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름 자주 끊긴다면 위험" 젊은 치매 환자 연간 2만명

이에스더 2019. 10. 14. 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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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포토]
65세 미만 치매 환자가 매년 2만명 가량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치매 환자 등을 위한 장기요양제도가 있어도 이용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김승희 의원은 건강보험심사평가원과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제출한 ‘연령별 치매환자 현황과 장기요양 등급판정자 대비 이용자 비율 현황 자료’를 14일 공개했다. 자료에 따르면 2018년 기준 치매환자 51만 1931명 가운데 65세 미만은 1만8592명으로 3.6%를 차지한다. 65세 미만 치매 환자는 2014년 1만9472명, 2015년 1만8390명, 2016년 1만8886명, 2017년 1만8622명, 2018년 1만8592명 발생했고, 올해 1~6월 1만3380명이었다.

치매는 노인성 질환으로 여겨져 고령층에서만 발병한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30~50대도 적지 않다. 중앙치매센터에 따르면 전체 치매환자의 9.7%는 65세 미만에서 생긴다. 서울아산병원 신경과 이재홍 교수는 “65세 이전에 발병 하는 치매를 ‘초로기 치매’라고 한다. 노인성치매 연령보다 빨리, 심하게 나타나며 알츠하이머병이 가장 흔한 원인이다”라며 “인지 기능과 일상생활 수행 능력이 떨어지면서 직업이 단절되고, 경제난에 처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사회 안전망이 부족해 스트레스와 좌절감이 더 클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치매환자 수, 30대 이하 치매환자 수 및 시설 이용자 비율.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이 교수에 따르면 초로기 치매의 상당수가 알츠하이머 치매다. 가족력이 있는 경우가 많다. 부모 중 한쪽이 상염색체우성 알츠하이머병 유발 유전자를 가지고 있을 경우 자녀에게 유전될 확률이 50% 가까이 되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혈관성 치매는 뇌혈관이 막히거나 음주 등 나쁜 생활 습관에 의해 발생되는 치매다. 음주는 초로기 치매 원인의 약 10%를 차지한다. 음주 후 흔히 말하는 ‘필름이 끊긴 현상’이 자주 반복된다면 초로기 치매의 위험이 큰 것으로 봐야한다. 초로기 치매는 노인성 치매에 비해 진행이 빠르다.

초로기 치매의 증상은 잘 다녔던 길이 갑자기 기억이 나질 않거나 물건을 둔 곳이 기억나지 않아 한참 뒤에 찾게 되는 등 노인성 치매와 크게 다르지 않다. 하지만 나이가 젊다는 이유로 초기에 알아채지 못하고 많이 진행된 뒤에 병원을 찾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초로기 치매 환자 중 청장년층은 장기요양보험 혜택을 제대로 받지 못한다. 30대 이하 장기요양 1등급 판정을 받은 치매환자는 2014년 168명, 2015년 166명, 2016년 173명, 2017년 172명, 2018년 153명, 2019년 1~6월 156명이다. 이들 중 요양기관을 이용하는 사람의 비율은 2014년 12.5%, 2015년 10.2%, 2016년 8.1%, 2017년 7.0%, 2018년 11.8%, 2019년 9.6%였다. 80대 이상 치매 환자(장기요양 1등급)의 시설 이용 비율이 50%를 넘어서는것과 비교하면 한참 낮다. 젊은 치매 환자가 시설에 입소해 장기요양서비스를 받기 쉽지 않다는 얘기다.
젊은 치매 환자가 겪는 아픔을 그린 드라마 '바람이 분다' [JTBC]

김승희 의원은 “장기요양기관은 노인 요양시설로 인식되다보니 어느 정도 인지 기능이 남아있는 젊은 치매 환자가 노인성 질병에 걸렸다는 자괴감 때문에 퇴소하기도 한다”라며 “인지 기능이 사라진 조기 치매 환자도 노인 환자가 불편을 느낀다는 이유로 퇴소당하는 사례가 있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젊은 치매환자의 경우 노인 치매환자에 비해 부양자가 없어 오히려 더 많은 국가 도움이 필요할 수 있다”며 “치매국가책임제가 젊은 치매환자까지 포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스더 기자 etoil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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