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년간 최악..'日 태풍 하기비스' 최소 41명 사망·실종, 42만가구 정전

권중혁 기자 2019. 10. 13.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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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호 태풍 하기비스가 상륙한 일본 나가노시의 신칸센 열차들이 진흙탕에 침수됐다. 사진=AP뉴시스

제19호 태풍 ‘하기비스’가 일본 열도를 관통하면서 최소 41명이 사망·실종됐다. 강풍과 폭우로 수십만 가구가 정전·단수되고, 제방과 둑이 무너지고 하천이 범람하는 등 막대한 피해가 발생했다. 5000여명의 사망·실종자를 내며 1959년 일본 최악의 태풍으로 기록된 ‘베라’ 이후 최악의 태풍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일본 NHK방송은 13일 오후 6시 현재 태풍 하기비스의 영향으로 인한 사망자 24명, 실종자가 17명이라고 보도했다. 이밖에 170명이 부상을 입었다. 태풍 피해가 계속해서 집계되고 있어 사상자 수는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가나가와현 가와사키시에서는 60대 남성이 침수된 아파트에서 숨진 채 발견됐고, 토시기현에 한 여성이 수로에 빠져 익사한 채로 발견됐다. 지바현에서는 돌풍으로 차량이 옆으로 뒤집히면서 안에 있던 50대 남성이 숨진 채 발견됐다. 후쿠시마현에서는 25세 남성 공무원이 태풍 관련 긴급근무를 마치고 돌아가던 중 변을 당했다. 이 직원은 구청에서 1㎞ 떨어진 농지에서 숨진 채 발견되기도 했다.

필리핀어로 ‘속도·빠름’(speed)을 뜻하는 하기비스(Hagibis)는 12일 오후 7시쯤 일본 도쿄도 남서쪽에 위치한 시즈오카현 이즈 반도에 상륙했다. 하기비스는 강우와 폭우를 동반한 채 밤사이 수도권 간토지방에 많은 비를 쏟았다. 다음날인 13일 오전 7시쯤부터는 세력이 약화된 채로 미야코시 동쪽 130㎞까지 진행했다.

12일 제19호 태풍 하비기스가 일본에 접근하고 있는 가운데 일본 시즈오카(靜岡)현 이치하라(市原)시에서 돌풍에 의해 차량이 넘어져 있다. 그 뒤로는 파손된 주택도 보인다. 사진=교도연합뉴스

하기비스는 폭우를 동반해 피해를 키웠다. NHK는 각지에서 연간 강수량의 30~40% 정도가 하루 이틀 새 쏟아졌다고 전했다. 가나가와현 하코네마치에는 이날 새벽까지 48시간 동안 1001㎜의 물폭탄이 쏟아졌다. 이즈시 이치야마에는 760㎜, 사이타마현 지치부시 우라야마 687㎜의 비가 내렸다. 일본 기상청은 전날 오후 수도권과 도호구 지방 등 13개 광역 지자체에 ‘폭우 특별 경보’를 내렸다. 5단계의 경보 체계 중 가장 위험한 단계로 “목숨을 지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기지하라 야스시 기상청 예보과장은 말했다. 특별 경보는 태풍이 약화되면서 이날 오전까지 모두 해제됐다.

13일 태풍 '하기비스'가 몰고온 폭우 속에 침수된 일본 미야기현 마루모리에서 헬기가 출동해 지붕 위로 대피한 주민들을 구조하고 있다. 하기비스가 전날 저녁 일본 열도에 상륙, 폭우를 쏟아내며 이날 오전 11시30분 현재 10명이 사망하고 16명이 행방불명된 것으로 전해졌다. 사진=AP연합뉴스

강풍과 폭우로 곳곳에서 피해가 잇따랐다. 나가노현 나가노시에서는 지구마강 범람으로 제방이 붕괴하면서 주변에 있던 가옥들이 침수됐다. 1층은 이미 침수돼 많은 주민들이 2층 베란다나 지붕에 올라 구조를 요청했다. 수도권을 비롯해 전국에서 42만여 가구가 정전 피해를 입었다. 폭우로 인해 범람한 하천은 최소 36곳이고, 범람 위험에도 긴급방류를 실시한 댐도 7곳 이상이었다. 즉시 피난을 명령 대상자와 피난 권고 대상자가 1300만명을 넘어서기도 했다. 국토교통성은 이번 태풍으로 절벽 붕괴 등의 토사 재해가 이날 오전까지 최소 48건 발생했다고 밝혔다. 이밖에 지하철과 항공기 운항도 중단됐다.

13일 일본 나가노시의 고립된 육교 위에서 구조를 기다리는 사람들. 사진=일본 아사히신문 웹사이트 캡처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에서는 경보장치가 울리기도 했다. 후쿠시마원전을 운영하는 도쿄전력은 원전 2호기 폐기물 처리 건물 중앙지역 보유수 이송 배관에서 누설 경보가 발생했으나 빗물에 따른 경보였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방사성 물질인 세슘 제거 관련 설비인 ‘세슘 흡착탑’ 보관실 등에서 일어나는 누설 경보에 대해서는 정확한 경위가 파악되지 않았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이날 오전 9시쯤부터 총리 관저에서 각료회의를 열고 ‘비상 재해 대책 본부’를 설치하도록 지시했다. 그는 “사망자의 명복을 기원하고, 모든 피해자에게 진심으로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며 “현재도 경찰·소방·해상 보안청뿐만 아니라 자위대 2만7000명이 구조 활동 및 실종자 수색 등에 전력으로 임하고 있지만 필요에 따라 태세를 동적으로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인명구조 중에서의 사고도 있었다. 도쿄 소방청은 이날 후쿠시마현 이와키시에서 긴급 소방원조 활동 중인 헬리콥터가 70대 여성을 구조하다가 약 40m 위에서 여성을 떨어뜨렸다고 밝혔다. 이 여성은 다시 구조됐지만 심정지 상태로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다.

고노 다로 방위상은 이날 14일 개최 예정이던 해상자위대 관함식을 태풍 여파로 취소한다고 밝혔다. 한·일 갈등으로 일본 측은 이번 관함식에 한국 해군은 초대하지 않았다.

하기비스는 1959년 5098명의 사망·실종자를 내 일본 역대 최악의 태풍으로 기록된 베라 이후 가장 강력한 태풍으로 기록될 전망이라고 영국 BBC방송은 전했다.

권중혁 기자 gree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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