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시위' 참석했다 징계 압박 받은 고교생 김서경 "미래 '멸종' 안되게..현실적인 기후 위기 교육을 원해"

김한솔 기자 2019. 10. 15. 2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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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ㆍ원하는 변화 이끌어내려 징계 등 감수 의지로 참석, 사회활동 최소한 보장했으면
ㆍ현재의 환경 교육은 피상적
ㆍ기후변화 공부하고 대비하게 체계적 환경교육 도입을

지난달 27일 학교의 징계 압박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적극적인 기후변화 대책을 촉구하는 결석시위(오른쪽 사진)에 참석했던 김서경양은 14일 경향신문과 인터뷰하면서 체계적인 환경교육을 도입해달라고 요구했다. 이상훈 선임기자·연합뉴스

서울의 한 인문계 고등학교에 다니는 김서경양(18)은 지난달 ‘기후를 위한 결석시위’에 참석하겠다는 뜻을 밝혔다가 학교 측으로부터 ‘그런 시위에 참가할 경우 징계위원회에 넘기겠다’는 압박을 받았다. 학생의 시위 참가는 학교의 명예를 실추하는 것이라는 이유였다.

그는 결국 3차 결석시위 당일인 지난 9월27일, 1교시 수업이 시작하기 전 몰래 학교를 빠져나와 시위에 참석했다. 김양은 스웨덴의 청소년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가 기후변화에 대한 정부 대응을 촉구하며 처음 시작한 결석시위를 한국에서 이끄는 ‘청소년기후행동’에서 활동하고 있다. 그가 우여곡절 끝에 참석한 9월27일 결석시위에는 청소년기후행동이 기획한 1·2차 시위보다 많은 500여명이 참석했다. 청소년기후행동은 최근 결석시위 국제청소년연대모임인 ‘미래를 위한 금요일(Fridays For Future)’의 한국 지부로 등록됐다.

14일 경향신문사에서 만난 김양은 “사실 징계를 받으면 대학 가는 게 많이 어려워져서, 최악의 경우 전학을 가야겠다고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그는 “그렇게까지 해서라도 참석한 이유는 (징계 등의 불이익 때문에) 한번씩 빠지기 시작하면 우리 청소년들이 원하는 변화를 이끌어내기가 너무 어려워질 거란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청소년기후행동은 결석시위를 통해 ‘체계적인 환경 교육 도입’을 요구하고 있다. 현재 학교의 환경 교육이 피상적이라고 느끼기 때문이다. 김양은 “사회지리와 지구과학 시간에 배우는 기후변화 현상은 ‘인간이 화석연료를 써서 이산화탄소가 배출되면 온난화가 일어나고 해수면이 상승해 북극곰이 살 곳이 없어진다’, ‘해결책은 재생에너지와 일회용품 사용 줄이기, 불 잘 끄기’가 전부”라고 말했다. 그는 “기후변화가 일회용품 줄이고, 전기 아끼는 개인의 ‘작은 실천’으로 막을 수 있는 문제인지 모르겠다”며 “학교에서 한국의 탄소배출 현황, 한국의 기후변화 대응 수준에 대한 교육을 받고 싶다”고 말했다. 청소년들이 기후변화에 대해 공부하고 대비할 수 있도록 제대로 된 교육을 해달라는 것이 이들의 요구다.

김양과 같은 청소년들은 기후변화 시위에서 스스로를 ‘멸종위기종’이라 부른다. “기후위기가 오면 약자들은 조금 더 빠르게 멸종되고, 그 약자에는 청소년도 포함될 것”이기 때문이다. 청소년들이 유독 기후변화 문제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이유기도 하다. 김양은 “정책 결정하는 분들이 말하는 ‘미래’는 ‘온전히 보존된 (지금과 같은) 환경’을 전제로 하는데, 50년 뒤에도 그런 환경이 있을지 잘 모르겠다”면서 “저희가 쓰는 ‘멸종’이라는 단어엔 인간이라는 종 자체가 멸종된다는 뜻도 있지만, ‘우리가 꿈꾸는 미래가 멸종된다’는 의미도 있다”고 말했다.

아직 학교에서 그에 대한 징계위원회는 열리지 않았다. 김양은 “겁주려고 한 말일 수도 있겠단 생각도 들지만, 저는 이 활동을 앞으로도 계속해야 하는데 연말에 다시 시위를 한다고 하면 ‘경고했는데 말을 안 들었다’며 얼마든지 징계를 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학교가 학생의 사회참여활동을 장려하진 않더라도, 너무 억압하지 않고 최소한이라도 보장해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가 ‘징계 압박’을 받으면서도 몰래 참석한 시위가 열리기 하루 전날, 서울시와 서울시교육청은 기후위기 공동선언문을 발표하고 ‘서울시교육청은 학교에서 학생들의 기후위기 대응활동을 지원하기 위한 지원금 마련과 학생들의 참여를 위한 시간을 적극 확보한다’고 밝혔다.

김한솔 기자 hansol@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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