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슈퍼태풍' 하기비스, 절절 끓는 바다의 역습

신방실 2019. 10. 8. 1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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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호 태풍 '하기비스'가 빠른 속도로 북상하고 있습니다. 현재 괌 북서쪽 해상에서 매우 강한 중형급으로 발달했고 이후에도 세력이 약해지지 않을 전망입니다. 태풍은 오는 토요일(12일) 오전 북위 30 도선을 지난 뒤 방향을 북동쪽으로 급격히 틀어 일본 도쿄 부근에 상륙할 것으로 보입니다.


'하기비스'는 올 들어 발생한 태풍 가운데 규모와 강도 면에서 가장 위력적일 것으로 보입니다. 미 합동태풍경보센터(JTWC)는 이미 '하기비스'를 '카테고리 5'의 슈퍼태풍으로 분류했습니다. 중심 부근의 평균풍속은 초속 70m(시속 252km) 이상, 최성기의 강풍반경이 480km에 이를 것으로 예상하는데요. 이 정도면 한반도 전역이 영향권에 들 수 있습니다.

가을이 무르익어야 할 10월에 역설적으로 가장 강한 '슈퍼태풍'이 북상하고 있는 겁니다. 태풍이 우리나라에 상륙하지 않더라도 간접 영향을 받을 수 있어 기상청도 주시하고 있습니다. 보통 태풍 하면 '상륙'을 떠올리는데 상륙을 했건 안 했건 태풍이 지나는 동안 우리나라 해상이나 육상 한 곳이라도 태풍특보가 내려지면 '영향' 태풍으로 분류됩니다.


올해 태풍 영향, 평년 2배 이상

특히 올해는 1959년 이후 60년만에 가장 많은, 7개의 태풍이 영향을 줬습니다. 지난 30년간 평년값을 보면 한 해 동안 한반도에 영향을 준 태풍은 3개 정도였으니 올해는 2배 이상인데요. 과거에는 7, 8월을 합쳐서 2개 정도의 태풍이 우리나라에 영향을 줬고 6월이나 9월 이후는 적습니다. 그러나 올해는 유독 9월에 태풍 발생이 집중됐습니다.


'링링'과 '타파'에 이어 '미탁'까지 3개의 태풍이 영향을 줬고 특히 '미탁'은 10월 개천절 전날 상륙해 남부 내륙을 관통하며 큰 피해를 불러왔는데요. 올해는 기상 관측이 시작된 1904년 이후 가장 많은 9월 태풍이 찾아온 것과 동시에 2016년부터 4년 연속 가을 태풍이 한반도에 내습하는 기록이 세워졌습니다.

기상청은 따뜻하고 습한 북태평양 고기압이 이례적으로 우리나라 부근까지 확장하면서 태풍의 길을 열어준 것을 원인으로 보고 있습니다. "북태평양 고기압이 이맘때쯤이면 일본 열도 남쪽으로 수축해야 하지만, 올해는 물러날 기미가 안 보인다"는 말을 기상청은 태풍 브리핑이 열릴 때마다 되풀이했습니다.

뜨거운 바다에서 태풍 '줄줄이' 북상

북태평양 고기압이 힘을 얻을 수 있었던 것은 올해 이례적으로 바다가 뜨거웠기 때문인데요. '미탁'이 북상하던 10월 2일까지도 필리핀 동쪽의 해수면 온도는 29~30℃로 높게 유지됐고 그 결과 북태평양 고기압은 북서쪽으로 넓게 확장해 있었습니다.


그 결과 저기압인 태풍은 고기압의 가장자리를 따라 우리나라로 계속 향하게 됐는데요. 이전 태풍인 '링링'과 '타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한반도로 태풍의 길이 열린 것뿐만 아니라 뜨거운 바다에서 수증기를 공급받은 태풍은 세력이 약해지지 않은 채 북상할 수 있었습니다.

이러한 상황은 바다가 아닌 육지에서도 나타났습니다. 북태평양 고기압의 이례적인 확장으로 덥고 습한 공기가 밀려오면서 9월에도 늦더위가 심했습니다. 지난 9월의 전국 평균기온은 21.8℃로 관측 이후 3번째로 높았습니다. 북태평양 고기압의 비정상적인 움직임과 기록적인 늦더위, 그리고 관측 이후 가장 많은 9월 태풍 사이에는 어떤 연결고리가 있을까요?

'온난화'로 뜨거워진 바다, 한반도 가을 태풍 강해졌다

가장 심한 폭염이 찾아오는 시기는 8월이지만 해수면 온도가 가장 높은 시기는 9월 중순입니다. 바다는 육지보다 비열이 커서 천천히 데워지기 때문인데 그래서 이 시기에 찾아온 가을 태풍들도 여름보다 더 위력적일 때가 많습니다.

문제는 온난화가 심해지면서 9월 중순 정점을 지나 10월까지도 바다가 '절절' 끓고 있다는 점입니다. 특히 한반도와 일본 주변 해수면 온도 상승은 전 세계 평균보다 더 커서 중위도 동아시아를 통과하는 태풍의 강도와 빈도가 나날이 증가하고 있습니다.


태풍 '미탁'이 통과한 이달 초 해수면 온도를 보면 우리나라 부근과 일본 남쪽 바다에 예년보다 뜨거운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주황색으로 보이는 영역이 과거 평균보다 2~3도 높은 곳인데요. 열대 바다에서 태풍 발생도 활발했고 그 태풍들이 세력을 잃지 않고 중위도 한반도까지 올라올 수 있었던 겁니다. '하기비스'의 사례에서 보듯 앞으로는 태풍이 뜸했던 9월과 10월에도 슈퍼 태풍이 자주 북상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IPCC, 바다의 위험을 경고하다

최근 IPCC(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는 정책 결정자를 위한 '해양 및 빙권 특별보고서'를 채택했습니다. 해양에서 발생하는 고수온 현상이 심해지면서 태풍 같은 재해의 가능성이 증가했다는 내용인데요.

"해양은 명확히 온난화되고 있고 1993년부터 그 속도가 2배 이상이 됐음.
최근 이상 고수온의 빈도는 2배가 됐고 강도는 증가하고 있음."


온난화로 바다가 뜨거워지고 강한 태풍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한반도 역시 예외가 아니라는 점을 올해 7개의 태풍을 겪으면서 다시 한번 실감하게 되는데요. 이번 태풍 '하기비스'는 일본에 상륙해 큰 피해를 줄 것으로 우려되는 상황입니다.

북태평양 고기압이 동쪽으로 수축하고 북쪽 한기가 내려오지 않았다면 태풍은 우리나라에 더 가까워졌을 겁니다. 만약 해마다 태풍 7, 8개 정도가 찾아오는 일이 우리의 일상이 된다면 어떨까요? 올해 태풍을 계기로 온난화를 늦출 수 있는 방법에 대해 다시 한번 고민해봐야겠습니다.

신방실 기자 (weezer@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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