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태훈의 시사본부] 찌아찌아족 한글교사 "타 소수민족도 한글 배우고 싶어해"

KBS 2019. 10. 8.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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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도네시아 온지 올해로 10년째... 찌아찌아어를 한글로 표기하고 읽는 것 가르쳐
- 찌아찌아어는 문자를 사용하지 않아서 점점 사라지고 있던 언어
- 찌아찌아어를 한글로 표기하며, 원하는 어휘를 만들고 발음하는데 어려움 없어
- 한글 교육 10년 동안 이어졌다는 것 큰 의미, 그러나 잘 정착되었는지는 다른 문제
- 지켜본 다른 소수민족들도 한글 배우고 싶어해... 그렇지만 혼자선 역부족
- 제2외국어로 한국어 배우는 학교 많아, 선생님만 있다면 더 많은 학교서 배우기 원해
- 아직까지는 혼자, 내가 가르친 학생이 대학 졸업하고 돌아와 보조교사로 도움주고 있어
- 쉽지 않지만 아이들과 한글을 같이하는 보람이 커서 힘든 것 몰라
- 체력이 되는 한, 한글이 이곳에 잘 정착될 수 있도록 찌아찌아족과 함께 할 것
- 찌아찌아족 7만명 교육하기엔 인원도 지원도 부족한 것이 사실, 많은 관심 가져주길

■ 프로그램명 : 오태훈의 시사본부
■ 코너명 : 시사본부 이슈
■ 방송시간 : 10월 8일(화요일) 12:20~14:00 KBS 1라디오
■ 출연자 : 정덕영 선생님 (인도네시아 소수민족 찌아찌아족 한글 선생님)


▷ 오태훈 : 외국어 인사말 하나 알려 드리겠습니다. 마엠 빠에 을레레, 이게 인도네시아 소수민족인 찌아찌아족의 안녕하세요라는 인사말이라고 하는데, 찌아찌아족은 10년 전부터 한글을 표기 수단으로 채택해 사용하고 있습니다. 많이 들어보셨죠? 10년 지난 지금은 어떤지 좀 알아보겠습니다. 인도네시아에서 찌아찌아어를 한글로 가르치고 계신 정덕영 선생님 연결하겠습니다. 안녕하십니까?

▶ 정덕영 : 안녕하세요?

▷ 오태훈 : 정 선생님께서 인도네시아에서 학생들 가르치신 지는 얼마나 되셨어요?

▶ 정덕영 : 2010년도 초에 갔으니까 이제 올해로 10년째 됩니다.

▷ 오태훈 : 어떻게 해서 인도네시아까지 가게 됐습니까?

▶ 정덕영 : 제가 이곳에 오기 전부터 경기도에서 외국인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쳤습니다. 제가 우리말에 관심이 좀 있었고 그때 마침 찌아찌아족이 한글을 배운다 그래서 아직 개척되지 않은 길에 대한 약간의 동경심이라고 할까, 모험심 이런 것도 좀 작용했던 것 같아요.

▷ 오태훈 : 그러니까 인도네시아의 찌아찌아족분들에게 정덕영 선생님께서 찌아찌아어를 한글로 표기하는 것을 가르치시는 건가요?

▶ 정덕영 : 네, 찌아찌아어를 한글로 표기하고 읽는 것을 가르칩니다.

▷ 오태훈 : 그러니까 찌아찌아 말은 있고 그 말을 책에 적거나 글로 적을 때 한글을 이용하는 거죠?

▶ 정덕영 : 네, 그렇습니다.

▷ 오태훈 : 그러면 이 수업을 듣는 학생들은 몇 명이나 있습니까?

▶ 정덕영 : 학교에서 수업을 듣는 학생들은 약 300명 정도 되고요. 그 외에 마을사랑방이라든지 또 교사 양성 과정들을 할 때 교사들이라든지 고아원 원아까지 하면 한 400명 가까이 됩니다.

▷ 오태훈 : 그분들과 대화는 어떻게 하세요?

