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데이터로 증명된 "부장님, 먼저 들어가겠습니다"

김성모 기자 2019. 10. 7. 0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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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 위치 정보 분석.. 20대 막내 근무시간 50대보다 짧아]
50대 평균 근무시간 10시간 42분, 직장서 가장 짧게 머무는건 20대
출퇴근 시간은 젊을수록 더 길어.. 연차 쌓이며 직장 가까이로 이사

"'칼퇴 눈치 보기'는 요즘 시대에 정말 아닌 것 같아요. 일이 많으면 야근할 수도 있지만, 상사들이 남아있다고 덩달아 '그림자 야근' 하는 시대는 지나지 않았나요?"

/그래픽=양진경

올해 입사한 정모(28)씨는 며칠 전, 팀장(부장급)·과장은 일하고 있었지만 오후 6시에 당당히 가방 싸들고 퇴근했다며 이렇게 말했다.

윗사람 눈치 보며 '야근족' 대열에 합류하는 새내기 직장인이 여전히 적잖지만, 막내라는 이유로 가장 일찍 출근하고 늦게 퇴근하는 식의 '군대식 직장 문화'가 점점 희석되고 있다는 통계가 나왔다. 6일 통계청 통계플러스(KOSTAT) 가을호에 실린 '통신모바일 데이터를 활용한 수도권 근로자의 이동 현황'에 따르면, 연령대가 낮을수록 근무시간은 되레 짧고, 연령대가 높아질수록 근무시간이 긴 것으로 나타났다.

◇20대 막내가 50대 부장보다 근무시간 짧아 이번 통계청의 '근로자 이동 분석'은 2017년 11월 기준 통신사 두 곳(SKT ·KT)에서 받은 모바일 위치 정보 빅데이터를 활용해 수도권(서울·경기·인천) 지역 25~55세 근로자 116만명의 이동 패턴을 시범 분석한 결과물이다. 대답하는 사람의 기억력에 의존하는 설문보다 스마트폰 위치 정보를 분석해 직장 체류 시간을 보다 정확히 측정할 수 있었다는 평가다.

조사 결과, 연령대별 근로시간은 50대(50~55세) 근로자가 평균 10시간 42분으로 가장 길었고, 40대(40~49세)는 10시간 30분, 30대(30~39세)는 10시간 24분, 20대(25~29세)는 10시간 18분으로 집계됐다. 40~50대 직장인이 직장 근처에서 밤늦게까지 술잔을 기울인 건 근무지 기지국을 벗어나는 것이라, 직장 내 체류 시간을 뜻하는 근로시간에는 포함하지 않았다는 게 통계청 설명이다. 강태경 통계청 빅데이터통계과 사무관은 "연령대별 근무시간이 차이 나는 데에는 다양한 원인이 있겠지만, 직장에서 50대 부장이 20대 막내 사원보다 근무시간이 길어졌다는 추세가 맞는다는 건 확인된 셈"이라고 말했다.

실제 최근 직장 문화는 빠르게 바뀌는 추세다. 올해 대기업 직장 생활 2년 차라는 95년생 이모(24)씨는 "우리는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로 설정된 '핵심 근무시간'을 포함해 주 40시간 이상만 일하면 출퇴근 시간은 각자 자유롭게 정할 수 있다"며 "직장 문화가 이렇게 바뀌니 팀장이 일찍 퇴근한다고 눈치 주는 일도 없다"고 했다.

다만 성별로 따지면 아직 근무지에 더 머무는 쪽은 남성이었다. 수도권 남성 근로자의 근무시간은 10시간 42분으로 여성 10시간 12분보다 30분 길었다. 통계청 관계자는 "여성에겐 아무래도 육아 부담 배려 등도 작용한 측면이 있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

◇젊은 직장인일수록 출퇴근 시간 길어 연차가 짧은 직장인일수록 출퇴근에 걸리는 시간이 길었다. 연령대별 수도권 근로자 출퇴근 시간은 20대(25~29세)가 51분으로 가장 길고, 30대(30~39세) 49분, 40대(40~49세) 47분, 50대(50~55세)는 43분으로 가장 짧았다. 출퇴근 시간은 거주지와 근무지 사이 하루 평균 이동 시간(출근+퇴근 시간)을 2로 나눈 값으로 계산했다. 통계청은 "연령이 높을수록 경제적으로 안정되고, 여가를 누리면서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거주지를 직장과 가까운 곳으로 옮기는 추세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남성·여성의 출퇴근 시간은 각각 48분과 47분으로 별 차이가 없었다.

시·군·구별로 보면 서울 도봉구와 노원구 거주자의 출퇴근 소요 시간이 58분으로 가장 길고, 용산구·중구·종로구 거주자가 45분으로 가장 짧았다. 서울 거주자 중엔 '송파구→강남구', 서울을 제외한 수도권 거주자 중엔 '성남시 분당구→강남구' 통근자가 가장 많은 특징을 보였다.

통계청은 "2018년 기준 한국의 스마트폰 보급률은 94%로 세계 1위를 차지하고 있다"며 "이번 시범 연구 등을 토대로 향후 스마트폰 데이터를 활용한 연구가 확대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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