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르드, 시리아 정부군과 손잡아..중동 세력판도 중대국면

정의길 2019. 10. 14. 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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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 세력판도에 충격..중대 변화 예상
시리아에 러시아 및 이란 영향력 증대
터키-시리아 정부군 전투로 확전 우려
시리아 쿠르드, 시리아 정부군 지원 받아
터키의 공격을 받고 있는 시리아 북동부 쿠르드족 마을인 데릭에서 13일 쿠르드족의 지도자 헤브린 칼라프의 장례식이 거행되고 있다. 칼라프는 터키군의 지원을 받는 친터키 시리아 반군들에 의해 지난 12일 다른 동료 8명과 함께 처형됐다. AFP 연합뉴스

시리아 북동부 터키 접경지대에서 터키군으로부터 광범위한 공격을 받고 있는 시리아 쿠르드족이 바샤르 아사드 시리아 정부군과 손을 잡았다. 미국의 철군 직후, 그동안 앙숙 관계였던 쿠르드와 시리아 정부가 ‘군사동맹 관계’에 들어섬에 따라 미국이 시리아 내전 개입에서 목표로 삼았던 아사드 정부 및 아사드를 지원하는 러시아·이란의 영향력 봉쇄는 더 어렵게 됐다. 시리아 정부군이 가세한 속에서 터키의 확전으로 내전도 새 국면으로 격화하고 있다.

터키군의 공격을 받고 있는 시리아 쿠르드족은 13일 시리아 정부가 터키의 공세를 저지하기 위해 북부 국경지대에 군을 파견하는데 동의했다고 밝혔다. 앞서, 시리아 국영언론도 시리아 정부군이 “터키의 침략”에 맞서 싸우기 위해 북부 국경지대로 진군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북부 시리아의 쿠르드족 당국은 이날 성명을 통해 “(시리아 정부군은) 터키군과 그 용병들의 침략을 격퇴시키고 그들이 진입한 지역들을 해방시키기 위해” 쿠르드 민병대가 주축인 시리아민주군(SDF)을 도울 것이라고 말했다. 터키의 군사공격 개시(9일)에 앞서 쿠르드족 당국은 러시아를 통해 시리아 정부군의 지원을 요청했다. 시리아 정부도 영토 보전을 위해 쿠르드족을 지원해 터키를 격퇴할 것이라고 밝혔다.

시리아에서 미군 철수도 구체화되고 있다. 마크 에스퍼 미국 국방장관은 이날 시리아 북부로부터 1천여명의 미군을 이동시켰다고 발표했다. 에스퍼 장관은 “터키가 예상보다 깊게 시리아로 진군하고 있다. 방어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시리아민주군은 터키의 공격을 막기 위해 시리아 정부 및 러시아와 군사지원 협정에 나섰다고 말했다. 에스퍼 장관은 “(미군은) 진군하는 두 적대 세력” 사이에 끼어버렸다고 말했다. 에스퍼 장관의 언급 후 시리아 정부는 “터키의 침략에 맞서기 위해” 군을 북쪽에 배치하고 있다고 공식 발표했다.

시리아 쿠르드족과 정부군 사이의 이번 연대는 시리아 내전에서 형성된 동맹 관계의 중대한 변화 및 향후 세력판도 변화를 상징한다. 시리아의 아사드 정부로부터 탄압받던 시리아 쿠르드족은 2011년 ‘아랍의 봄’ 이후 시작된 내전 때 미국의 지원을 받으며 이슬람국가(IS) 격퇴전에서 큰 역할을 했다. 이 과정에서 시리아 쿠르드족은 시리아 영토의 30%인 북동부 지역을 통제해왔다.

하지만,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시리아에서 미군의 전격적인 철군을 발표하고, 이에 맞춰 터키가 국경 지대의 쿠르드족 축출을 위한 공격을 시작했다. 터키는 쿠르드 민병대인 인민수비대(YPG)가 터키 내 쿠르드족 분리독립을 위한 무장단체 ‘쿠르드노동자당’(PKK)와 연계된 테러 단체로 규정하고 있다. 마즈룸 압디 시리아민주군(SDF) 사령관은 “우리는 그들(시리아 정부 및 러시아)의 약속을 믿지 않는다. 솔직히 말해, 누구를 믿어야 하는지 어렵다”면서도, “그러나 우리가 타협과 우리 주민들에 대한 대량학살 사이에서 선택해야만 한다면 주민들의 생명을 확실히 선택할 것”이라고 <포린 폴리시>에 말했다.

내전에서 사실상 승리한 시리아의 아사드 정권은 쿠르드족과 손을 잡음으로써 국내 장악력을 더욱 굳히게 됐다. 시리아 정부를 지원하는 러시아 및 이란도 시리아에서 영향력이 확장될 전망이다. 반면, 미국은 동맹 관계를 배신했다는 신뢰 상실과 함께 시리아에서 영향력도 거의 증발하게 됐다. 지난 5년간의 시리아 내전 동안 미국은 △이슬람국가 격퇴 △시리아 정부를 지원하는 이란·러시아 영향력 제한을 위해 쿠르드족 전력에 의존해왔다. 터키의 공격은 시리아 정부군과의 교전뿐만 아니라 그들이 지원하는 시리아 반군과 쿠르드족의 장기 분쟁도 촉발할 것으로 보인다. 터키군은 시리아 반군을 앞세워 침공하고 있고, 시리아 반군들은 쿠르드족을 몰아낸 영토에서 자신들의 세력권 구축을 노리고 있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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