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루체른 성벽 낙서 주인공의 답은? "기억나지 않는다"

정용인 기자 2019. 10. 12. 1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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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10월 6일 인터넷에 올라와 논란이 된 스위스 루체른 무제크 성벽 타워에 적힌 방문 기념 낙서./트위터

[언더그라운드.넷]

“제발 좀 부끄러운 줄 아세요.”

지난 10월 6일, 한 장의 사진이 트위터와 커뮤니티에 뜨거운 이슈로 등장했다. 촬영한 사람의 주장에 따르면 이것은 스위스 루체른 무제크 성벽 타워 난간을 찍은 사진이다. 그런데 한글 이름들이 적혀 있다. 곽모씨 부부와 세 자녀로 추정된다. 방문 기념 낙서로 보인다. 밑에는 날짜도 쓰여 있다. 올해 8월 16일이다.

곽씨는 김·이·박처럼 흔한 성씨가 아니다. 누리꾼 수사대의 레이더망에 결국 곽씨의 흔적이 잡혔다. 모 대학 96학번으로 산악동아리 출신이고, 이들 부부가 결혼할 때 청첩장까지 나왔다.

사실 의문이다. 산악동호회를 했고, 현재도 꾸준히 OB산악모임에 참여하고 있는 산악인인데, ‘아웃도어 에티켓’을 어떻게 모를 수 있을까.

“글쎄요…, 기억이 안 나는데요. 애들이 썼을 수도 있고.”

10월 7일 기자와 통화한 곽모씨의 얘기다. 그의 말에 따르면 지난 8월 중순쯤 스위스 루체른에 가족여행을 간 것은 맞다. 그는 이렇게 덧붙였다. “정신이 없어서 포인트만 보고 바로 내려왔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그때 펜을 가지고 있지도 않았고….” 패키지여행은 아니었고, 자유여행으로 유럽을 갔는데 오스트리아에서 짐을 분실해 돈도 없고 해서 심적으로 여유 있는 여행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트위터나 인터넷에 ‘낙서한 걸 부끄러운 줄 아시라’는 글이 올라온 것을 몰랐느냐는 물음에 이렇게 답했다.

“그런 사진이 올라온지 몰랐습니다. 연락받은 것도 처음이네요. 인터넷도 뉴스만 보고 트위터나 커뮤니티 게시판 같은 건 전혀 보질 않아서.”

곽씨의 말이 사실이라면 분실한 가방을 습득해 인적사항을 확인한 누군가 가족들을 모함하기 위해 일부러 남긴 것일까?

어쨌든 글씨체가 다 똑같지 않은 걸 보면 가족들이 돌아가며 남긴 글씨처럼 보이는데?

곽씨는 “기억나지 않는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기자는 곽씨의 기억을 환기시키기 위해 그에게 해당 사진을 보내줬다.

사진을 본 뒤 다시 통화하기로 했지만 이후 곽씨는 기자의 전화를 받지 않았다.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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