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反조국은 '적', 옹호하면 '위선자'..66일간 생긴 진보의 균열

김준영 2019. 10. 15. 15:11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66일간 ‘조국의 시간’ 동안 갈라진 건 국론뿐이 아니었다. 같은 진보 진영에서도 조금이라도 ‘반 조국’ 언급이 나오면 가차 없는 공격이 쏟아졌다. 진보의 미묘한 균열이 조국 사태를 거치며 표출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14일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사의를 밝힌 뒤 서울 방배동 자택으로 들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사의를 표한 14일 오후 2시부터, 더불어민주당 권리당원 게시판엔 민주당을 비판하는 게시글이 수천 개 쏟아졌다. 이 게시판은 당원 인증을 받은 가입자들만 글을 올릴 수 있다.

“이해찬이 원하던 그림이 이것이냐. 이해찬은 책임지고 사퇴하라”, “문재인 대통령만 아니면 쳐다보기도 싫은 당” 등의 내용이다. “이제야 당원 탈퇴의 명분을 찾았다”, “탈당계를 내러 간다” 등의 글도 많다.

이 같은 여·여(與ㆍ與)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건, 각종 여론조사에서 ‘조국 반대’가 ‘조국 찬성’을 앞지르기 시작한 지난달 초부터였다. 금태섭·박용진 의원 등 일부 민주당 의원과 경제정의실천연합(경실련) 등 일부 진보 시민단체에서 “무조건적 비호는 옳지 않다”는 취지의 입장을 내기 시작한 때이기도 하다.

이에 일부 지지층은 금 의원과 박 의원에게 문자 폭탄을 보내기 시작했고, 경실련 사무실엔 항의 전화가 빗발쳤다고 한다. 결국 경실련은 입장 발표 바로 다음 날 홈페이지에 “의견 수렴이 충분하지 못했다”는 공지를 올렸다.

조 전 장관 배우자 정경심 동양대 교수가 사문서위조혐의로 기소(9월 6일)되는 등 검찰 수사가 본격화되면서, 이런 ‘단일대오’ 기류는 더 공격적으로 표출됐다.

공지영 작가는 지난달 24일 페이스북에 진보 논객인 진중권 교수를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진 교수가 당시 조국 장관 임명에 찬성한 정의당에 탈당 의사를 밝힌 데 대해서다. 공 작가는 “돈하고 권력을 주면 개자당(자유한국당의비하표현) 갈 수도 있겠구나”, “좋은 머리도 아닌지 박사도 못 땄다”라고 했다. 공 작가는 지난 1일엔 방송인 김어준씨가 정경심 교수 구속을 언급했다는 이유로 “언론계 윤석열 같아요 얼굴도 몸도”라고 했다.
[공지영 작가 페이스북 캡처]

조 전 장관 등 현 정부 주요 인사들의 친정 격인 참여연대 내부 갈등도 불거졌다. 김경률 참여연대 집행위원장은 지난달 29일 페이스북에 “문재인 정부 출범 2년 반 동안 조국은 민정수석 자리에서 시원하게 말아 드셨다”고 했다. 조 전 장관을 옹호하는 세력에 대해선 “위선자”, “지저분한 X들”, “구역질난다”고도 했다. 그러자 참여연대는 이튿날 그를 징계위에 회부했고, 김 위원장은 이후 라디오 방송 등을 통해 조 전 장관 비판을 이어가는 등 현재도 대립 중이다.
보수 언론을 비판해오던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지난 8일 공영방송 KBS를 겨냥했다. KBS 법조팀 기자들이 검찰과 실시간으로 정보를 주고받고 있다는 취지의 주장이었다. 이튿날 KBS 사장단이 법조팀을 사실상 취재 현장에서 배제하는 조치를 한 이후 KBS 내부가 갈등에 휩싸였다. 법조팀을 총괄하는 성재호 사회부장은 보직 사의를 표했고 KBS 내 진보 성향의 언론노조에서도 KBS 경영진과 유 이사장을 비판하는 입장을 냈다. 유 이사장은 이후에도 수차례 KBS를 공격했다.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 [연합뉴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보수가 태극기로 분화된 데엔 탄핵이라는 엄청난 사건이 있었던 반면, 이번 진보의 분화는 사람을 중심으로 일어났다”며 “‘검찰개혁’이라는 명분을 내걸었지만, 실상 분화의 기준은 이념도 명분도 아닌 조국이었다”고 말했다.
김준영 기자 kim.junyoung@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