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특파원리포트]'소멸 경고장'받은 日도시마구.. 인구유입책 5년 절반의 성공

조은효 입력 2019.10.15. 17:40 수정 2019.10.15. 2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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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23구 중 도시마구도 포함
20~30대 여성인구 확보 절실
어린이집 증설·우범지대 탈바꿈 등
여성친화 도시재생 프로젝트로
50%감소에서 18%감소로 개선
다카노 유키오 도쿄 도시마구청장이 소멸가능진단을 받은 후 인구유입 정책을 어떻게 펼쳤는지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조은효 특파원
일본 도쿄 도시마구 미나미공원에서 어린이집 아동들이 풀밭에서 뛰어놀고 있다. 과거 노숙자들이 기거했던 이 공원은 지난 2016년 리모델링되면서 분위기가 바뀌었다. 사진=조은효 특파원
【 도쿄=조은효 특파원】 2014년 5월 8일. 도쿄 23구 중 한 곳인 도시마구 구청장실로 충격적인 보고서 하나가 날아들었다.

일본의 정책제언기관인 일본창성회의가 발표한 '소멸가능도시' 보고서였다. 25년여에 걸쳐 일본 전역 1799개 지방자치단체 중 그 절반에 해당하는 896개(49.8%)가 급격한 인구감소로 장래에 소멸할 것이며, 이 중 도시마구가 도쿄에서 유일하게 포함됐다는 경고문이었다. 소멸을 가르는 결정적 변수는 '출산 가능한 여성인구'였다. 여성인구 확보가 저출산·고령화의 키워드라는 것이다. 이대로 가면 2010년 5만명대였던 이 지역 2030대 여성이 2040년 2만2400명으로 감소(-50.8%)해 점차 아이 울음소리가 나지 않는 도시가 될 것이란 게 당시의 진단이었다.

도시마구의 중심축인 이케부쿠로는 하루 유동인구만 200여만명, 백화점 4개·지하철만 11개 노선이 지나는 도쿄에서도 손꼽히는 상업지역이다. '이런 도시마구가 소멸가능 도시라니….' 다카노 유키오 구청장(82)은 당시를 떠올리며 "충격 그 자체였다"고 했다. 올해 4월 지방선거에서 6선에 성공한 그는 도쿄에서도 두번째로 나이가 많은 고령 구청장이다.

15일 오전 방문한 도시마구청 청사. 구청 2층에 입주한 사립 어린이집 아이들이 보육교사들의 지시에 따라 하나둘 외출 채비를 했다. 실내에 갇혀있던 아이들이 향한 곳은 도보로 5분 거리에 있는 미나미공원. 4~5세 정도로 보이는 한 아이가 보육교사에게 다가가 취재 나온 기자를 가리켜 "외국인과 같이 놀고 싶다"고 수줍은 듯 해맑게 말한 뒤 다시 풀밭으로 뛰어들어갔다.

아이들이 뛰어놀 수 있는 이 공원은 불과 3년반 전만 해도 노숙자들이 주로 기거했던 곳이다. 이케부쿠로 지역의 고질적 문제인 곳곳에 퍼진 우범지대 중 한 곳이었다. 공원 리모델링 효과는 예상 외로 컸다. 역 주변의 후미진 터널 내부를 파스텔색 벽화로 밝고 환한 공간으로 변화시키고, 도심 뒷골목에 위치한 옛 구청 청사를 문화공연장으로 탈바꿈하고, 낙후된 지역에 중산층 주거지인 타워맨션을 짓도록 하는 등의 도시재생프로젝트도 함께 진행됐다. 이 프로젝트들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여성인구 유입'이었다. 공원에서 만난 5세 아들을 둔 30대 초반의 주민 구리사키 유코씨는 "막상 살아보니 세련된 공원도 많고, 여성이 살기 좋은 도시로 변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고 말했다.

도쿄 도시마구가 도시 이미지 개선을 위해 도입한 이케버스. 사진=조은효 특파원

도쿄에서도 위험하고 낙후된 이미지를 풍겼던 도시마구의 풍경이 바뀌기 시작한 건 '소멸'이란 단어가 찍힌 보고서가 날아든 직후부터였다. 구청 내에 즉각 대책본부가 만들어졌고, 여성친화적 마을 만들기 담당과가 설치됐다. 그 대표적인 대책이 '어린이집 증설'이었다. 2014년부터 올해까지 6년간 도시마구에서 설립된 신규 어린이집(사립)은 50개소(추가 수용인원 3563명)다. 구청 관계자는 "수년간의 증설 노력으로 어린이집 대기인력 제로(0명)를 실현했다"고 강조했다. 어린이집에 입소하려면 몇 달, 최악의 경우 몇 년을 기다려야 하는 한국의 현실과는 너무 다른 풍경이다.

어린이집이 비약적 증가한 데는 '보조금 유인책' 영향이 컸다. 구의 고질적 재정악화 문제를 감안, 국공립을 직접 짓기보다는 사설 어린이집 설립을 유도했다. 구청 2층의 어린이집조차 사립일 정도. 어린이집 담당 구청 관계자는 "신규 사립 어린이집은 설립 초기 3년간은 건물 임차료의 100%를 지급하고, 4년차부터는 사회복지법인이 운영하는 어린이집엔 85%, 개인사업자일 경우엔 임차료의 50%를 보조해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2014년 23억엔(약 250억원)이었던 도시마구의 어린이집 보조금 예산은 지난해 90억엔(980억원), 올해엔 120억엔(1300억원)으로 뛰었다.

도시마 구청 내 사립어린이집. 사진=조은효 특파원

인구감소는 도시마구의 문제만은 아니다. 도쿄 인구 자체가 내년 도쿄올림픽 이후 2025년을 정점으로 감소세로 돌아설 것이란 추계가 나오고 있다. 멀리 가지 않아도 이미 현재 일본의 65세 이상 인구비율(전체 인구의 28.4%)은 전 세계 201개국 중 1위다. 일본의 지자체로선 인구유입책을 구사하느라 혈안이 돼 있을 정도다. 애니메이션 크레욘 신짱(짱구는 못말려)의 배경이 된 사이타마현 가스카베시는 아예 '짱구'를 모델로 인구유입 캠페인을 펼칠 지경이다.

그렇다면 5년이 지난 현재 도시마구가 최근 다시 받은 여성인구 유입 실험 성적표는. '2024년 4만276명', 2015년(4만9677명) 대비 약 18.9% 감소 전망. '당초 절반이 급감할 것이란 전망보다 크게 개선은 됐으나 저출산·고령사회 탈출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방증하는 것이기도 하다.' '정책 성공기'가 계속 만들어져야 하는 이유인 셈이다.

ehcho@fnnews.com 조은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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