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브리핑] '피 묻은 셔츠는 이제 그만 넣어두자'

손석희 앵커 2019. 10. 14. 2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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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룸의 앵커브리핑을 시작하겠습니다.

'자녀가 다른 정당의 지지자와 결혼한다면 어찌할 것인가.'

지난 1960년 미국의 정치학자들이 시민들에게 물었습니다.

'언짢을 것'이라고 답한 사람은 공화당 지지자의 5%, 민주당 지지자의 4%가량이었습니다.

그로부터 딱 50여 년 뒤인 2010년, 그들은 똑같은 질문을 던졌는데 시민의 답변은 매우 달라졌습니다.

공화당 지지자의 49%, 민주당 지지자의 33%가 '다소 혹은 상당히 불쾌할 것' 이라고 답했습니다.

심지어 상대 정당에 대해서 '두려움'을 느끼는 사람들마저 갈수록 늘고 있다는 것…

미국 역시 정치가 갈수록 극단화되면서 당파 간의 적대심은 위험할 정도로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죠.

그 정점에 트럼프가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입니다.

똑같은 질문을 오늘의 우리에게 던진다면 어떤 답이 돌아올까?

가족의 식탁에서 정치가 금기어가 되고 오랜 친구들과의 만남에서도 사전 탐색과 회피가 필요하며, 종국에는 나와 다른 주장을 하는 이들의 모든 것을 거짓이라 치부해버리는…

그것은 딱히 부정할 수 없는 우리의 현상이기도 합니다.

자녀가 다른 정당의 지지자와 결혼한다면?

그래서 저 질문에 대한 답은 아마도 꽤 많은 비율로 '다소, 혹은 상당히 불쾌할 것'이라고 나올지도 모를 일입니다.

앞서 미국의 사례를 소개한 하버드 대학의 스티븐 레비츠키와 대니얼 지블랫 교수는 함께 살아남기 위한 그 방법이란 싫어도 서로를 '인정' 해야 하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굳이 레비츠키와 지블랫의 책까지 들먹이지 않더라도…

우리가 그걸 몰라서 등 돌리고 있는 것은 아니겠지요.

생각이 다른 사람들을 '인정'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가를 우리는 일상의 삶을 통해서도 잘 알고 있습니다.

오늘 물러난 그는 무슨 생각을 한 것일까…

아마도 그의 생각에 이 모든 '다름'을 안고 가겠다는 뜻이 담긴 것이라면, 우리는 그의 물러남의 가치를 존중해 줘야 하는 것이 아닐까…

1880년, 미국 남북전쟁의 후유증이 남아서 적대 정치가 계속될 때 당시 상원의원이었던 제임스 블레인은 공화당의 동료 의원들에게 제안했습니다.

피 묻은 셔츠는 이제 그만 넣어두자
- 제임스 블레인/미국 정치인

'피 묻은 셔츠는 이제 그만 넣어두자' 적어도 우리는 그네들처럼 진짜 피를 묻히지도 않았으니 말입니다.

오늘의 앵커브리핑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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