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1년후 원금+30%"..골프장 투자 권유 후 잠적한 필리핀 한인 사장
일 년여가 흐르자 B사장이 솔깃한 제안을 했다고 한다. A씨는 2017년 2월로 기억한다. B사장 자신이 필리핀 항구도시인 수비크 내 골프장 운영권을 딸 것 같은데, 찾아올 손님이 많아 경영에 자신 있다는 내용이었다. ‘필리핀 부호’로 잘 알려진 봉 피네다가 막 건설을 끝냈고 운영권을 따려면 6억원이 필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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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부호 봉 피네다가 준공한 골프장"
“B사장이 ‘투자해주면 그린피 등 수익금으로 1년 후(2018년 4월)에 원금 외 원금의 30%를 추가로 더 주겠다’고 말했다”는 게 A씨 주장이다. 그러면서 B사장은 본인은 사업 전반을 총괄하고 아내가 한국인 골프관광객 모객부문, 아내의 사촌 동생이 손님 응대 부문을 담당하는 등 구체적인 사업계획을 설명했다고 한다.
실제 필리핀 관광부의 ‘2016년 방문 관광객 통계’에 따르면 그해 총관광객 수는 전년 대비 11.31% 증가한 총 596만7000명을 기록했다. 그중 한국인 방문객이 147만5000명(24.7%)으로 1위로 집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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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소화 환전으로 차익 얻을 수 있어"
B사장은 입금이 이뤄지자 이번에는 필리핀 화폐인 ‘페소화 환전사업’에 투자하라고 권유했다. 페소화를 저렴하게 사들인 뒤 환전하면 차익을 얻을 수 있다면서다. 자신에게 돈을 주면 한 달 안에 원금 외 추가 10% 이내 수익금을 준다는 조건이었다.
투자 초기 B사장은 약속한 수익금을 줬다고 한다. 당시 A씨는 여러 차례에 걸쳐 B사장 측에 모두 2억1000만원을 건넸다. 지인들에게까지 손을 벌렸다. 이 중 7000만원은 수익금 등으로 돌려받았다. 하지만 어느 순간 약속한 수익금이 지급되지 않기 시작했다. A씨는 “B사장이 나를 안심시키려 처음에만 수익금을 준 것”이라며 “우선 은행대출로 지인들에게 빌린 돈을 갚은 상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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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말 사기 혐의로 경찰에 고소
A씨는 B사장이 필리핀 현지에서 잠적했을 것으로 보고 지난해 말 경찰에 그를 사기 혐의로 고소했다. 하지만 올해 5월 기소중지 처분이 내려졌다. 신병확보가 되지 않아 수사가 진척이 없었던 게 처분 이유로 알려졌다. A씨는 B사장 뒤를 쫓는 과정에서 다른 피해자들도 확인할 수 있었다고 한다.
안타깝게도 피해자 중 30대 남성이 올 7월 지방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A씨는 해당 남성이 필리핀 ‘투자실패’(A씨 표현은 사기 피해)로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이 남성을 포함해 본인이 확인한 피해자는 5명, 피해 금액은 수십억 원에 이른다고 주장했다.
A씨는 “수사기관이 제대로 움직여주지 않는 것 같아 참 답답하다”며 “아마 피해자가 상당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 관계자는 “수배단계로 우선 신병확보 위해 최선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민욱 기자 kim.minw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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