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단독] '30년 전통'이라며.. 집회 불참자에 벌금 걷는 건보노조

조민아 기자 입력 2019.10.09. 04:08

국민건강보험노동조합(이하 건보노조)이 상급 단체인 민주노총의 주요 집회에 참석하지 않은 노조원에게 1인당 3만원가량의 '집회 불참비'를 걷어왔던 것으로 파악됐다.

건보노조 측은 "집회 불참비는 수십년간 이어져온 전통이며 노조원들의 자발적 희생"이라고 설명했지만, 정작 노조원들 사이에선 "강제 동원 아니냐"는 불만이 나오고 있다.

국민일보 취재 결과 이날 건보노조는 일부 지사에서 집회에 참여하지 않은 노조원에게 벌금 2만~3만원을 걷은 것으로 파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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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지사서 2만∼3만원 징수 확인.. 노조측 "노조원들의 자발적 희생"

국민건강보험노동조합(이하 건보노조)이 상급 단체인 민주노총의 주요 집회에 참석하지 않은 노조원에게 1인당 3만원가량의 ‘집회 불참비’를 걷어왔던 것으로 파악됐다. 건보노조 측은 “집회 불참비는 수십년간 이어져온 전통이며 노조원들의 자발적 희생”이라고 설명했지만, 정작 노조원들 사이에선 “강제 동원 아니냐”는 불만이 나오고 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는 지난달 28일 서울 중구 세종대로에서 ‘대정부 교섭 승리 총력 투쟁 선포대회’를 개최했다. 당시 집회에는 건보공단 서울교통공사 국민연금 등 100여개 공공기관 소속 노조원 1만여명(주최 측 추산)이 참석했다. 국민일보 취재 결과 이날 건보노조는 일부 지사에서 집회에 참여하지 않은 노조원에게 벌금 2만~3만원을 걷은 것으로 파악됐다. 건보공단은 전국에 본부 6곳, 지사 178곳이 있다.

건보공단 직원만 접속할 수 있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그동안 건보노조가 집회 불참비를 걷어왔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이 커뮤니티에는 “노조는 집회에 강제동원시키고 불참비 내라고 협박만 한다. 명백한 불법 동원 아니냐” “불참비 안 내면 (노조원) 자격 박탈된다” “벌금 내고 집회 안 가고 만다” 등 내용의 글이 여럿 있다.

건보노조 측은 집회 불참비 부과가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건보노조 관계자는 8일 “노조가 생긴 이래 지난 30년간 꾸준히 이어왔던 전통”이라며 “집회에 참여한 노조원과 불참한 노조원을 똑같이 대할 수는 없는 일이다. 노조는 자주적인 결사조직이다보니 조합원 나름대로 규칙을 만든 거고, 노조원들이 자발적으로 희생하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벌금을 내는 방식은 지부별로 다르다”며 “집회 불참자가 참가자들의 밥을 사주는 등의 형태도 있다”고 설명했다. 불참비는 노조 재정에 투입되지 않고 대부분 회식 비용으로 쓰인다고도 주장했다.

건보노조 측은 그러면서 “우리뿐 아니라 공공운수노조 산하 기관 모두가 이 정도 ‘페널티’는 적용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공공운수노조 관계자는 “집회 불참비를 걷는 일은 일반적이지 않고 분명히 잘못된 일”이라고 밝혔다.

민주노총에서는 건보노조가 집회 불참비를 걷는 것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다. 민주노총 관계자는 “과거 금속노조에서 집회에 참가하지 않으면 벌금을 매긴 경우가 있어서 논란된 적은 있지만 최근 사례는 처음 들어보는 일”이라고 했다. 그러나 다른 관계자는 “노조의 일사불란한 투쟁과 노조원 간 형평성을 보장하기 위한 방법일 것”이라며 “지금은 사문화된 규칙이지만 몇몇 사업장에선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했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집회 불참비 부과 방침에 대해 “양면성이 있다”며 “집회 참여 여부는 노조원이 자율적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의견과 노조의 사회적 역할을 다하기 위해선 집회에 참여하지 않는 조합원들은 일정한 제재를 받아야 한다는 입장이 갈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민아 기자 minaj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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