▶ 정덕영 : 주로 인도네시아말로 합니다. 모두 다 찌아찌아족은 아니기 때문에 인도네시아어를 주로 사용합니다.

▷ 오태훈 : 그러면 정덕영 선생님께서는 인도네시아어를 따로 배우셨군요.

▶ 정덕영 : 제가 한국에 있을 때 여러 나라 사람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치면서 그 나라의 언어를 조금씩 배웠습니다.

▷ 오태훈 : 그러셨군요. 그러면 인도네시아 내에서 소수민족이라고 들었어요, 찌아찌아족이. 그러면 찌아찌아 언어는 몇 분이나 쓰고 있습니까?

▶ 정덕영 : 인도네시아 내에서 전체로 완벽하게 파악한 건 아닌데 주로 찌아찌아족이 부톤섬에 대개 살고 있습니다. 이분들이 약 7만 명 정도 되니까 이분들은 모두 찌아찌아어를 사용한다고 봐야죠.

▷ 오태훈 : 그러니까 우리 한글이 이 찌아찌아족분들에게 가기 전까지는 표기 수단이 아예 없었나요, 이 언어는?

▶ 정덕영 : 찌아찌아족을 포함해서 모든 인도네시아 사람들은 인도네시아어로 표기할 때 우리가 알파벳이라고 말하는 그 로마자를 사용합니다. 그런데 찌아찌아족은 찌아찌아어를 사용하지만 따로 그것을 표기하거나 하는 문자는 가지지 않았죠. 그러니까 찌아찌아어는 문자를 사용하지 않는 언어였고 그래서 점점 사라져가는 언어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 오태훈 : 찌아찌아족의 표기를 위해서 한글을 도입하게 됐는데, 표기 방법이 여러 가지 있지 않겠습니까? 왜 이쪽에서는 한글을 도입하게 됐는지도 알려주세요.

▶ 정덕영 : 이것에 대해서 제 개인적인 견해입니다만 어느 한쪽이 다른 문자를 받아들이기 위해서는 한 세 가지 정도 고려한다고 저는 봅니다. 문자 자체가 배우기가 쉽고 과학적이고 풍부한 언어를 담아내면 그 사람들이 확실히 매력을 느끼죠. 이 언어가 문자가 배우기 어렵고 사용하기 좀 불편하면 아무래도 받아들이는 데에 꺼리게 됩니다. 그런데 한글은 자모만 익히면 거의 모든 소리를 자유자재로 표현할 수 있거든요. 이런 게 첫 번째 이유가 될 것 같고요. 또 그들, 찌아찌아족이 문자를 받아들일 때는 주는 쪽 다시 말해서 우리 한글을 사용하는 대한민국의 경제력 그리고 그 위상, 문화 이런 것들을 고려한다고 저는 봅니다. 그리고 세 번째로는 이미 한글이 들어오기 전부터 드라마라든지 K팝이라든지 이런 그들이 동경해 마지않는 그런 문화들이 일정 부분 들어와 있었어요. 그래서 한글을 아마 더 호의적으로 받아들였던 게 아닌가, 이렇게 생각합니다.

▷ 오태훈 : 그러면 지금 현장에서 수업은 어떻게 진행을 하세요?

▶ 정덕영 : 주로 인도네시아어를 매개로 하고요. 그다음에 간단한 찌아찌아어를 우리 한글로 적는 것이기 때문에 찌아찌아어를 굳이 유창하게 가르치지는 않습니다. 저보다 오히려 학생들이나 주민들이 더 잘하니까, 단지 그들의 찌아찌아어를 한글로 읽고 표기하고 하는 것을 잘할 수 있도록 그것을 지도하고 있습니다.

