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 만난 배익기씨 "훈민정음 상주본 내것, 반환 말 안돼"

김은빈 2019. 10. 9. 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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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날인 9일 오전 고교생들이 경북 상주시 훈민정음 해례본 상주본(이하 상주본) 소장자 배익기 씨가 운영하는 골동품점에서 배 씨에게 상주본 반환 서명을 전달 후 배 씨가 학생들과 얘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훈민정음 해례본 상주본’(이하 상주본) 소장자로 알려진 배익기(56)씨가 상주본을 국가에 반환할 의사가 없다는 기존 입장을 거듭 밝혔다.

배씨는 한글날인 9일 경북 상주 및 서울 지역 고교생들을 만나 상주본 국가 반환 요청에 대해 “사유 재산(상주본)을 무조건 국가에 줘라고 하는 것은 문제”라며 “반환은 말도 안 된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당초 (상주본이) 국가 것이라면 지금 제가 감옥에 있지 않겠나”라면서 “국가는 사유 재산을 지켜주는 의무를 하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제가 상주본을 규장각 내부에서 꺼내온 것도 아니고 나름대로 노력해서 찾은 것”이라며 “당사자인 제 재산을 누가 나보다 더 안전하게 보존하려고 노력하겠나”라고도 했다.

배씨는 상주본 보관 상태를 묻자 “어떤 기준이 안전한 것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450여년 동안 안전하게 보존된 것 같지는 않다”며 “박물관에서 보관하는 것보다는 분명히 안전하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보존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날 김동윤군을 비롯한 고교생 4명은 경북 상주시에 있는 배씨의 골동품점을 찾아 면담을 진행했다. 이들은 지난 8월부터 상주본 반환을 촉구하는 서명 운동을 전개해 왔으며, 그동안 모인 손편지 등을 배씨에게 이날 전달했다.

김군은 “상주본 반환 문제는 어른들만의 일이 아니다. 학생들도 한글 창제의 원리가 담긴 국보급 문화재인 상주본의 가치에 대해 관심이 많다”며 “국보급 유산을 개인이 소장한 채 공개하지 않은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배씨는 “상주본 문제가 정상화돼 보고싶다는 (학생들의) 이야기는 저도 동감하는 부분”이라며 “당사자로서 오히려 더 시급하게 노력하고 있다는 것만 알아줬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그는 “저한테만 (상주본 반환을) 독촉하는 그런 내용은 아닌 것 같다”며 “염려했던 것 보다는 순수한 뜻으로 와서 희망사항을 전한 걸로 그 뜻을 잘 알겠다”고 덧붙였다.

배씨는 학생들의 방문에 앞서 지난 8일 언론에 배포한 입장문에서 “십년이 넘도록 은폐와 왜곡·거짓으로 점철하는 해례본 사건이 급기야는 학생들에게까지 오도된 방향으로 이용된다”며 “고등학생이면 주위 어른들의 암시·부추김·선동에 수동적으로 착실히 따르려고만 할 게 아니라 다른 사정도 있을 수 있음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은빈 기자 kim.eunb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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