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주행차 짝짓기, 적도 동지도 없다

2019. 10. 12. 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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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 강자 없는 혼돈의 시대
국경 넘어 활발한 교차 투자
한국 자율차준비지수 13위 그쳐
법·제도·인프라 종합 정비 필요


미래차 글로벌 합종연횡
자율주행 혁명의 시대를 맞아 자동차 회사, 정보통신기술(ICT) 업체, 자율주행기술 기업 등의 합종연횡이 잇따르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지난달 2조4000억원을 들여 미국 자율주행 기술 업체 앱티브와 조인트벤처(JV)를 설립(2020년 예정)한다고 발표했다. 폴크스바겐은 최근 포드가 2017년 인수한 아르고AI에 26억 달러를 투자하기로 합의했다. 도요타는 지난 4월 덴소·소프트뱅크와 함께 우버에 10억 달러를 투자하기로 했다.

미국자동차공학회(SAE)는 자율주행의 단계를 레벨 0~5의 6단계로 구분한다. 현재 양산차에 탑재된 기술은 레벨 3에 근접한 것으로 평가 받는다. 레벨 4~5단계의 자율주행이 상용화되면 자동차를 이용하는 개념 자체가 달라질 수 있다. 다만 대부분의 기업이 레벨 4~5단계 목전에서 주춤하고 있다. 자율주행 업계의 합종연횡이 줄을 잇는 배경이다. 독불장군식으로 개발에 나서면 기술 허들을 뛰어넘기 어렵다고 보기 때문이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GM은 자회사 구조조정 와중에도 자율주행기업 크루즈오토메이션을 인수하고 대규모 투자를 단행했는데, 현대차의 투자는 오히려 늦은 감이 있다”고 말했다.

다가오는 자율주행 시대의 주도권을 어느 기업이 쥘지는 아직 예측하기 어렵다. 실제 자율주행이 이뤄지려면 기술뿐 아니라 제도와 인프라, 법적 정비가 필요한 만큼 각국 정부의 역할도 상당히 중요하다. 글로벌 컨설팅 업체 KPMG가 자율주행차 도입을 주도적으로 추진하는 세계 25개국을 대상으로 평가한 자율주행차준비지수(AVRI)에서 우리나라는 올해 13위를 차지했다. 지난해 10위에서 오히려 3계단 떨어졌다.

국내에서는 도로교통법에 따라 모든 차량 운전자가 조향장치와 제동장치 등을 정확하게 조작해야 하고 운전자가 컴퓨터 등을 사용하는 행위도 금지돼 있다. KPMG 관계자는 “한국은 레벨 3 단계의 자율주행 파일럿 운전만 허용하고 있어 기술 개발이 더딜 수밖에 없다”며 “선도 국가들에 비해 입법 과정도 느리다”고 지적했다. 현대차가 앱티브와의 조인트벤처 본사를 미국 보스턴에 두기로 결정한 것도 이런 국내 현실과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한국은 자율주행 관련 역량도 부족한 실정이다. 고태봉 하이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미래 자동차는 C(연결)·A(자율주행)·S(공유)·E(전동화)로 압축된다”며 “이 중 우리나라는 뛰어난 통신 인프라와 세계 최고 수준의 배터리 기술을 기반으로 연결성(C)과 전동화(E) 부문에서는 경쟁력을 갖췄지만, 자율주행(A)과 차량공유(S) 등에서는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15일 미래 자동차 산업 육성 전략을 담은 국가 비전을 발표할 예정이다. 시스템반도체와 바이오헬스에 이어 제시하는 3대 집중 육성 산업 관련 청사진이다. 그러나 3대 신산업의 마지막 축인 미래차 산업 비전 발표는 한·일 경제갈등 등으로 지금껏 미뤄졌다.

이번에 나올 비전은 특히 자율주행차에 무게중심을 둘 것으로 보인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미래차 분야에서 수소차나 전기차보다는 자율주행차 중심으로, 완성차보다는 자율주행 생태계 중심으로 방향성을 제시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자동차 업계에선 올해 AVRI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은 네덜란드 정부의 대응을 주목한다. 네덜란드 정부는 지난해 3월 인간이 아니라 자율주행차 소프트웨어를 대상으로 새로운 운전면허 시험을 개발하겠다고 발표했다.

자율주행 산업은 급격히 성장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 업체 IHS는 2040년 연간 3370만대의 자율주행차가 판매될 전망했다. 자율주행차 산업의 중요성은 제조업에 그치지 않는다. 차량공유와 모빌리티 서비스(MaaS), 물류 등에서 자율주행차를 활용한 서비스가 만들어내는 부가가치는 상상을 초월한다.

한편, 일각에선 운전자가 없는 완전자율주행의 상용화는 법과 제도, 인프라 등의 종합 정비가 필요하기 때문에 도입이 늦어질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자동차 업계에서는 이런 장벽 때문에 하늘을 나는 자율주행 ‘플라잉 카’가 먼저 도입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최윤신 기자 choi.yoonsh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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