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자식이지만 너무 뛰어나".."딸과 추억 만들려"

최유찬 2019. 10. 15. 1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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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데스크] ◀ 앵커 ▶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MBC 탐사기획팀은 조국 전 장관이나 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의 자녀 연구물 논란과 별개로 이미 석 달 전부터 고등학생 논문 저자 실태를 추적해 왔습니다.

국내 최대 학술정보 포털 디비피아에 실린 논문과 발표문 250만 건 중 MBC가 확인한 고등학생 저자는 천 2백여 명, 이들이 참여한 연구물은 4백 건이 넘습니다.

저희는 이 학생들이 어떻게 연구물에 이름을 올리게 됐는지 하나하나 추적했고 그 오랜 취재 결과를 오늘부터 연속 보도합니다.

먼저, 나의 엄마 혹은 나의 아빠와 함께 공동 저자로 이름을 올린 실태로 그 교수 부모들은 뭐라고 해명하는지 최유찬 기자가 보도합니다.

◀ 리포트 ▶

지난 2012년 한 학회에 실린 학술 발표문과 2014년에 등재된 의학 논문.

홍삼 성분과 배아줄기세포의 연관성을 연구한 내용입니다.

두 자료 모두 구씨 성을 가진 고등학생이 제1저자와 2저자로 올라왔습니다.

책임저자인 교수의 성과 똑같습니다.

해당 학생의 아버지인 서울대병원 구 모 교수입니다.

아들과 함께 이름을 올린 이유를 듣기 위해 병원을 찾았습니다.

"교수님 나와서 말씀 좀 하시죠. 구 교수님!"

수 차례 병원과 자택도 찾았지만 구 교수는 간호사실로 피하거나 "환자가 많다"는 이유를 대며 인터뷰를 거부했습니다.

다만 "해당 논문은 아들 대학 입시에 사용하지 않았고, 연구 역량은 소명할 수 있다"는 서면답변만 보내왔습니다.

미성년자와 함께 쓴 논문을 모두 신고하라는 교육부 지시를 따르지 않은 데 대해선 출판 당시 아들이 대학생, 성인이었다고 반박했습니다.

탐사기획팀은 고등학생 저자가 포함된 논문 4백여 건에 대해, 대학 97곳과 교수 등 102명에게 질문지를 보내고, 전화를 걸거나 직접 찾아가 고등학생이 누군지 파악했습니다.

부모가 교수인 경우가 수두룩했습니다.

[손00 인하대 교수] "부모 자식들 키우는 입장에서 그냥 자식과의 추억? 같이 공동의 노력, 어디 숙제를 했다고 쳐봐요. 유치원에서 숙제도 아빠랑 뭐 같이하고 (그런 거죠)."

자녀가 똑똑했고, 연구도 열심히 했다는 게 교수들의 한결같은 반응이었습니다.

[강00 고려대 연구교수] "프로그램을 굉장히 잘하거든요. (고등학교) 1학년 1학기 때 자기가 만들고 싶은 게임을 만들었어요. 제가 논문 작성법만 지도를 했어요."

다만 교수 부모 덕을 본 이른바 아빠 찬스, 엄마 찬스였다는 건 부인하지 않았습니다.

[조00 제주대 교수] "목수집에서 나무를 접할 기회가 많았다, 적었다, 이런 건 논점이 될 수 없지만, 좀 슬픈 일이긴 하지만 그런(논문 집필) 기회가 이런 애들한테 있었던 거는 사실이죠."

답변을 거부하는 예민한 반응도 나왔습니다.

[최00 명지대 교수] "(친구들이 어떤 연유로 여기 참여하게 됐는지?) 기자님께 그걸 말씀드려야 되는 이유는 뭔가요?"

고등학생 아들, 딸과 함께 논문을 쓴 것으로 확인된 교수는 서울대와 연세대, 고려대, 성균관대, 명지대 등 13명입니다.

대학 강단에서만 벌어지는 일은 아니어서 기상청과 한국원자력연구원 등 정부나 국책기관 직원 3명도 그랬던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00 기상청 서기관] "자식이 있는데 몰라라 할 수 있어요? 일상 생활 살아가면서 교통법규 위반할 수 있고, 그걸 다 따지면 어떻게 인생을 살아갈 수 있겠어요?"

부모와 자녀가 논문을 함께 쓴 것으로 의심되는 사례는 더 많았지만, 상당수 대학들이 관련 정보를 비공개로 일관하거나 많은 교수들이 내 아들이 맞다, 아니다 딸이다, 아니다 기초적인 사실관계도 밝히길 꺼려서 확인이 쉽지 않았습니다.

[주00 숙명여대 교수] "(아드님이 직접 쓴 논문은 맞나요?) 나가주시겠어요? (얘기 못해주세요 교수님) 네, 할 생각이 없습니다."

[정00 부산대 교수] "((공동저자가) 자녀분 이신가요?) 학교 연락해 보시죠. 죄송합니다."

자녀가 논문에 얼마나 기여했는지 따져봐야겠지만, 부모와 자녀의 논문 공저는 일부러라도 피해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습니다.

[한민구/한국과학기술한림원 원장(서울대 명예교수)] "자기 친인척이나 지인들을 저자에 넣어줬다? 이건 사실 법적인 문제보다 도덕적인 문제예요. 이 학문적 결과에 대한 모독이다 이래선 안된다고 개탄하는거죠."

MBC뉴스 최유찬입니다.

(영상취재: 지영록 한재훈, 영상편집: 정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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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유찬 기자 (yuchan@m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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