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朝鮮칼럼 The Column] 이 추악함을 언제까지 지켜봐야 하는가

윤석민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2019. 10. 14. 0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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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개혁이 도대체 왜 위선자 손에 좌우되는지 국민은 알지 못해
정치적 독선에도 명분이 있는 법.. 정의·공정 되살려라
윤석민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가을이 답답한 분노로 깊어간다. 인파로 가득한 광장에서 시위 참여가 처음이라는 30대 여성은 화병으로 죽을 것 같다며 '물러나라'를 하염없이 외쳤다. 애초에 말이 안 되는 일이었다. 조국 사태에 분노하는 대다수 국민의 마음은 상식 이하의 위선적 인사를 법무부 장관에 임명할 수 없다는 단순한 심정,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수차례 반복된 대통령의 말대로 정치권력의 사냥개 역할을 해온 검찰 개혁이 시급하고 절실하다는 데 반대할 국민은 단언컨대 없다. 표적 수사, 별건 수사, 먼지 떨이식 과잉 수사의 악습 역시 청산되어야 한다. 하지만 검찰 개혁이 도대체 왜 조국 장관의 손으로 이루어져야 하는지 국민은 알지 못한다. 대통령은 이러한 민심의 한복판에 '조국'을 쐐기 박아 사회를 두 동강 냈다.

많은 이가 이 생병 같은 사태의 원인을 진영 논리 내지 신념 윤리 탓으로 돌린다. 하지만 제아무리 빗나간 당파적 행위, 정치적 독선에도 명분이 있는 법이다. 금번 사태에선 그 어떤 정당성도 찾아볼 수 없다. 이 정도면 정상을 벗어난 것이다. 속칭 홀린 것이다. 확증은 없지만 한 가지 심증은 있다. 조국 장관의 절묘한 이미지 정치 재주다.

수많은 과거 언행이 거짓과 위선으로 판명되었지만 그는 멈출 줄 모른다. 법무부 장관 후보 지명으로 폴리페서 논란이 일자 '앙가주망(지식인의 책무)'이라는 말로 자신의 처신을 정당화했다. 텀블러, 백팩, 쓸어 올리는 머리는 소탈한 지성의 상징이 되었다. 케이크 박스를 들고 귀가하는 뒷모습 연출 사진으로 박해받는 가정의 슬픈 가장이 되었고, '내가 하루하루 살아내는 게 개혁'이라는 수사로 거악에 맞선 순교자가 되었다. 한때 필자는 그에게서 황우석 교수를 떠올렸다. 과소평가였다.

권력의 비호를 받는 범죄 피의자를 희생자로 둔갑시키는 이 놀라운 재주 앞에 국민은 쪼개졌다. 그의 실체를 본 다수의 국민이 분에 못 이겨 아우성치자 앙가주망을 말하던 한 입으로 조 장관은 이제 "나는 모른다" "법대로 하자"는 말을 되뇐다. 이 사회가 어떻게 되든 끝까지 가보자는 것이다. 그런 그를 방송, 유튜브, 국회, 법원 곳곳에 포진한 조력자들이 맹목적으로 싸고돈다. 이 집단의 실체를 이렇게라도 확인한 것이 다행이다.

많은 이가 이제 문재인 대통령에게서 애초에 정치를 하면 안 되었을 불통의 인간 유형을 발견한다. 그러나 필자는 대통령이 최소한 추악함을 알아보는 능력은 있다고 믿는다. 조 장관과 그 일가의 법적 권리는 지켜져야 한다. 하지만 이들은 대통령이 정치적 생명을 걸면서까지 지켜낼 아름답고 향기로운 사람들은 아닐 것이다.

그러기에 최후로 호소한다. 아니, 국민의 이름으로 명한다. 조국 장관을 즉각 해임하라. 정녕 국민이 주인 되는 '민주(民主)', 화합해 살아가는 '공화(共和)'를 깨고자 함이 아니라면 지금도 무언가를 획책 중일 이 위험한 인사의 공적 권한을 즉각 박탈하라. 나쁜 선례라 말하지 말라. 그것만이 죽음에 이른 사회 정의와 공정을 되살릴 길이다.

'우리가 조국이다' '정경심 교수님 사랑합니다'를 외치는 시위 군중에게 묻는다. 입만 열면 거짓 정의를 남발한 조 장관의 위선을 본받자고 우리가 조국인가. 파렴치한 문서 위조, 불법 재테크, 증거인멸 의혹, 그리고 막장 같은 침대 축구 할리우드 액션에 반해 사랑을 외치는가. 편을 들더라도 최소한의 논거가 있어야 한다. 진영 논리와 이미지의 미혹에서 깨어나 스스로의 말과 행동을 돌아보라.

내각, 여당, 청와대 참모진에 엄중히 경고한다. 조만간 이 모든 일이 책임으로 돌아올 것이다. 하늘 같은 민심이 무서운 줄 안다면 댓돌에 머리를 박고 죽는 충신은 못 될지언정 직을 걸고 대통령에게 충언하라. 검찰개혁위원회에도 요청한다. 검찰 개혁의 순수함과 공정성 차원에서 검찰 개혁 1호 권고는 검찰의 직접 수사 축소에 앞서 조 장관 자진 사퇴 권고가 되었어야 옳다. 검찰 개혁의 대의가 조 장관 방패막이로 전락하지 않게 하루라도 빨리 그의 사퇴를 의결하라.

마지막으로 검찰에 바란다. '살아 있는 권력'을 수사하는 검찰에 가해지는 조 장관과 그 일가의 수사 방해 공작, 그 나팔수들의 모든 행태를 국민은 두 눈 뜨고 지켜보고 있다. 그 어떤 압박과 음해 공작에도 굴하지 말고 '조국 수사'를 완결하라. 오직 헌법과 법률, 사실 증거에 기초하여 추상 같은 정의를 세우라. 그것이 진정한 검찰 개혁이다. 그것이 이 국민, 이 나라를 살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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