▷ 오태훈 : 표기가 정착이 되면 혹시 우리나라말과 좀 공통점 같은 것들도 10년 정도 됐으면 나오지 않을까, 싶기도 한데 혹시 그런 움직임도 있습니까?
▶ 정덕영 : 한국어와 찌아찌아어가 비슷한 것은 특별하게 유의미한 것은 제가 발견하지 못했는데요. 한글로 수업을 하면서 찌아찌아어를 대부분 한글로 표기해서 그들이 원하는 어휘를 만든다든지 발음을 한다든지 그런 것은 어려움 없이 하는 것을 제가 확인했습니다.

▷ 오태훈 : 그러면 이분들이 한글로 적힌 찌아찌아어를 발음하실 때 우리처럼 발음을 똑같이 해주세요? 아니면 다른 발음적인 차이가 느껴지세요?

▶ 정덕영 : 우리처럼 우리 자모를 가르치면서 그 음가를 가르치고요, 제가. 또 이 사람들이 인도네시아어를 했고 찌아찌아말을 하기 때문에 미세하게 느낌이 좀 다른 것은 있습니다. 그렇지만 한글로 썼다고 그래서 그것을 한글로 읽는다고 그래서 못 알아듣거나 이렇게 할 정도는 아니고요. 읽으면 우리 한글을 읽는구나를 알 수 있습니다. 그래서 그 사람들 언어하고 우리 한글하고 끊임없이 절충해나가는 과정이라고 생각을 합니다.

▷ 오태훈 : 정리를 하면 지금 우리나라에서 쓰는 책을 이분들께 드리면 뜻은 모르지만 읽을 수는 있으신 것 아니에요?

▶ 정덕영 : 그렇죠. 우리 책이나 문자를 보면 잘 읽고 씁니다.

▷ 오태훈 : 10년 정도 됐다고 하는데, 찌아찌아족의 한글 도입은 어느 정도 성공했다고 보세요?

▶ 정덕영 : 이제 10년 동안 한글 교육이 쭉 이어져 온 것은 여러 가지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지금까지 이 사람들이 굉장히 우호적으로 한글을 배워왔거든요. 이런 것은 분명한 성과라고 생각을 합니다. 그러나 한글이 제대로 정착되었느냐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입니다. 앞으로 얼마나 많은 교사가 한 7~8만 명 정도 되는 이 찌아찌아족을 대상으로 얼마나 많은 시간을 또 얼마나 넓은 지역에서 동시에 그들에게 한글을 나눌 수 있는가, 그런 것은 다시 말해서 우리한테 달려 있다고 봅니다.

▷ 오태훈 : 인도네시아에 찌아찌아어 말고 다른 언어를 쓰는 곳에서도 한글을 표기하고 싶다거나 아니면 이것을 이용하고 있는 곳도 있습니까?

▶ 정덕영 : 지금 제가 사는 섬에서는 찌아찌아족이 크게 세 군데에서 모여 살거든요. 그동안 9년 동안은 한 군데에서만 한글을 가르쳤습니다. 그런데 지금 새로 바오바오시 옆에 있는 찌아찌아족들도 한글을 배우고 싶다고 그래서 1년 전부터 한글을 가르치고 있고요. 찌아찌아족들에게 한글을 가르친 것을 많이 지켜보고 있던 다른 소수민족들이 있습니다. 그분들도 찌아찌아족처럼 한글을 배우고 싶다, 이렇게 요청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제가 혼자 물리적으로 그건 가능하지 않기 때문에 긍정적으로 답변만 하고 있습니다. 언제인가는 그들한테도 한글이 전파되기를 기대합니다.



▷ 오태훈 : 앞서 문화적으로도 상당히 영향이 있기 때문에 이 찌아찌아족이 한글을 표기하고 있다고 말씀해 주셨는데 한류라든가 K팝들 이런 것들의 영향으로 한국어에 관심 갖는 외국인들 늘고 있는 입장이거든요. 인도네시아 사정은 지금 어때요?

