이즈 본사는 서울에 있어 본사의 부당한 계약해지 신고도 대부분 공정위 서울사무소로 모인다.
최근 5년간 공정위 서울사무소의 부당한 가맹계약 해지 사건 제재 현황.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신고 사건 중에서는 본사의 가맹점 계약해지 조치가 정당했기 때문에 무혐의 처분을 받은 사건도 있을 수 있다. 문제는 허술한 제도에 따른 공정위의 '소극 행정'으로 점주가 억울하게 계약 해지당하는 사건도 자주 발생한다는 점이다. 가령 가맹사업법령상 프랜차이즈 본사는 '허위사실 유포', '가맹본부의 명성·신용에 대한 중대한 장애 초래'를 이유로 점주와의 가맹 계약을 즉시 해지할 수 있다. 본사의 계약해지 기준이 지나치게 추상적이란 지적이 국회 안팎에서 제기돼 온 이유다. 계약해지를 당한 점주가 이를 공정위에 신고하더라도 본사의 계약해지가 부당한지를 입증하는 구체적인 가이드라인도 없다.

공정거래법 전문가인 이준길 법무법인 지평 고문은 "가맹 본부의 가맹점 계약해지 사유가 추상적이라면 이를 입증해야 할 책임은 본부에 있다"며 "가령 '허위사실 유포'나 '본부 명성·신용에 중대한 장애를 초래했다'는 사실을 증명하지 못하면서 계약을 해지한 가맹 본부들이 처벌받아야 하는 게 원칙"이라고 설명했다.


"계약해지 부당성 판단할 가이드라인 마련돼야"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2018년 프랜차이즈산업 실태조사'에 따르면 가맹 계약 해지 건수는 2015년 1만4539건에서 2017년 1만9807건으로 계속해서 늘고 있다. 이렇게 되면 본사와 점주 간 분쟁도 더욱 늘 수 있다. 국회 입법조사처에서도 본사의 가맹 계약 해지 행위의 부당성을 판단할 수 있는 제도적 가이드라인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프랜차이즈 가맹점 계약해지 현황.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강지원 국회 입법조사처 금융공정거래팀 조사관은 "가맹점주들은 사업 초기에 상당한 설비 투자를 하기 때문에 가맹계약 존속은 곧 생계 수단이 된다"며 "본사가 경영부진, 비협조, 지시 위반 등 불명확한 이유로 가맹 계약을 해지한 경우에는 공정위가 부당성을 적극 인정할 수 있도록 해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해철 의원은 "가맹사업법 상의 부당 계약 해지 관련 내용은 공정위의 명확한 판단을 어렵게하고 있다"며 "해지 사례 각각의 부당성을 판단할 수 있는 기준이 명시된 가이드라인이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세종=김도년 기자 kim.don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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