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왕즉위식 李총리 참석..한일갈등 변곡점 '기대vs한계'
이낙연 국무총리가 오는 22일 열리는 나루히토 일왕의 즉위식에 정부 대표로 참석한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한국 고위급간 회담이 1년 여 만에 열릴 가능성이 거론된다. 그러나 강제징용 배상안에 대한 한일간 입장차가 여전한 탓에 갈등을 풀 실질적 진전을 만들어내긴 힘들다는 관측이 나온다.
◇일본통 李총리 일왕즉위식 참석…아베와 회담 여부 주목=13일 총리실에 따르면 이낙연 총리는 일왕즉위식 참석차 22일부터 24일까지 일본을 방문한다. 공식발표된 이 총리 일정은 즉위식·일본 궁정연회(22일)와 아베 총리 주최 연회(23일) 참석 정도다. 하지만 아베 총리와 회담 가능성도 열려 있다. 앞서 NHK는 이 총리와 아베 총리가 약 15분간 회담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성사된다면 지난해 9월 한일정상회담 후 첫 아베 총리와 한일간 회담이다.
도쿄 특파원, 국회 한일의원연맹 수석부회장 등을 지낸 이 총리는 통역 없이 회담을 소화할 만큼의 일본어 능통자로 아베 총리와 짧은 회담을 밀도 있게 진행할 수 있는 적임자다. 이 총리가 정부 대표로 결정된 데엔 1990년 일왕즉위식 당시 강영훈 국무총리가 참석한 전례와 이번 즉위식에 참석하는 다른 국가대표의 격 등이 두루 고려된 동시에 그가 '일본통'이라는 점도 중요한 배경이 된 걸로 알려졌다.
한일관계 해법이 안갯속인 시점에 아베 총리와 회담 가능성이 거론되자 이 자리가 한일갈등을 풀 변곡점이 될 수 있다는 기대도 나온다. 올해 일본이 단행한 일련의 보복성 수출규제 정책이 사실상 총리실 주도로 이뤄진만큼 갈등의 실타래를 풀 결정권이 아베 총리에게 있어서다. 이 총리가 문 대통령의 친서를 전할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여기에 아베 총리는 지난 4일과 8일, 연달아 "한국은 중요한 이웃 나라"라고 말했다. '한국정부가 먼저 나서야 한다'는 게 발언의 요지였으나 최근 몇 달간 강경기조와 비교할 때 상대적으로 유화적인 어조로 해석됐다. 일왕즉위식이 한일갈등의 변곡점이 될 수 있다는 기대를 낳는 이유다.
◇강제징용 배상안 입장차 여전…실질적 진전 없을 가능성=그러나 회담이 성사된다 해도 어느 한쪽의 입장 변화가 없을 경우 가시적 진전을 만들긴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현재로선 우세하다. 양국 갈등의 핵심쟁점인 강제징용 배상안에 대한 입장차가 워낙 큰 때문이다.
간극의 핵심은 일본이 지난해 10월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손을 들어 준 한국 대법원의 판결 자체를 국제법 위반으로 규정하고 있다는 점이다. 일본은 1965년 한일청구권 협정으로 개인 청구권을 포함한 배상을 완료했으며 한국 대법원의 판결이 국제법 위반이란 주장을 펴왔다. '국가간 협정이 개인의 권리를 침해할 수 없다'며 사법부의 판결을 존중해야 한다는 우리 정부 입장에 정면으로 대치된다.
이 같은 입장차 탓에 한국 정부가 6월 내놓은 배상안에 대한 협의도 진척이 없다. 한국 정부는 일본 전범기업과 한일청구권 협정으로 수혜를 본 한국 기업이 배상을 분담하는 '1+1'안을 내놨지만, 일본 정부는 한국측이 배상을 책임져야 하며 일본 기업이 어떤 식으로도 참여할 수 없다고 주장해 왔다. 일본 기업이 배상을 분담할 경우 한일청구권 협정을 부정하는게 된다고 보는 일본측 인식 탓이다. 이런 이유로 아베 총리와의 회담이 성사된다 해도 한 쪽이 입장을 굽히지 않으면 결정적 해법이 나오긴 어렵다.
문제는 연말께 일본 기업의 한국내 자산매각이 시작되면 한일간 확전이 불가피하다는 점이다. 지난해 대법원 확정판결 후 피해자들은 일본제철, 미쓰비시중공업 등의 한국 내 자산압류·매각을 신청했고 이 절차가 연말에서 내년초께 집행될 예정이다. 자산매각이 현실화하면 일본은 앞서 단행한 백색국가(수출심사 우대국) 배제를 빌미로 더 강도 높은 경제보복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결국 정상간 톱다운 해법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꾸준히 거론된다. 일한의원연맹 간사장인 가와무라 다케 전 일본 관방장관은 전날 아사히 신문과 인터뷰에서 갈등을 풀기 위해 한일정상회담이 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기회를 만들기가 쉽지 않다. 올해 말 예정된 한중일정상회담 기간 한일정상회담 가능성이 거론되나 다음달 23일 한일 군사정보보협정(지소미아) 종료일을 한참 넘긴 시점인 데다 이미 일본 기업 자산 현금화 등이 집행된 시점일 수 있어 '너무 늦다'는 평가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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