▶ 정덕영 : 제가 주로 부톤에 있으니까 이 넓은 인도네시아를 단언해서 말씀 드릴 수는 없습니다만 제가 여기서 한글 외에도 외국어로서의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한국어를 가르치기 전에는 일본어나 중국어를 제2외국어로 가르치는 학교들이 많았는데요. 제가 오면서 한국어가 제2외국어로 대체가 됐고 제가 가지 못하는 학교들도 한국어 선생님들만 좀 지원이 된다면 한국어를 가르치고 싶다고 하는 학교가 많이 있고 지금도 저한테 요청은 많이 오고 있는 실정입니다.

▷ 오태훈 : 계시는 곳에 한국인 선생님은 몇 분이나 계세요?

▶ 정덕영 : 지금은 아직까지는 저 혼자입니다. 그런데 제가 9년 전, 10년 전에 가르쳤던 학생들이 고등학교도 졸업하고 그중에는 대학도 졸업하고 고향으로 돌아와서 저와 같이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는 보조 교사들이 한 두세 명 정도 있습니다.

▷ 오태훈 : 학생이 커서 선생이 돼서 왔네요?

▶ 정덕영 : 그렇죠. 그들이 예전에는 제자였지만 지금은 동료입니다.

▷ 오태훈 : 그러시군요. 혹시 한글 표기도 가르치시고 외국인들이 쓰는 한국어도 가르치시면서 좀 어려움 같은 것들, 애로사항 같은 것을 말씀하시고자 하면 어떤 것을 말하실까요?

▶ 정덕영 : 글쎄요, 여기 모든 환경이 다 쉬운 건 별로 없습니다. 하지만 이 아이들과 함께 한국어나 한글을 가지고 같이할 때 보람이 크기 때문에 그런 애로사항을 상쇄할 만한 그런 희열을 느낍니다.

▷ 오태훈 : 돌아오시지는 않으세요, 계획에?

▶ 정덕영 : 제가 1년에 한 번 정도 방학을 이용해서 한국에 가고 또 비자를 다시 갱신하거나 해야 되기 때문에 한 번 한국에 나가서 그때 여러 가지 일을 보고 있습니다.

▷ 오태훈 : 당분간은 계속 찌아찌아족 그쪽에 계시는 분들에게 우리말 전파 위해서 계속하실 계획이시네요?

▶ 정덕영 : 예, 제가 좀 체력이 되고 여러 가지로 여기가 잘 정착될 수 있을 때까지는 계속해서 찌아찌아족들과 함께하고 싶은 생각입니다.

▷ 오태훈 : 한글 교육 계속되기 위해서 어떤 도움들이 필요할지 말씀 듣겠습니다.

▶ 정덕영 : 우리나라도 세종대왕이라는 절대적인 군주가 한글을 만들어서 완전히 정착되기까지는 500년이 넘는 세월이 걸렸거든요. 올해가 한글 반포 573번째 돌인데요. 문자와 언어라는 것이 그런 것입니다. 물론 지금은 시대가 좀 다르긴 하지만 찌아찌아족 한글 교육에 많은 관심을 가져주시고 응원해 주시되 바로 성과를 기대하는 것보다는 긴 호흡으로 봐주시면 지구상에 한민족 외에 자신의 언어를 한글로 사용하는 또 다른 민족이 생길 거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여러 가지로 인원도 부족하고 자원도 사실은 부족한 것이 사실입니다. 7만 명 정도 되는 교육 대상이 있는데, 저를 비롯해서 두세 명의 선생님이 하기에는 한계를 벗어난 것 같은 생각이 들거든요. 관심 있는 단체나 그런 곳에서 관심을 가져주셨으면 좋겠습니다.

▷ 오태훈 : 알겠습니다. 앞서서 특히 언어에 대해서는 긴 호흡으로 봐야 된다고 말씀하셨는데 그 중요한 지점에 정덕영 선생님이 계시기 때문에 이게 이루어지고 있는 상황이 아닌가 말씀을 드리네요. 오늘 말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고맙습니다.

▶ 정덕영 : 고맙습니다.

▷ 오태훈 : 인도네시아에서 찌아찌아어를 한글로 가르치고 있습니다. 정덕영 선생님 연결해서 말씀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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