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대문·논현역 지고 서울대입구역·왕십리 떴다

이코노미조선 정미하 기자 2019. 10. 12.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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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미조선]
서울 상권 5년 만에 세대교체
서울대입구역 공실률 서울 최저
이태원·동대문 등 공실 장기화

지하철 2호선 서울대입구역 인근의 ‘샤로수길’. 서울대입구역은 공실률, 임대료 상승률, 자본수익률을 고려했을 때 상가 투자 여건이 가장 좋은 곳 1위였다. / 김소희 기자

"서울에서 가장 매력적인 상권은 서울대입구역, 왕십리, 신림역이다. 반면 전통적으로 핵심 상권이었던 동대문, 신촌, 혜화동과 강남 지역의 논현역, 도산대로는 하위권이다."

6월 14일 우리금융경영연구소가 발표한 서울 주요 상권의 부동산 임대업 리스크 검토 보고서 내용이다. 오랜 기간 유지된 전통 상권보다 서울대입구역, 왕십리 등 지금까지 눈에 띄지 않았던 신흥 상권이 투자하기 좋은 곳이라고 했다. 이른바 ‘상권의 세대교체’가 일어나고 있는 셈이다. 연구소는 공실률과 임대료 상승률, 상가 가격이 오른 정도를 보여주는 자본수익률을 종합해 서울 시내 38개 상권을 분석했다. 상가에 투자하기 좋은 곳은 어디인지, 보고서를 기반으로 따져봤다.

지하철 2호선 서울대입구역은 2018년 4분기 기준 투자 여건이 가장 좋은 곳으로 꼽혔다. 우선 공실률이 0.6%로 서울 상권 중에서 가장 낮았다. 임대료는 1년 전보다 5.3% 오르면서 임대료 연간 상승률이 서울에서 가장 높았다. 1㎡당 임대료는 6만8200원으로 서울 평균 임대료(5만7600원)보다 1만600원 비싼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샤로수길’이라는 이름이 붙은 골목 상권이 힘을 발휘한 결과로 보인다. 샤로수길은 서울대입구역 2번 출구에서 도보 3~4분 거리에 있는 이면도로다. 직선으로 약 750m인 샤로수길에는 프랑스 가정식, 인도 커리집 등 이국적이고 아기자기한 느낌의 가게들이 기존에 있던 오래된 세탁소, 철물점과 어울려 영업한다. 주요 소비층인 20·30대 사이에서 샤로수길은 독특한 분위기를 갖춘 곳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2위 상권은 왕십리다. 지하철 2호선과 5호선, 경의·중앙선과 분당선이 만나는 쿼드러플 역세권으로 하루 평균 유동인구가 11만 명에 달하는 지역이다. 2000년에는 서울 중심부 종각역의 유동인구가 왕십리보다 3.3배 많았지만, 지난해에는 두 역의 승객 수가 거의 비슷할 정도로 많은 사람이 오가는 교통 요충지가 됐다. 임대료 상승률은 5.3%로 서울대입구역과 함께 공동 1위다. 자본수익률(연간 상가 가격 상승분÷1년 전 상가 가격)은 6.4%로 서울에서 1위다. 공실률은 2013년 8.3%에서 2018년 4.8%로 빠르게 줄어들고 있다.

5년 전 인기 상권 1위였던 홍대·합정은 4위로 떨어졌지만, 여전히 상위권이다. 자본수익률은 6.2%로 왕십리에 이어 두 번째로 높다. 1㎡당 임대료는 6만6600원으로 서울에서 11번째로 비싸지만, 공실률은 4%로 서울 평균(6.4%)보다 낮다. 서울시와 마포구가 옛 당인리발전소 인근인 합정·당인·상수동 지역에 한강변을 낀 대규모 문화공원을 조성할 계획을 세운 것이 상권 유지에 도움을 준 것으로 보인다.

강남대로는 서울에서 임대료가 두 번째로 높은 곳으로 상가 투자를 하기 좋은 곳 중 하나다. 강남대로의 1㎡당 임대료는 12만7200만원으로 1년 전 23위에서 2위로 올라갔다. 신사역 역시 임대료(1㎡당 7만5300원)가 높은 편이다. 이 때문에 신사역 인근 가로수길은 기존 임차인이 밀려나고 높은 임대료를 감당할 수 있는 프랜차이즈가 들어오면서 공실률이 2.2%포인트 떨어졌다.

◇동대문·신촌 비롯해 강남 논현역·도산대로는 ‘투자 주의’

도·소매업의 중심지였던 동대문 상권은 투자 여건이 가장 나쁜 것으로 나타났다. 공실률은 서울 38개 상권 중 36위, 임대료는 30위, 자본수익률은 34위로 전체 평가에서 최하위권이었다. 공실률은 13.3%로 서울 38개 상권 중 세 번째로 높았다. 자본수익률은 2.6%로 서울 평균(4.2%)을 크게 밑돌았고 1㎡당 임대료는 1년 전보다 0.1% 하락한 3만7000원이었다. 이는 서울 평균인 5만7600원보다 2만600원 낮은 것이다.

쇼핑 패턴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이동하면서 동대문 지역의 대형 쇼핑몰을 찾는 고객이 감소한 것이 결정적인 원인으로 분석된다. 성지영 우리금융경영연구소 책임연구원은 "동대문은 임대 수익이 감소하고, 상가 가치 역시 떨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신촌과 혜화동 상권도 상황이 좋지 않다. 신촌은 연세대·이화여대·서강대, 혜화동은 성균관대·한성대 등 인근 대학교를 중심으로 20·30대가 주로 찾는 공간이었다. 하지만 최근 젊은이들은 신촌, 혜화동 같은 기존 상권보다 성수동 수제화거리, 샤로수길, 을지로, 익선동 등 새롭게 생긴 골목 상권을 선호한다.

이를 반영하듯 신촌과 혜화동의 공실률은 각각 10.4%, 8.9%로 서울에서 네 번째, 여덟 번째로 높다. 신촌의 임대료는 5만6400원으로 1년 전보다 0.1% 하락했고 혜화동(6만9600원)은 3.4% 떨어졌다. 신촌의 자본수익률은 24위에 불과하고, 혜화동은 서울에서 꼴찌다.

지하철 7호선 논현역과 도산대로(3호선 신사역~영동대로 남단 교차로)의 상가 투자 여건도 나쁘다. 두 곳은 상가가 초과 공급되면서 지난해부터 공실률이 가파르게 상승했다. 논현역의 공실률은 17.2%(2위)로 1년 전보다 무려 14.3%포인트 상승하면서 서울 상권 중에서 가장 빠르게 올랐다. 도산대로 역시 상가가 과잉공급되면서 같은 기간 공실률이 4.8%포인트 상승한 8%를 기록했다.

성지영 책임연구원은 "서울 전체를 보면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는 공실이나 상가를 매입할 때 들어간 대출금에 대한 이자 상환 부실 위험이 크지 않다"면서도 "다만 이태원·논현역·동대문 등 11개 지역은 상업용 부동산 경기가 급격히 악화했던 2006년(8.3%)보다 공실률이 높아 투자할 때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태원의 공실률은 2013년 4분기 9.4%를 기록한 이후 상승세를 이어 가고 있으며, 2018년 이후 줄곧 20%를 넘고 있다. 그는 이어 "상권 중심이 도심과 강남 지역의 대형 상권에서 골목 상권 위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는 점도 예의주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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