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지적에도 불구.. 유시민, 피의자 인터뷰로 피의사실 알렸다

정필재 2019. 10. 9. 06:31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유 이사장, 조국 자택 PC 하드디스크 교체한 자산관리인 인터뷰 / 정경심 사무실 컴퓨터 반출에 대해 "유리한 자료 확보 위해" 주장 / 사모펀드 관련 정 교수 사기 피해자라는 취지로 설명 / 檢, 즉각 반박 "증거인멸 혐의 피의자의 일방적 주장" / 文, 피의사실 공표 관행에 엄격한 잣대 세워 / 법조계, 유 이사장 공표 앞장섰다는 지적
사람사는세상 노무현재단 유튜브 채널 캡처
문재인 대통령이 검찰권 남용을 언급하며 피의사실 공표 관행에 대한 문제를 지적한 상황에서 친여권 성향으로 분류되는 유시민 사람사는세상 노무현 재단 이사장이 피의사실 공표 의혹에 휩싸였다. 유 이사장이 8일 조국 법무부 장관 자택의 컴퓨터(PC) 하드디스크를 교체한 한국투자증권 김경록 차장의 인터뷰를 방송하면서다. 김 차장은 자신의 저지른 행위에 대해 설명하며 조 장관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가 사기사건의 피해자라고 주장했다. 

검찰은 피의자가 방어차원에 한 일방적인 주장일 뿐이라면서도 일방적인 편집방송에 대해 매우 유감스럽다는 뜻을 전했다. 

유 이사장은 이날 자신의 유튜브 채널 ‘알릴레오’에서 김 차장의 인터뷰를 공개했다. 실명과 음성을 공개하는 데 동의한 김 차장은 그동안 언론에 보도됐던 내용을 일일이 반박했다.

김 차장은 정 교수와 함께 경북 영주 동양대에 내려가 사무실 컴퓨터를 반출해 자신의 차량에 보관한 점에 대해 “유리한 자료를 확보하기 위해서”라고 주장했다. 김 차장은 “검찰이 유리한 것은 찾고 불리한 것은 뺄 것 같다고 생각했다”며 “정 교수는 수사에 대비하려는 차원이었을 뿐 증거인멸 지시를 한 적도 없다”고 강조했다.

사람사는세상 노무현재단 유튜브 채널 캡처
김 차장이 지난 8월28일 조 장관의 자택에서 하드디스크를 교체해준 뒤 조 장관으로부터 ‘고맙다’는 말을 들었다는 보도에 대해서는 별다른 의미 없는 인사말이 검찰 조사와 언론 보도를 통해 그 의미가 변질했다는 것이다. 그는 “제가 하드디스크를 교체한 날 (조 장관이) 퇴근하면서 제게 ‘아내를 도와줘서 고맙다’고 말했다는 기사가 났다”며 “2014년부터 (조 장관을) 3~4번 만났는데 만날 때마다 항상 고맙다고 이야기를 했다”고 소개했다. 

김 차장은 언론사가 서로 정보를 주고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 차장은 KBS에서 법무부와 검찰을 담당하는 법조팀과 인터뷰를 했는데 기사는 나오지 않았다고 폭로했다.

또 검사 컴퓨터 화면 대화창에 ‘인터뷰를 했다던데 털어봐’거나 ‘조국이 김경록 집까지 왔다던데 털어봐’라는 내용을 봤다고도 주장했다.

특히 김 차장은 “조 장관의 5촌 조카 조범동 씨를 사기꾼으로 생각하면 그림이 단순하다”고 말했다. 조씨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과 자본시장법 위반 등 혐의로 구속기소된 상태다. 검찰은 정 교수와 조씨와의 공모 여부를 확인 중이다. 그는 “사모펀드 문제가 터졌을 때 바로 조씨가 도망을 갔는데, 이건 100% 돈 맡긴 사람의 돈을 날려 먹었을 때”라며 정 교수가 사기사건의 피해자라는 취지로 설명했다.

유 이사장은 이번 인터뷰가 지난 3일 김 차장의 요청으로 이뤄졌으며 전체 1시간 30분가량의 녹취 중 20분가량을 공개했다. 

8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의 모습. 뉴시스
검찰은 유튜브 방송이 끝난 뒤 해당 내용을 즉각 반박했다.

검찰 관계자는 “증거인멸 혐의로 수사를 받는 피의자의 자기방어를 위한 일방적인 주장이 특정한 시각에서 편집된 후 방송되어 매우 유감”이라고 밝혔다. 실제 김 차장은 “(진실을) 못 찾을 수가 없다”거나 “이 사람(검사)들은 음모론 진영논리 절대로 생각 안 한다”, “박근혜 국정농단 수사했던 주역들이기 때문에 그때도 최선을 다했고 지금도 최선을 다한다고 했다”는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당국 관계자는 “피의자들은 검찰의 입을 막아 놓은 채 자기 방어를 위해 사실을 왜곡해 언론 등에 호소하는 경향이 있다”며“김 차장이 압박감을 받는 상황에서 여론전을 통해 강한 쪽에 붙으려고 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KBS 역시 “인터뷰 직후 김 차장의 주장 가운데 일부 사실관계를 분명히 할 필요가 있는 부분을 검찰을 통해 확인한 적이 있다”며 “하지만 인터뷰 내용을 일부라도 문구 그대로 문의한 적이 없고, 인터뷰 내용 전체를 어떤 형식으로든 검찰에 전달한 바 없다”고 강조했다.

법조계에서는 문재인 대통령이 나서 검찰권 남용을 언급하는 등 피의사실 공표에 대한 엄격한 잣대를 들이미는 상황에서 유 이사장이 피의사실 공표에 앞장 서고 있다고 지적했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이유가 어쨌건 간에 PC를 반출한 것 자체가 증거인멸을 시도한 것”이라며 “검찰은 가만히 있는데 여권인사와 피의자가 나서서 대통령이 하지 말라는 피의사실을 공표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정필재 기자 rush@segye.com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