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7가지' 금기어.. 국경 넘는 중국의 검열

강기준 기자 입력 2019.10.15. 1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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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홍콩·티벳 등 안방서만 검열하던 中
무역전쟁 격화하자 전세계 상대로 '검열'
/AFPBBNews=뉴스1

중국의 검열이 국경을 넘어 세계로 뻗고 있다. 14억 인구 시장을 무기삼아 전세계 국가와 기업들에게 대만, 홍콩 문제 등 민감한 사안을 언급할 시 차단과 퇴출 등 각종 압박을 일삼고 있는 것이다. 무역전쟁으로 시작된 중국의 히스테리가 홍콩 시위를 기점으로 극에 달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14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전세계 국가와 기업들이 중국의 7가지 검열 대상인 '티베트·대만·신장위구르·중국 근대사·인권·남중국해·홍콩' 등을 공개적으로 언급 금지하는 것에 어쩔수 없이 협력해야 하는 상황이 늘어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는 지난 20여년간 중국이 세계 최대 소비시장으로 떠오르면서 기업 매출의 중대한 비중을 차지하게 됐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여기에 중국의 히스테리를 가중시킨 건 지난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시작한 무역전쟁이다. 그동안 중국은 자국 내에서만 민감한 이슈에 대한 검열을 주로 단행했지만, 무역전쟁 시작 후에는 미국을 넘어 글로벌 기업들에게까지 검열 잣대를 들이대기 시작했다.

중국은 지난해 5월 대만·홍콩·마카오를 중국과 별도 표기하지 말라며 전세계 36개 항공사를 압박했다. 미국 금융권 기업인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골드만삭스를 비롯해, 글로벌 호텔 체인 메리어트 등에도 같은 요구를 했다. 이를 어긴 기업은 중국 내 홈페이지 접속 차단 등 보복조치를 가했다.

지난 6월부터 홍콩에서 범죄인 인도법안(송환법) 반대 시위가 대규모로 번지자 홍콩 시위를 지지한 기업들에게 보이콧을 선언하는 등 더 강경한 대응이 이어지고 있다. 상황이 이렇자 기업들도 결국 '차이나머니'에 바짝 엎드리는 모양새다.

지난 6일에는 대만에서 열린 게임대회에서 승리한 홍콩 프로게이머가 "홍콩에 자유를"를 이라고 외쳤다가 주최측인 블리자드가 상금을 몰수하고 대회 참가 자격을 박탈했고, 이에 앞서 지난 4일엔 미국프로농구(NBA)의 휴스턴 로키츠의 대릴 모리 단장이 소셜미디어(SNS)에 홍콩 시위를 지지한다는 글을 올렸다가 결국 글을 삭제하고 사과를 해야 하기도 했다. 중국 공영방송 CCTV는 보복조치로 NBA 중계 중단 조치를 취했다.

/AFPBBNews=뉴스1

미국 IT(정보기술) 대기업들도 예외는 아니었다. 애플은 지난 9일 홍콩 시위대가 경찰의 위치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는 '홍콩맵닷라이브(Hkmap.live)'를 앱스토어에 등록했다가 취소하기도 했다. 중국당 기관지 인민일보가 "애플이 홍콩 깡패들을 안내한다"고 비난한 지 하루 만이었다. 구글도 지난 10일 홍콩시위대가 주인공인 게임을 구글플레이에서 삭제했다. 중국에서 NBA 시청자는 연간 5억명에 달하고, 애플은 중국 매출 비중이 세 번째를 차지할 정도로 크다.

해외 언론과 대학도 점점 거세지는 중국의 검열에 속수무책이다. 중국은 비자와 자국 시장 진입권을 무기화해 위협을 일삼고 있다. 예를 들어 외신 중국 전문 기자의 출입국을 막거나, 외신들의 중국어 뉴스 서비스 사이트를 차단하는 식이다. 대학들에겐 중국 유학생들이 해외 대학으로 가지 못하도록 해 대학 자금 사정을 압박하거나, 중국 전공 교수나 학생들의 비자 허가를 거부하고, 비자를 줘도 중국내 연구활동을 막는 등의 방식으로 자기검열을 강화하고 있다.

지난해 기준 미국 대학에 재학 중인 중국인 학생수는 약 35만명이다. 미 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이들도 8만명에 달한다. 이들이 연간 미국에 내는 학비만도 120억달러(약 14조2000억원)에 달한다. 전세계에서 유학중인 중국인 수는 총 150만명이다. 중국이 교육계 돈줄까지 움켜주고 있는 셈이다.

FT는 "중국이 텐안먼 광장에서 외국인이 자유를 외치는 것을 막는 등 안방에서 행하던 검열을, 이제 외국 기업과 언론, 대학, 해외 각국의 외교정책까지 단속할 정도로 국경을 넘고 있다"고 설명했다.

강기준 기자 standard@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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