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릴레오 편집방송 논란에 PB 김모씨는 "인터뷰 후회한다"

이경원 구자창 구승은 기자 2019. 10. 9. 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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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경심 동양대 교수의 프라이빗뱅커(PB)로 조국 법무부 장관 수사의 증거인멸 범행에 연루된 김모(37)씨가 검찰에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과의 인터뷰 대화 녹취록 전문을 제출했다. 그가 유 이사장과 인터뷰한 내용은 지난 8일 유튜브방송 ‘유시민의 알릴레오’를 통해 전달됐는데, 증거인멸이 없었다는 취지로 방송됐다. 김씨는 검찰과 특정 언론사가 유착됐다는 식으로 인터뷰를 하기도 했다.

하지만 김씨는 그가 유 이사장과 나눈 90분가량의 대화 중 공개된 20분가량의 내용은 조 장관 측에 유리하게 편집됐다고 주장했다. 자신과 정 교수의 증거인멸을 인정한다는 내용도 빠져 있었다고 한다. 김씨는 검찰에 “인터뷰한 것을 후회한다”고 진술한 것으로 파악됐다. 그는 검찰 조사 과정에서 앞서 정 교수가 검찰에 밝힌 증거인멸 관련 진술을 접한 뒤 혼란스러워한 것으로도 전해졌다. 정 교수는 동양대 연구실 컴퓨터 반출, 하드디스크 교체 등이 김씨의 주도로 이뤄진 것처럼 진술했었다.

9일 국민일보 취재 결과를 종합하면 김씨는 지난 8일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검사 고형곤)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해 유 이사장과의 녹취록 전문을 제출했다. 김씨 측은 유 이사장의 유튜브 방송을 통해 공개된 발언들이 정확히 어떤 맥락이었는지 검찰에 여러 차례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씨가 인정할 부분은 인정했는데도 미방송된 부분이 있고, 결국 발언이 선별됐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대표적인 대목은 정 교수가 지시한 것으로 알려진 하드디스크 교체와 관련한 것이었다. 김씨는 유 이사장과의 인터뷰에서 자신은 물론 정 교수의 증거인멸 행위까지 인정했다고 한다. 김씨는 유 이사장에게 “좀 멍청한 행동을 한 거 같다. 저도 그렇고 교수님도 그렇고”라고 말했다. 김씨는 “업그레이드를 하건 뭘 손을 대건, 하드나 이런 것들은 전혀 손을 대지 않고 그대로 제출을 했지만, 그 행위 자체로 증거인멸이라고 인정을 하는 게 맞다”고도 했다.

김씨는 “제가 잘못한 건 잘못한 것”이라며 “그것은 다 인정했고, 교수님(정 교수)도 그건 거부하기 힘드실 거예요. 행위가 있으니까”라고도 말했다. 하지만 김씨가 유 이사장에게 건넨 이러한 말들은 유튜브 방송에서 모두 빠졌다. 대신 “(정 교수가) 유리한 자료들을 확보해야겠다(고 했다)” “없애라고 했으면 이미 다 없앴을 것이다. 시간도 많았다”는 내용이 방송됐다. 증거인멸 인정 대신 방어권 차원에서의 행동임이 강조된 셈이다.

김씨가 정 교수의 투자 성향을 주식과 펀드 위주의 공격적인 것으로 설명한 대목도 일부 편집됐다고 한다. 김씨는 정 교수를 두고 “예금은 안 하시겠죠. 왜냐면 성향 자체가 주식으로 운용을 하던 성향”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조 장관의 청와대 민정수석 임명 당시 대체 투자처를 물색하던 정 교수가 “사실은 많이 들떠 있었다”고 회고했다.

김씨는 유 이사장과의 대화에서 조 장관의 ‘고맙다’ 발언을 길게 소개했다. 이 발언은 조 장관이 정 교수와 김씨의 증거인멸에서 자유롭지 않은 정황으로 알려져 있다. 김씨는 유 이사장에게 “이게 중요한 키워드이긴 하다”며 조 장관이 “고맙다. 집사람 도와줘서 고맙다”고 말했다고 했다.

그는 “집에도 들어가게 됐고, 집에 들어가니까 기자들을 좀 막아야 되는 상황이 있었다”며 “조국 교수님이 들어오시면 집에 남자가 왔으니까 나가는 과정에서 ‘고생했다. 고맙다’ 그렇게 한 것”이라고 말했다. 유튜브 방송에서는 조 장관이 그저 습관적으로 ‘고맙다’는 말을 하는 것처럼 그려졌다.

김씨가 유 이사장에게 검찰 수사를 편향적으로만 볼 수 없다고 여러 번 말한 대목도 편집돼 방송되지 않았다고 한다. 김씨는 “제가 처음에는 음모론으로 접근을 했는데, 실제적으로 진실을 밝혀줄 수 있을 거라고도 생각을 한다”고 말했다. 유 이사장이 되묻자, 김씨는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고. 이 사람들도 자기 목숨 걸고 하는 거잖아요”라고 답했다.

유 이사장은 인터뷰 진행 중 “검사들은 원하는 게 따로 있는 것 같구나, 그런 거죠”라고 물었다. 하지만 이때 김씨는 “그게 본인들의 일인 거고, 저는 오히려 정말 열심히 하고 잘 하고 있다고 부추겨 주는 게 더 좋을 것 같다”고 답했다. 유 이사장이 “그 얘기를 꼭 쓸게요”라고 말했지만 이 대화는 유튜브 방송에서 공개되지 않았다.

검찰은 지난 8일 유 이사장의 유튜브 방송 직후 “특정 시각에서 편집 후 방송된 것”이라고 유감을 표했다. 이날 야간에는 김씨의 동의 하에 서울 여의도 켄싱턴호텔의 CCTV 검증 절차를 진행했다. 조 장관의 인사청문회 당일 김씨가 정 교수의 호출로 이 호텔에서 노트북을 전달했는데, 정 교수가 이 사실을 부인했기 때문이다.

한편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은 검찰이 김씨를 조사한 데 대해 “압력성, 보복성 조사”라며 검찰을 비판했다. 홍 대변인은 “김씨가 어제 저녁 7시부터 밤 11시까지 검찰에서 조사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며 “김씨가 알릴레오 인터뷰에 나간 데 대한 검찰의 불편함이 심야조사로 이어진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주장했다.

이경원 구자창 구승은 기자 neosar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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