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디즈니, 넷플릭스 절반가 월 4달러로 국내 OTT 진출할까

김경진 2019. 10. 12.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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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의 글로벌 공룡인 ‘넷플릭스’의 대항마 자리를 놓고, 애플과 디즈니가 본격적인 기 싸움에 돌입했다. 10일(현지시간) 미국 매체들에 따르면 디즈니는 다음 달 12일 출시 예정인 디즈니의 OTT인 디즈니+를 3년 약정으로 미리 가입할 경우, 총 169.99달러(20만2000원)에 서비스한다고 밝혔다. 이럴 경우 한 달 이용 가격이 4.72달러(5600원)에 불과하다. 앞서 애플이 내달 1일 출범할 애플 TV+를 월 4.99 달러(최대 6명 공유 가능)에 서비스하겠다고 밝힌 데 대해 맞불을 놓은 것이다. 넷플릭스의 기본 상품이 월 8.99달러(국내가 9500원)임을 고려하면 그 절반인 파격적인 가격이다.


글로벌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공룡들의 불꽃 튀는 경쟁이 가시화되면서 국내 콘텐트ㆍ미디어 업계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애플TV+와 디즈니+가 곧 국내 진출을 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넷플릭스의 경우 스트리밍(재생) 서비스가 도입된 2007년 이후 한국에 출시되기까지 9년이 걸렸다. 하지만 애플과 디즈니의 경우 국내 진출에 오랜 시간이 걸리지는 않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선발주자였던 넷플릭스와는 달리 이미 OTT 시장이 활성화 된 데다, 국내에 탄탄한 매니어층을 확보하고 있어 진출도 용이하기 때문이다.

OTT 업계 관계자는 “넷플릭스의 경우, 전 세계적으로 가격 차이가 크게 발생하지 않는다”며 “애플과 디즈니 역시 형평성 논란과 우회 이용 등을 막기 위해서라도 미국과 비슷한 가격으로 국내에 진출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게다가 둘은 넷플릭스와 차별화된 강점을 내세우고 있다. 애플의 주 무기는 각종 애플 단말과의 서비스 연계다. 애플은 아이폰ㆍ아이패드ㆍ애플TV 등 애플 제품을 사면 애플TV+를 1년간 무료로 제공하는 프로모션을 선보일 예정이다. 디즈니는 마블ㆍ내셔널지오그래픽 등 매니어층이 많은 콘텐트를 보유하고 있는 데다, 애니메이션 등을 통해 넷플릭스와 수요층을 차별화할 수 있다는 게 강점이다.

11월 12일 미국에서 출시 예정인 월트 디즈니의 OTT서비스 '디즈니+' [중앙 포토]


미국과 비슷한 가격대로 국내 진출할 듯
자본력과 콘텐트로 무장한 이들이 가격 경쟁력까지 등에 업고 국내에 진출할 경우 막 성장하기 시작한 국내 OTT 업계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이렇게 되면 국내 OTT 업체에도 가격 경쟁력에 대한 요구가 높아질 수밖에 없다. SK텔레콤과 지상파 방송 3사가 합작해 설립한 OTT인 웨이브의 월 이용 가격은 제일 기본 모델이 7900원이어서 넷플릭스보단 저렴하지만, 애플이나 디즈니보다 높다. 최재호 DS증권 연구원은 “국내 OTT 업체는 글로벌 OTT와 가격 경쟁에 돌입하게 될 경우 오리지널 콘텐트에 대한 제작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게 된다”며 “결국 인수합병을 통해 몸집을 불려 투자금과 유료고객을 확보할 수밖에 없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달 16일 오후 서울 중구 정동1928아트센터에서 열린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웨이브 출범식에 참석한 관계자들이 출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웨이브는 SK텔레콤의 OTT인 옥수수와 지상파 3사의 OTT인 푹을 통합해 새롭게 출시한 OTT 서비스다. [뉴스1]


방송 시청 모바일로 옮겨 가면 유료방송 시장 타격
유료 방송 등 TV 기반의 방송 업계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는 유료 방송을 이용하는데 드는 비용이 저렴하기 때문에 미국처럼 OTT를 통한 코드 커팅(유료방송 끊기) 효과는 일어나기 힘들다”며 “다만 젊은 층을 중심으로 ‘코드 네버(never)’ 현상이 일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코드 네버’란 아예 TV나 유료가입 방송에 가입하지 않고 처음부터 모바일로 영상을 시청하는 현상을 뜻한다.


가격 싼 OTT 여러 개 골라보는 행태 늘듯
OTT 선택의 폭이 넓어지고 가격 부담이 낮아지면서 복수의 OTT를 함께 시청하는 경우도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부모는 넷플릭스와 방송사 OTT를 보지만 자녀를 위해선 디즈니도 함께 구독하는 식으로 병행하거나, 작품 위주로 돌아가면서 OTT를 보게 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김민정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복수의 OTT를 이용하면서 지상파나 종편 등을 OTT를 통해 시청하는 방향으로 소비자들의 시청 패턴이 바뀔 경우, 케이블ㆍIPTV 등 유료방송 시장이 중장기적으로 타격을 받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김경진 기자 kjin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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